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도 못 잤습니다. 눈을 감아도 절절한 문장이 맴돌았습니다. 이력서 한 줄을 채우기 위해 쏟았을 마음고생이 느껴졌습니다. 결국 새벽 일찍 편집국에 나왔습니다. 수습기자 응시생들이 보낸 자기소개서 등 서류 더미를 들추어보았습니다. 내 판단이 합당한지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1차 서류 심사에 참여한 몇몇 팀장도 ‘심사 후 스트레스장애’에 시달렸습니다. 한 팀장은 소주잔을 들이켜며 자신의 점수가 응시생에게 미치는 무게감이 괴로웠다고 말했습니다.


3년 만에 다시 〈시사IN〉 수습기자를 뽑고 있습니다. 많이 응시해주었습니다. 문의 전화도 적지 않았습니다. 지원서를 받는 메일(incruit@sisain.co.kr)은 구글 계정을 사용하는데, 제대로 메일이 도착했는지 확인해달라는 전화였습니다. 간절함이겠지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팀장 전원이 모든 지원서를 한 개도 빠뜨리지 않고 다 보았습니다. 그 가운데 일부를 추려 다시 모여 2차 강독을 했습니다(사진). 〈시사IN〉은 나이와 학력에 자격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자기소개서와 글을 위주로 보았습니다.


2007년 창간과 함께 ‘언론계 최고의 대우를 약속합니다’라며 첫 수습기자를 뽑았습니다. 물론 그 대우가 연봉(돈)은 아니었습니다. 삼성 기사 삭제 사건으로 ‘해직에 가까운 사직’을 한 우리는 쓰고 싶은 기사를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자부심을 자산으로 내세웠습니다. 변진경 천관율 김은지 임지영 장일호 송지혜 김동인 전혜원 김연희 이상원 기자가 2~3년 간격으로 그렇게 합류했습니다.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묻습니다. “수습기자를 뽑아 잘 훈련해도 중간에 다른 길을 찾아 떠나는 기자가 꽤 많은데 〈시사IN〉 젊은 기자들은 쑥쑥 커 제 역할을 다하는 비결이 무엇이냐?”고요. 자신 있게 답변합니다. “언론계 최고의 대우를 해주니까!” 지금도 게을러 못 쓰는 기사는 있어도 권력과 자본의 압력 때문에 쓰지 못한 기사는 적어도 제 기억엔 없습니다.

이 편지를 마감한 다음 날 2차 필기 및 현장 취재가 치러집니다. 응시생들은 또다시 시험을 치르며 적잖이 마음고생을 할 것 같습니다. 이 지면을 빌려 다시 한번 〈시사IN〉에 지원해준 모든 응시생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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