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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허수경씨(43)는 한부모 가정의 엄마는 아플 권리도 없다고 했다. 죽을 권리는 더욱더 없다고 했다. 이 땅의 많은 한부모 엄마가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하는데, 그 줄에서 떨어지면 남아 있는 아이도 함께 추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배우 최진실씨는 그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허씨는 “미처 생각지 못한 대한민국 법 앞에서 발길이 얼어붙어 최진실씨가 이 땅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 피눈물을 흘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허씨는 “호주제 폐지라든가 엄마의 성을 따를 수 있는 것도 큰 변화이지만 그것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아이 키우는 건 외할머니한테 맡기고 아이들을 만나주지도 않던 아버지가 친권과 재산만 관리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이 너무 놀랍다”라고 말했다.

허씨는 딸아이가 자랐을 때 조금은 나아진 세상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최진실씨 문제에 나섰다고 말한다. 그 역시 혼자서 딸을 키우는 한부모 엄마다. 2007년 허씨는 미스맘(Miss Mom·아버지 없는 어머니)을 선언하고는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애달프게 소망했던 엄마의 꿈을 이룬다. 그해 12월31일 태어난 딸 별이에게는 자신의 성 허씨를 붙여주었다.

1989년 방송에 입문한 허씨는 매끄러운 진행 솜씨로 보조 진행자에 지나지 않았던 여성 MC를 남성 MC와 동등한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세이집 〈미소 한 잔 눈물 두 스푼〉 〈빛나라, 세상이 어두울수록〉 등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린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의 말솜씨보다 감수성이 풍부한 글에 빠진 사람이 적지 않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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