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배터리’ 차질 우려하는 라오스
  • 비엔티안·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 호수 578
  • 승인 2018.10.1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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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정부는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댐 건설을 담당하는 라오스 정부의 부처(에너지광산부)를 찾았다. 라오스에 있는 댐 전문가들도 만나보았다.

<비엔티안 타임스>는 라오스 최대 일간 영자신문이다. 사회주의 사회라 국영 신문사인데, 그나마 이 신문은 세피안·세남노이 댐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 이후에도 후속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집권당인 인민혁명당 기관지 <파사송>, 국영 신문사 <비엔티안 마이> 등 현지어로 된 신문에서는 후속 기사를 찾을 수 없다. 이에 대해 <비엔티안 타임스> 고위 관계자는 “(보도 통제는) 정부 방침이다”라고만 설명했다. 라오스의 한 일간지 기자는 이렇게 전했다. “라오스 기자들은 모두 공산당원이다. 이번 사고로 차후 예정된 수많은 댐 건설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보도 통제는 당연한 일이다.” 이 기자는 앞으로 만날 취재원의 실명을 되도록 밝히지 말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당신이 쓴 기사에서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와 관련해 라오스 정부에 불리한 내용을 언급하는 취재원은 체포를 당하는 등 고초를 겪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이코노미스트 연구소(EIU)가 매년 발표하는 ‘민주주의 지수’에 따르면 라오스는 2017년 기준 전체 167개국 중 151위다.

ⓒ시사IN 이명익세피안·세남노이 댐에서 생산된 전력의 90%는 타이로 수출할 예정이었다.
아래는 라오스의 송전탑.

라오스 정부는 이번 사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9월19일 취재진은 라오스 내 모든 댐 건설을 담당하는 에너지광산부(한국으로 치면 산업통상자원부)를 찾아갔다. 공무원들은 세피안·세남노이 댐과 관련한 언급 자체를 꺼렸다. 담당자라도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해, 창세벵 에너지광산부 정책기획국장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취재를 거부하며 이렇게 말했다. “현재 사고조사위원회가 꾸려져 조사 중인 사안이라 인터뷰는 적절치 않다. 우리는 이 사고를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 생각하며 SK건설과 긴밀하게 논의 중이다. 이미 SK건설 측은 긴급 구호자금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이만하면 SK가 최선을 다한다고 본다.”

취재진은 캄마니 인티라스 에너지광산부 장관 인터뷰를 공식 요청했다. 캄마니 인티라스 장관은 지난 7월 RFA(Radio Free Asia)와의 인터뷰에서 “댐 공사가 기준에 미치지 못한 데다 예상치 못했던 폭우가 내리면서 보조댐이 붕괴된 것 같다”라고 사고 원인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인터뷰 요청은 거절당했다.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고 공무원들에겐 함구령이 떨어졌지만, 라오스 국민들은 댐 붕괴 사고를 알고 있었다.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와 친인척을 통한 입소문을 통해서다. 수도 비엔티안에서 만난 한 시민은 “친척이 붕괴 사고의 피해 지역에 살았는데 진흙이 가슴팍까지 올라와서 간신히 헤치고 나왔다. 조카는 나무 위로 올라가서 목숨을 구했다. 이들은 그곳에서 살기 힘들어 현재 우리 집으로 피신해 있다”라고 말했다.

ⓒEPA7월25일 통룬 시술릿 라오스 총리(오른쪽)가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 이재민이 머무는 대피소를 방문했다.

