연금 개혁 논의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론이 부상할 모양이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2008년부터 대체율이 매년 단계적으로 낮아져 올해는 45%이고 2028년에 40%까지 이를 예정이다. 노동계에서는 이런 대체율로는 노후를 보장할 수 없다며 50%를 주장한다.
나는 대체율 인상에 동의하지 않는다. 공적연금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방안으로 대체율을 올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첫째, 대체율 인상은 후세대의 부담을 더욱 무겁게 한다. 국민연금은 40% 대체율에서도 평균 수익비가 2.6배이다. 100원을 내면 나중에 260원을 받는 구조이다.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국민연금연구원에 의뢰해 밝혀낸 수치이다. 지금까지 국민연금공단이 발표했던 1.8배보다 높다. 가입자가 얻는 총급여 계산에 가족이 받는 유족연금을 포함하고, 통계청 기대여명을 반영해 수급 기간을 기존 20년에서 25년으로 늘려 분석한 결과로 국민연금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이는 수지 균형을 맞춘다면 40% 대체율에서도 현재 9%인 보험료율이 두 배 이상 올라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추가로 대체율을 인상하면 어떻게 될까? 노동계에서 대체율은 50%로 올리고 보험료율은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정하자고 하지만, 추가 대체율 인상 10%포인트에 필요한 보험료율 인상(4~6%포인트)을 꺼내기도 힘든 상황임을 감안하면 결국 후세대에게 넘기는 부담이 지금보다 더 커진다. 언제까지 국민연금의 수지 불균형 문제에 눈감으면서 우리 세대의 이해만을 말할 것인가?
둘째, 대체율 인상은 국민연금의 역진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 보통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 제도로 소개된다. 국민연금 급여 산식에 비례급여가 절반, 균등급여가 절반씩 존재해 하위 계층일수록 대체율이 높고 수익비도 크다. 이에 40% 대체율은 평균 소득자 기준의 수치이고 계층별로 보면 30~100%의 누진성을 지닌다.
그런데 이는 급여 구조만을 본 설명이다. 가입자가 납부한 기여 총액과 받을 급여 총액의 차이, 즉 순혜택을 보면 오히려 상위 계층일수록 많다. 급여 구조는 누진적이지만 납부한 보험료까지 감안하면 역진적이라는 이야기다. 급여에 비해 기여가 턱없이 낮아서 발생하는 국민연금의 역설이다. 이런 순혜택 구조에서 보험료율을 충분히 올리지 않으면 대체율 인상은 역진성을 악화시킬 것이다.
셋째, 대체율 인상은 빈곤 노인에게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종종 국민연금은 용돈연금에 비유된다. 지난해 국민연금 평균액이 39만원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 가입 기간이 짧은 게 핵심 원인이다. 앞으로는 어떨까? 현재 평균 소득자(월 227만원)의 경우 25년을 가입해도 연금액이 57만원에 그칠 전망이다. 노동계가 대체율 인상을 요구하는 이유이다.
‘연금 삼총사’로 시야 확대해 해법을 찾자
여기서 ‘평균의 착시’에 유의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노동시장의 격차를 반영하는 제도이므로 노후에 받는 연금액도 소득과 가입 기간에 따라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미래에 평균 소득자가 25년을 가입하면 57만원을 받지만, 100만원 소득자는 같은 기간을 가입해도 연금액이 41만원에 그치고, 노동시장 현실을 감안해 가입 기간을 15년으로 가정하면 25만원으로 줄어든다. 이러한 구조에서 대체율을 50%로 올려도 연금액이 31만원으로 6만원 오를 뿐이다. 반면 상한 소득자(월 468만원)는 35년을 가입한다고 가정할 때 139만원에서 156만원으로 17만원 인상된다. 보통 노후 빈곤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율을 올려야 한다고 제안하지만, 정작 빈곤에 처한 노인에게는 그 효과가 크지 않다.
더 넓은 곳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기초연금·퇴직연금을 포괄하는 ‘연금 삼총사’로 시야를 확대하자. 국민연금에서는 지속 가능성에 집중하고, 대신 기초연금을 강화하고 퇴직연금을 실질적 연금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이다. 중하위 계층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중상위 계층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계층별 다층연금 체계이다. 연금 논의의 새판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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