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과 결과의 경제학
나카무로 마키코 외 지음, 윤지나 옮김, 리더스북 펴냄

“얄팍한 사람은 운을 믿는다. 강한 사람은 원인과 결과를 믿는다.”

인간이 세상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알 수 있다면, 세계는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될지도 모른다. 바람직한 ‘결과’로 귀결되는 ‘원인’을 선택해서 행동하면 그만이니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인과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려고 노력하기보다 감(感)이나 경험 심지어 ‘근거 없는 썰’에 휘둘려 엉뚱한 투자를 하거나 회사·국가 차원에서는 정책 오류를 범하곤 한다.
이 책은 데이터가 한없이 양산되는 빅데이터의 시대에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능력’이 우리들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준다. 특히 데이터 해석과 인과 추론의 기법을 다양한 사례와 쉽고 적절한 비유를 통해 풀어주기 때문에 통계학을 모르는 비전공자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대한민국 독서사
천정환·정종현 지음, 서해문집 펴냄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사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가장 큰 이유다.”

1960년대 전혜린은 당시 대한민국에서 불가능했던 개인주의나 여성주의적 해방의 어떤 아련한 표징이기도 했다. 1970년대 문학비평가 김현은 대스타가 된 소설가 최인호를 만나 계속 대중소설가로 갈 건지 따지듯 묻기도 했다. 1980년대는 의협 또는 무협의 시대였다. 김영하의 실질적인 데뷔작이 〈무협 학생운동〉이었다. 1990년대 창비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소설 동의보감〉 등을 통해 운동의 구심에서 ‘자본’으로 비약했다.
해방 이후 지난 70년간 한국의 ‘독서문화사’를 돌아본 책이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외딴방〉 〈칼의 노래〉 등 익숙한 책들이 줄줄이 등장하는 것만으로 재미있다. 제목은 ‘독서사’이지만, 지성사·젠더사·대중문화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소오강호 1~8
김용 지음, 전정은 옮김, 김영사 펴냄

“화려한 빛깔은 눈을 멀게 하고 화려한 소리는 귀를 멀게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

중국 문화대혁명과 같은 시대에 홍콩 신문 〈명보〉에 연재되던 이 소설만큼 마오쩌둥은 물론 그 적들까지 신랄하게 비판한 문예 작품이 또 있을까? 중국의 신화적 작가 김용은 무협소설이지만 정치 풍자극이기도 한 이 작품에서, 젊은 협객 영호충의 시선으로 인간 본성의 추악한 면모들을 드러낸다. 등장인물들은 강호에서 ‘정(正)파’로 불리든 ‘사(邪)파’로 불리든 관계없이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사악한 음모와 잔혹한 폭력, 비굴한 아부와 무리 짓기를 서슴지 않는다. 작가에게 중국 문화대혁명의 참상은 매우 탁월한 소재거리였을 것이다. 영화 〈동방불패〉의 원작이기도 한 〈소오강호〉는 한국에서도 불법 복제판으로 널리 알려진 소설이지만, 이번엔 김영사가 김용의 세 번째 개정판을 완역해서 정식 출간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고나무·권일용 지음, 알마 펴냄

“프로파일러는 심리를 이용해 ‘마음 사냥꾼’을 사냥하는 사람이다.”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전 경정의 이야기를 담은 논픽션이다. 기자 출신 저자가 당시의 날씨, 공간, 외양까지 고려해 프로파일러의 연쇄살인 추적기를 상세하게 복원했다. 형사기동대 형사로 경찰 생활을 시작한 권 경정은 범죄심리 분석의 불모지에서 범죄자 수백명을 직접 인터뷰하며 한국 프로파일링의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 한국인에게 연쇄 살인이라는 단어를 깊게 새긴 유영철과의 인터뷰가 특히 눈길을 끈다. 권 경정은 인터뷰 후 범인이 살인 행위를 반추하고 되돌아볼 것이라는 낭만적인 추정을 한 것에 대해 스스로 반성한다. ‘영화나 책에 나오는, 살인 행위를 반추하고 기억하는 살인범이 아니다. 이게 바로 괴물이다.’ 범죄의 잔혹성이 아니라, 왜 괴물이 태어났는가에 집중한다.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김정선 지음, 포도밭 펴냄

“햄릿도 셰익스피어만큼이나 우울했던 인물이다.”

리뷰 소설이라는 장르가 눈에 들어온다. 우울감이 들 때마다 읽었던 셰익스피어 작품들에 대한 리뷰와 자신의 삶을 뒤섞어 소설로 탄생시켰다. 저자는 10년 넘게 뇌병변 장애를 겪고 있는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스스로도 지병인 탈장을 앓고 있다. 안구건조증까지 심해지자 일을 쉬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한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우연히 빼 든 셰익스피어의 희곡 1막 1장의 첫 문장을 읽고 온몸이 굳는 걸 느꼈다.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그때부터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찾아 읽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셰익스피어의 우울감을 발견한다. 대사도 없이 잠깐 등장하는 캐풀릿 가문의 하인 역할을 통해서다. 그가 셰익스피어의 분신 같았다. ‘너무 우울했던 나머지, 우울해하는 자신을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트
야스토미 아유미 지음, 박솔바로 옮김, 민들레 펴냄

“한국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난다면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 거의 틀림없어 보인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참사 때 일본 관방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어떤 폭발 현상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한 중학교에서 ‘이지메’로 인한 자살 사건이 일어나자 그 지역 교육위원회는 이렇게 발표했다. “따돌림과 자살의 인과관계를 반드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양한 요인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저자는 일본 사회의 이런 화법을 ‘도쿄대식 화법’이라고 비판한다. 그 자신 또한 도쿄 대학 동양문화연구소 교수다. 그는 학연과 지연으로 엮인 일본 엘리트 집단의 생태계를 ‘입장’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엘리트들이 어떻게 대중을 속이려 하는지 드러낸다. 덧붙여 한국의 엘리트는 어떤 기만 언어를 구사하는지, 한국 독자들에게 연구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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