라오스의 주력 산업은 농업이다. 690만 인구의 75% 내외가 농업에 종사한다. 재배 기술이 부족해 생산성이 낮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2705달러 수준인 라오스 정부는 일찌감치 신성장 동력을 메콩 강에서 찾았다. 바로 수력발전이다. 메콩 강은 총길이 4020㎞에 유역 면적이 80만㎢에 달한다. 중국 티베트 고원에서 시작해 윈난성을 거쳐 미얀마-라오스-타이-캄보디아-베트남을 지난 뒤 남중국해에 이른다. 총길이의 37%에 달하는 1500㎞가 라오스를 통과한다. 라오스 정부는 연평균 강수량이 1800㎜에 이를 정도로 비가 많이 내리고 국토의 70%가 산지인 점도 다목적댐 운영에 유리하리라 보았다. 1986년부터 외국인 투자를 허용했는데, 라오스 정부는 이때부터 약 66억 달러(약 7조4350억원)를 메콩 강 유역 수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쏟아부었다. 이렇게 해서 현재 운영 중인 수력발전소만 46개. ‘동남아시아 배터리’ 계획은 현재진행형이다. 라오스 정부는 2025년까지 모두 145개 발전소를 운영해 전력 생산능력을 2만9931㎿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고가 난 세피안·세남노이 댐도 이 계획 중 일부였다. 이 댐에서 생산된 전력의 10%만 국내용으로 사용하고 90%는 타이로 수출할 예정이었다.

전문가들이 보는 붕괴 사고 원인은?


라오스 정부가 수력발전을 미래 먹거리로 삼으면서 수도 비엔티안에는 전 세계 댐 관련 회사와 전문가들이 입국해 활동하고 있다. 댐 공사 수주를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보는 붕괴 사고 원인은 무엇일까? 취재진은 외국 기업 댐 전문가들을 만났다. 이들은 이번 붕괴 사고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큰 화제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역시 라오스 정부의 눈 밖에 나는 것을 우려해 더 이상 언급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공사 수주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일부 댐 엔지니어는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했다. 한 프랑스 기업 엔지니어는 “지하 터널을 통한 낙차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파워스테이션이 댐 남서쪽에 위치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본댐 등 저수지에 수량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본댐과 보조댐 등은 인근 지역의 흙과 자갈을 사용한 사력댐(흙과 자갈을 섞어 둑을 만든 댐)이다. 사력댐은 이론적으로 물을 가득 채우는 만수위에 다다르면 붕괴 위험이 있다. 반면 콘크리트 중력댐은 물이 댐을 넘어 흘러도 안전하다”라고 말했다. 이 엔지니어는 “세피안·세남노이 댐 발전소는 2019년 2월부터 가동할 예정이었다. 건기인 이때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물을 많이 가두어놓았을 것이다. 건기 때 전기료를 더 많이 받고 타이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만난 또 다른 엔지니어는 “콘크리트 중력댐도 크랙(균열)이 생기면 복구가 쉽지 않은데, 사력댐에 크랙이 발생하면 속수무책이다.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라고 말했다.

ⓒSK그룹 제공7월2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주한 라오스 대사에게 댐 사고 구호금 1000만 달러를 전했다.

라오스에서 댐 관련 시설 등이 무너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12월 라오스 남동부 세콩 주에서 운전 중인 쎄까만 3댐의 터널이 붕괴했고, 지난해 9월 북동부의 시앙쿠앙 주에서는 85%가량 건설된 15㎿급 남아우 수력발전댐이 무너졌다. 남아우 수력발전댐은 이번 댐에 비해 규모가 작아 피해가 크지 않았다.

