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0일,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 함께 백두산에 올랐다. 그리고 천지에 가서 서로 손을 맞잡아 들어 올리고 사진을 찍었다.

형식적인 면에서 사진 자체는 평범하다. 구도도 색깔도 잘 찍은 기념사진 이상은 아니다. 하지만 이 사진은 ‘역사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국내외 언론을 타고 널리 퍼졌다.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싶기도 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9월20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 올라 맞잡은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백두산과 천지는 적어도 우리 민족에게는 신화의 근원이자 민족의 영산으로 여겨진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역사적 근거는 없는 듯하다. 우리 민족이 백두산에 최초로 정착한 것도 아니고 도읍을 정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백두산과 천지는 대한민국 ‘애국가’에 등장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김일성 장군의 노래’ 첫머리에 나온다. 이뿐 아니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중대한 결단이 필요할 때 백두산 천지에 올랐노라 전해지고,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을 통해 백두산에 오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 희망은 이루어졌다.

그래서 이 사진은 백두산 천지라는 신화적 장소에 남북 정상이 함께 올랐다는 사실이 겹친 ‘신화적 사진’이 될 조짐이다. 아니 이미 신화화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떤 사진이 신화화되는 것은 사진 자체 때문이라기보다는 주위의 여건과 상황에서 비롯된다. 저널리즘 사진도, 다큐멘터리도, 예술 사진도 마찬가지다.

사진이란 기묘한 물건이다. 분명히 과학적 원리에 따라 객관적인 방식으로 만들어낸 이미지이다. 모든 이미지가 그렇듯 여전히 주술적이고 미신적이며 신화적이다. 주술이란 아시다시피 과학적 인과관계를 벗어난, 소원 성취를 위한 방법이며, 미신과 신화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불가사의한 것들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이다.

사진은 이 모든 것의 반대 지점에 있다. 반드시 카메라와 빛과 피사체가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 있어야 한다.
즉 일종의 빛의 자국(index)이며 인과관계가 명확한 증거품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사진은 절대로 그렇게 읽히지 않는다.

사진은 어떻게 신화화되는가

한번 신화화된 사진은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것도 특징이다. 예를 들면 마릴린 먼로의 사진이 그렇고, 체 게바라 사진이 그렇다. 재생산되면서 의미는 퇴색하고 사라지지만 이미지는 남는다. 그 이미지들은 원본에서 한참 거리가 멀며 심지어 원본 자체도 의미가 없어지고 잊혀버린다. 어쩌면 그것이 사진이 신화화되는 최후 단계가 아닐까 싶다.

두 정상이 천지에 올라 찍은 사진은 어떨까? 한반도에서 핵이 모두 사라지고, 평화가 정착되면 무수히 재생산되면서 완벽한 신화적 이미지가 될 것이고, 만약 일이 잘못되면 한때 그럴듯했던 안타까운 쇼처럼 보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전자가 되기를 바라지만 사진 한 장의 운명이란 게, 우리 처지가 그러하듯 사진 외적인 것에 달려 있다는 점이 좀 우울하긴 하다.

기자명 강홍구 (사진가·고은사진미술관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