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0~21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있는 랜드마크호텔에서는 메콩강위원회(MRC: Mekong River Commission) 주도로 제5차 ‘메콩강위원회 지역 이해관계자 포럼(MRC regional stakeholder forum)’이 열렸다. 포럼에는 MRC 회원국인 라오스·타이·캄보디아·베트남의 정부 관계자, 댐 건설업자 등 500여 명이 모였다. 이들 외에도 아시아와 유럽의 여러 정부가 개발 파트너이자 재정지원국으로 MRC와 관계를 맺고 있다. 포럼에 참여한 독일 대사관 관계자는 “지금 라오스는 댐 건설업계의 가장 중요한 영업장이다”라고 말했다.

포럼은 라오스 정부가 현재 한창 추진하는 팍라이와 팍벵 지역 등지의 수력발전 계획에 대한 설명 및 차후 댐 건설 계획 등, 이미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을 요약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환경영향평가나 어업을 주제로 한 발표도 진행되었지만, 전반적으로 라오스 댐 건설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세피안·세남노이 댐 붕괴 사고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시사IN 김영미9월20~21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린 ‘메콩강위원회 지역 이해관계자 포럼’ 모습.

포럼 휴식 시간을 이용해 댐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한 오스트레일리아 엔지니어는 “라오스 댐 건설업계에서 세피안·세남노이 댐 붕괴 사건을 모르는 사람이 있겠는가. 하지만 라오스는 공개적으로 이 사건을 거론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당신도 이 사건을 공개적으로 꺼내지 않는 편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이번 포럼은 라오스 내 댐 공사 수주와 관련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사람들이 모인 자리여서 더더욱 라오스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듯 보였다. 

댐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국

이번 포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나라는 중국이었다. 중국의 댐 건설 관계자들은 활발히 주제 발표를 하며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티베트자치구에서 발원한 메콩 강은 중국 남부 윈난성-미얀마-라오스-타이-캄보디아-베트남 등 여섯 개 국가를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그 길이가 자그마치 4020㎞에 이르는 동남아시아 최대 강이다. 중국은 1995년 첫 댐 건설을 시작으로 수력발전용 댐 7개를 추가로 건설했다. 앞으로도 윈난성, 티베트, 칭하이 등 메콩 강 상류 지역에 댐 20여 개를 추가로 지을 예정이다.

중국의 상류 지역 댐 건설로 인해 메콩 강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하류 지역은 농업용수 부족 등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이에 앞서 이미 2009년 5월 유엔환경계획(UNEP)은 “중국의 댐 건설로 메콩 강의 유량과 흐름이 바뀌고 수질 악화와 생물 다양성 파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댐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중국에서는 메콩 강 상류를 란창 강이라고 부른다. 2016년에는 ‘란창강-메콩강 협력회의(LMC)’를 설립하고 막대한 투자와 경제협력을 약속하며 메콩 강 주변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해왔다. 사실상 기존 회의체인 MRC를 무력화하는 방식이었다.

기자명 비엔티안·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