라오스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붕괴 사고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취재진은 라오스 국립대학을 찾았다. 공과대 소속 한 교수(토목공학 전공)는 “사력댐은 상대적으로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의 장점이 있다. 콘크리트댐을 지으려면 오지에 레미콘 차량이 드나들 정도로 길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공사 기간이 늘어나고 비용 규모도 커진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가 지적한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이라는 사력댐의 장점은 국내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1967년 4월 착공해 1973년 10월에 완공된 소양강댐은 완공 당시 사력댐으로서 동양 최대였다. 소양강댐은 원래 콘크리트 중력댐으로 설계되었다. 콘크리트 중력댐 건설을 위해서는 시멘트와 철근 등을 옮겨야 하는데, 건설 당시 강원도까지 운송할 방법이 없었다. 당시 경춘선을 복선으로 만들거나, 경춘가도를 4차선으로 확장해야 가능했다.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은 흙과 돌로 만드는 사력댐이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시공사 처지에서도 공사비가 올라가면 남는 이익이 별로 없었다(<월간조선>, ‘콘크리트 중력댐이 흙과 모래의 사력댐으로 바뀐 내막’, 2010). 이 교수는 “사력댐이라도 설계와 시공이 제대로 되면 쉽게 붕괴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1995년 4월 라오스, 타이, 캄보디아, 베트남 4개국의 대표는 ‘메콩 강 유역의 지속적 개발을 위한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4개국이 참여한 국제기구 메콩강위원회(MRC:Mekong River Commission)가 꾸려졌다. 취재진은 MRC 사무실도 찾아갔다. MRC 역시 세피안·세남노이 댐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여러 차례 설득 끝에 한 지질학자가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MRC의 4개 부서 중 환경부에서 연구하는 학자였다. 그는 “붕괴 사고 당시 우기에 태풍까지 겹쳐 아타프 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수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다. 보통 사력댐은 겉은 콘크리트라 하더라도 안은 흙과 자갈이다. 다른 형식의 댐에 비해 시공 중 비의 영향을 받기 쉬운데, 특히 점토분이 많은 토질을 사용할수록 그 영향이 크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이명익메콩 강(아래)은 티베트 고원에서 시작해 윈난성을 거쳐 미얀마-라오스-타이-캄보디아-베트남을 지난 뒤 남중국해에 이른다.

취재진은 붕괴 사고 현장인 새들 D 인근과 새들 C 흙을 채취했다. 이 흙을 어디서 채취했는지 밝히지 않고 라오스 정부기관인 ‘라오스 토목공학 컨설턴트(Lao Transport Engineering Consultant)’에 분석을 의뢰했다. 이 기관에 따르면 흙은 미사질 식토(silty clay:국제토양학회 분류에 의한 토성의 명칭으로 점토 함량이 25∼45%, 미사가 45% 이상인 토양)였다. 붕괴 사고가 난 아타프 주 토양 대부분이 이런 미사질 식토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려한, 국내 대기업 건설사의 댐 시공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도 인도네시아에서 수주를 받아 댐을 건설했다. 이번 사고가 난 댐과 구조가 유사하다. 지하 터널을 뚫어 낙차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우기 때 토질은 우리가 통상 생각하는 흙이 아니다. 굉장히 흐물흐물하다. 이를 보강하기 위해 설계도에 흙과 자갈 강도 등이 다 규정되어 있다. 문제는 현장에서 시공을 해보면, 설계도대로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도 공사 중 지하 터널이 붕괴되기도 했다. 그러면 다시 안전점검을 하고 설계 변경을 해야 한다. 현장에서 그런 게 제대로 지켜졌을까? 이번 사고 원인을 가장 잘 아는 이는 현장에 있었던 SK건설 관계자들일 것이다.” 

붕괴 사고 직후 이언 베어드 위스콘신 대학 지리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는 공사 과정의 결함과 폭우가 예상된 시점에 너무 많은 물을 저장하기로 한 결정, 이 두 가지 이유로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 환경단체 ‘인터내셔널 리버’의 마우린 해리스 씨는 영국 BBC와 한 인터뷰에서 “이번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는 라오스의 댐 건설과 관리 계획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다른 댐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또 다른 재앙을 예방하는 측면에서 즉각적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라오스 정부는 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붕괴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라오스 정부의 조사가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었다. 라오스에 들어와 있는 외국 댐 전문가들은 “라오스는 매우 통제된 국가이며, 세피안·세남노이 댐 공사 전반에 관해 정확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입을 모았다. 현지 사무실을 둔 핀란드 댐 건설 관계자 역시 “조사위원회 결과가 나온다고 한들 어디까지 진실인지 알 수 없다. 우리는 자연재해로 결론이 나리라 예상하고 있다. 이는 SK건설과 라오스 정부 모두에게 행복한 결론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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