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양한모

최강창민에게는 짝이 있다. 2003년 데뷔부터 15년을 함께해온 그룹 동방신기의 또 다른 날개 유노윤호다. 그 오랜 짝의 별명은 무려 ‘열정 만수르’. 그는 폭우가 쏟아지는 무대 위에서 ‘비에 지지 맙시다!’ 소리치며 전의를 불태우고 무대 위에서 바지가 찢어져 속옷이 노출되어도 결코 멈추는 법이 없는 열정의 불도저, 열정의 화수분 같은 인물이다. 일요일 저녁만 되면 한 줌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지는 현대인들이 앞다투어 ‘나도 유노윤호다’라는 검색어를 SNS 순위권에 올릴 정도로 시대를 대표하는 정열의 부적이 되어버린 그의 곁에서, 최강창민은 늘 반쯤 포기한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요?”

한 예능 프로그램이 이들을 칭한 ‘냉정과 열정’은 이렇게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사람의 스타일에 대한 가장 직관적인 묘사다. 이는 얼핏 동방신기의 지금이 이 세상의 것을 뛰어넘은 한 사람의 놀라운 열정을 연료 삼아 이루어졌다는 오해를 사기 쉽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최강창민의 냉정은, 뜨거운 만큼 다루기 힘들고 넘치는 에너지만큼 폭발하기 쉬운 상대의 성질을 이성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절해줄 수 있는 최종 레버다. 무엇이든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고 한번 시작하면 무조건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며 안광을 번뜩이는 유노윤호의 곁에서 최강창민은 모든 일에 끝장과 마무리가 꼭 필요한 건 아니라며 흐릿하게 웃는다. 그 표정과 말투에 끝장과 마무리의 심연까지 미리 보고 온 이의 피로가 느껴지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최강창민의 냉정이 이렇듯 단순한 냉기가 아닌 단단한 강도까지 품게 된 건 그가 지나온 만만치 않았던 세월 덕이다. 서울 중산층 가정 출신, 오디션이 아닌 학교 운동장에서 길거리 캐스팅으로 초고속 데뷔하게 된 과거 등 아직도 그의 이름에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엄친아’적인 면모는 사실 활동 초반 즈음 이미 소멸되었다. 오랜 시간 벼려진 그의 균형 잡힌 냉정은 비극이라면 비극일 수 있는 팀의 2인조 재편 이후 모두가 불가능이라 여겼던 것들을 차근차근 제자리에 배치해나가며 더욱 빛을 발했다. 그는 자신만의 능력보다는 ‘막내’라는 그룹 내 역할 수행에 충실해야 했던, 그룹 내 뛰어난 보컬이 많았던 탓에 일명 ‘고음 셔틀’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줄 수 없던 시절을 거쳤다. 그 시기를 지나 그룹을 재건하면서, 그의 타고난 성실함과 정도를 아는 노력은 확실한 장점으로 또렷이 거듭났다. 2인조 동방신기의 성공은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노력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트로피나 다름없었다.

더불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의 이러한 냉정이, 자기 분야 정상에 오른 적 있는, 심지어 그 정상을 충분히 유지하고 있는 자가 보여주는 냉정이라는 점이다. ‘내가 다 해봐서 안다’는 앞서신 분들의 팔짱에 ‘꼭 해봐야 아는 건 아니다’라며 고개 저을 수 있는 그만이 가진 냉정의 온도. 드물기에 더욱 소중하다.


기자명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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