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임플란트 가격은 한 개당 200만원을 훌쩍 넘었다. 그전엔 더 비쌌다. 그나마 한 개로 끝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여러 개를 시술할 경우 수천만원대 비용을 치러야 했다. 임플란트 한번 하면, 입속에 ‘전셋집 한 채’를 심고 다닌다고 이야기하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퍽 싸졌다. 100만원 이하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어떻게 이렇게 싸진 것일까. 대개 임플란트 ‘공급 과잉’으로 인해 시장가격이 싸졌다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간다. 그게 그렇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을까. 사실 그 뒤에는 치열한 ‘전쟁’이 있었다.

고광욱 유디치과 파주점 원장은 그 전쟁의 맨 앞에 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그는 ‘반값 임플란트’ 시술을 실행해 치과업계와 갈등해왔다. 개별 병원장들로 구성된 네트워크형 치과를 만들어 경영과 진료를 분리했고, 이를 통해 적정한 임플란트 가격을 제시했다. 환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현재 유디치과에 소속된 병원은 120곳, 의사는 300명에 이른다.

ⓒ시사IN 조남진고광욱 유디치과 파주점 원장(위)은 치과업계가 임플란트 가격 담합을 조장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의사를 배신자로 낙인찍는다고 고발했다.

반면 대다수 치과의사들이 소속된 대한치과의사협회(치과협회)는 유디치과를 ‘공공의 적’이라며 비판했다. ‘덤핑’ 공세로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유디치과가 만든 네트워크형 치과가 ‘영리병원’으로 가기 위한 발판이라고 문제 삼았다.

현행 의료법 제33조 8항(1인1개소법)은 의료인이 어떤 명목으로도 의료기관을 2개 이상 개설하지 못하도록 한다. 의료인의 과도한 영리 추구를 막으려는 취지다. 이런 의료법에 근거해 치과협회 측은 유디치과를 영리병원이라며 비판했다. 대형 네트워크 병원이 작은 동네 치과를 위협한다는 논리였다. ‘네트워크 치과 근절’을 공약으로 건 후보가 ‘비서울대’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치과협회장에 당선돼 ‘유디치과 척결 성금’을 모으기도 했다.

유디치과 측은 네트워크형 병원이 기존 치과업계의 가격 담합에 대항하기 위한 방편이며, 오히려 경영효율화의 선례라고 주장했다. 임플란트 가격 인하를 통해 더 낮은 이윤을 남기는 것이 어떻게 과다한 영리행위냐고 항변했다. 2011년부터 불거진 이 논쟁은 현재 헌법재판소까지 가 있는 상태다. 자칫 이 법이 의료 정보 공유와 기술발전을 막고 공동구매 등을 통한 원가 절감을 차단하는 등 국민에게 돌아갈 혜택을 막는다는 게 쟁점이다. 어쨌거나 고광욱 원장은 의료계에서 ‘문제적 인물’이다.

고광욱 원장이 펴낸 소설 〈임플란트 전쟁〉.

고 원장은 최근 지난 10여 년 논란의 과정을 담은 책을 펴냈다. 글자 그대로 〈임플란트 전쟁〉이다. 소설의 형식을 빌렸지만, 내용은 놀랍다. 기존 치과업계가 임플란트 가격 담합을 조장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의사를 배신자로 낙인찍어 ‘왕따’시키는 과정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의료 인력을 구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업체에 압력을 넣어 치과 재료를 공급받지 못하게끔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9월 법원은 치과협회가 유디치과의 지점 운영을 방해한 데 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2011∼2012년 치과협회가 치과업계 주간지에 유디치과 구인 광고를 싣지 못하도록 하거나, 협회 구직란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는 내용이다.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같은 건으로 치과협회에 과징금을 물린 데 이어 법원도 손을 들어준 것이다. 10월16일 유디치과 파주점에서 고광욱 원장을 만났다. 고 원장은 소속 병원 경영지원회사 ㈜유디의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책을 펴낸 뒤 치과협회 반응은 어떤가?

치과협회 윤리위원회에서 문제 삼는다는 기사가 나왔더라. 〈임플란트 전쟁〉 발간 건으로 협회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다. 허위라고는 하지 못할 것이다.

임플란트 재료 원가가 국산 10만원대, 스위스산 27만원이라고 공개했다.

싸게 하는 병원이 엉터리라고 호도하니까 원가를 공개한 것이다. 비싸게 받는 곳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100만원 이하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책을 보고 치과의사의 세계가 독특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치과계가 폐쇄적이다. 다른 분야 의사들과 달리 내부 세계가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일반 병원은 과가 여러 개이고 규모도 다양하지만, 치과는 과 구분 없이 거의 다 동네 치과다. 이해관계가 단순하고 동일하다. 그리고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치료가 많다. 만일 일반 내과가 1억원 매출을 올렸다면, 그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주는 돈이 7000만~8000만원이다. 치과는 1000만원에 불과하다. 보험 적용 안 되는 비급여 항목이 많은 만큼 의료수가를 가지고 서로 짬짜미하는 게 가능하다. 과거에 안과에서도 라식 수술을 둘러싸고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그동안 치과의사들 내부에서 임플란트 가격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없었나?

