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사장님’ 노동자
  • 전혜원 기자
  • 호수 581
  • 승인 2018.11.10 13: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 교토 역 맞은편에 닭꼬치집이 하나 있다. 7년 전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서빙 한번 해본 적 없는데 외국어로 주문을 받고, 계산을 하며, 간단한 요리까지 해야 했다. 내가 얼마나 어리바리한지 아는 사람이라면, 사장이 얼마나 인내의 시간을 보냈을지 짐작할 테다. 주문과 계산과 요리 사이에서 방황하던 어느 날, 눈이 마주친 사장님의 깊은 한숨 소리는 잊을 수 없다. 퇴근할 때마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울었다. 4개월 만에 잘리고 나서 생각했다. 사장이란 무엇인가.

기자가 되고 노동에 관심을 가지면서 최저임금 갈등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편의점 사장님들이 정말 사장님일까 의문이 들었다. 외국에서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의 관계에 노동법을 적용한 사례도 있다. 편의점 사장님과 새벽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9시간 있어봤다. 사장님도 내가 9시간 동안 말을 걸 줄은 몰랐을 테다. 9평 편의점에서 진자처럼 오가며 사장님은 직접 싸온 오트밀죽을, 나는 버터장조림비빔밥을 먹었다. 그 와중에 맛있었다. 점주들이 추석 연휴 때 공식 휴무 협약을 요청했지만, 편의점 본사 3곳은 거절했다.

ⓒ시사IN 양한모

프랜차이즈 사장님이 아닌 사장님도 만났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온 이화여대 앞 백반집이다. 그녀는 식당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고 했다. 파출부 등 저임금 노동시장을 떠돌다 ‘자기 자신에게 고용되어버린(self-employed)’ 사례였다. 더 안정적일, 하지만 목돈이 드는 프랜차이즈 창업은 엄두도 못 냈다. 그런가 하면 프랜차이즈 피자집을 하다 단체 활동을 이유로 가맹 계약을 해지당하고, 지금은 배달 대행업체에서 배달 일을 하는 ‘사장님(개인사업자다)’ 이야기도 들었다. 얼마 전 전화했을 때 수화기 너머로 병원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그는 일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했다고 했다.

2017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와 무급 가족종사자 비중은 전체 취업자의 25.4%다. OECD 평균은 14.8%, 일본은 10.4%다. 생애 첫 노동의 기억은 사장님을 무서운 존재로만 각인시켰지만, 어쩌면 이 땅의 사장님들은 우리 노동시장이 끌어안지 못한, 보이지 않는, 그래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노동자들이 아닐까.

Magazine
최신호 보기 호수별 보기

탐사보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시사IN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