작은 문제 제기조차 묵살되는 분위기였다. 전국 치대가 12개다. 제일 많은 곳 정원이 100명이고, 20~30명인 곳도 있다. 이 정도 인원이 6년 동안 함께 공부하고, 인턴-레지던트를 거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집단의식이 생겨난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학부 때부터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욕먹는 분위기가 있다. ‘맥시’라고 해서 학생이 받을 수 있는 점수 상한선을 정한다. 맥시를 넘기면 시험 족보를 나눠주지 않는 등 왕따시킨다. 모두 함께 가야 한다는 취지이지만, 이게 내부 문제에 눈감게 하는 요인이 된다. 지금 치과협회가 유디치과를 괴롭히는 건 학창 시절 분위기가 이어진 거라고 본다. 눈 밖에 난 치과에는 재료를 보내지 말라는 협박을, 업체들에게 ‘공문’을 통해 대놓고 하는 조직이다.

ⓒ연합뉴스2011년 8월 고광욱 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유해성 논란이 제기된 치과용 합금 사용 의혹에 대해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치과의사들 내부 게시판 운영 방법이 놀라웠다. 돈 안 되고 말썽 피우는 ‘진상 환자’들 신상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도 충격이었고.

지금도 여전하다. 철저히 외부인 접근을 차단한다. 게시판에 접속할 때 치과의사만 알 수 있는 퀴즈를 풀어야 로그인이 가능하다. 몇 년 전 ‘치과 진상 환자 블랙리스트’가 보도된 이후 주춤한 상태지만, 직원 블랙리스트는 지금도 올라온다. 이렇게 개인정보를 노출하는 건 분명 불법행위다. 가장 심각한 건 의료인이 환자를 대하는 자세다. 내가 이렇게 고귀한 의술을 베풀어주는데, 너희들이 불평불만을 늘어놓아서 되겠느냐는 생각이 깔려 있다. 게시판을 통해 그런 생각을 서로 교류하고 강화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치과의사들이 경제적 위기에 처했다는 인상도 받았다.

지금 치과의사 주축이 40대 중반이다. 그들이 대학 진학할 때 성적이 상위 0.1%였다. 실제로 당시 치과의사 소득수준도 그랬다. 지금은 그때만 못하다. 지금은 1% 정도 된다. 치과의사 게시판을 모르고 보면, 마치 망해가는 자영업자 커뮤니티 같다. 그들이 기대했던 건 상위 0.1%의 삶인데, 실제로는 1%밖에 안 돼서 우울하다는 정서가 있다. 개인적으로 해석하기엔, 이미 대학 진학 시 치과의사를 택했을 때부터 현실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예민한 질문인데, 치과의사 수입은 어느 정도가 적정할까?

실제로 어떤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든 간에 본인들 요구는 그 위에 있을 것이다. 책에도 나오지만 치과의사 가운데 한 달 수입을 독특하게 계산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이 월급 500만원을 받아 500만원을 다 쓰면 수입이 ‘0원’인가? 치과의사들은 그렇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쓸 거 다 쓰고 통장에 남는 걸 수입이라고 본다. 그게 적다고 더 벌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옳은 걸까?

실제로 치과의사들 수입이 얼마나 되나?

재작년인가 국세청 자료를 보면 치과의사 한 명당 경비를 제외하고 버는 돈이 월 1500만원 정도다. 아마도 이걸 최소치라고 보면 될 것이다.

유디치과가 임플란트 가격을 내리는 데 어느 정도 공헌했다고 보나?

99% 공이 있다(웃음). 우리가 수가 문제를 제기해 시장가격이 점진적으로 떨어졌다. 현재 65세 이상에게 임플란트 건강보험 50% 적용이 된다. 이 역시 임플란트 수가 자체가 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치과협회와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과거에는 우리를 왕따시켜서 괴롭혔다면 이젠 네트워크 병원이라는 형태를 불법으로 몰아가고 있다. 과잉 진료 등으로 돈만 밝히는 곳이라고 공격한다. 치과의사는 3만명이고, 유디치과 소속은 300명이다. 1%가 99%를 위협한다는 게 저들의 논리다. 저들의 말대로라면 나는 의료 영리화 세력의 수괴쯤 되는 건데, 임플란트 가격 낮춰서 환자들에게 혜택을 주자는 게 의료 공공성을 해치는 일인가.

네트워크 병원이 과잉 진료를 한다는 근거는 있나?

없다. 2015년에 네트워크 병원 위헌 소송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이때 비판하는 쪽에서 과잉 진료 등을 주장했지만, 근거를 내놓지 못했다. 지난 9월 손해배상 재판 때 치과협회는 유디치과가 과잉 진료·과장 광고 등 위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의료법상 허용되지 않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실 과잉 진료나 무자격자 진료 문제는 모든 치과의 공통된 문제다.

동료 치과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치과의사들이 선민의식을 버리고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책에도 썼지만, 벤츠 타고 출근하면 잘되던 진료가 그랜저 타면 잘 안 되나. 과거를 돌아보며 박탈감에 빠지지 말고, 일반인의 현실을 보고 감사함을 가졌으면 좋겠다. 의사들은 벤츠를 타도록 타고난 사람들이 아니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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