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전화가 오기에는 다소 늦은 시각이었다. 의사는 검사 소견을 전하며 내일이라도 당장 병원으로 오라고 재촉했다. 되물었다. “이렇게 아무런 증상이 없을 수도 있나요?” 김민아 노무사(39)는 3년 전 위암 판정을 받았다. 이어진 수술과 항암 치료로 보낸 1년은 ‘먹어왔던 것’과 ‘해왔던 일’을 되짚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업무에 복귀한 후 김 노무사가 가장 공들인 프로젝트 하나가 얼마 전 시작됐다. 2030 세대 노동을 다룬 책 〈자비 없네, 잡이 없어〉(서해문집 펴냄)에 참여하면서 직장 내 불합리에 대해 ‘하소연할 데 없는’ 청년들을 만난 것이 계기였다. 한 달에 한 번 점심시간을 이용해 ‘맛있는 노동법’이라는 소규모 강의를 기획했다. “직장 다니는 젊은 친구들이 저녁 시간이나 주말에 따로 시간을 내서 강의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삶이 여유롭지 못해요. 그래서 점심시간에 그들이 있는 곳으로 ‘내가 가자’ 생각했죠.”
첫 강의는 9월14일. 서울 강남역 부근 공유 오피스에서 ‘근로시간과 수당’을 주제로 40분간 인근 직장인들을 만났다. “한국 노조 조직률이 10% 정도밖에 안 되잖아요. 직장 생활하다 보면 억울한 게 많은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분이 많아요. 노동법이 너무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인데, 이렇게 홀대받는다는 게 사실 말이 안 되죠. 강의할 때 노동 3권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것부터 시작해요.”
강의만 하는 건 아니다. 강의 시간이 점심시간인 만큼 음식도 준비했다. 이번에는 직접 만든 감자에그모닝롤과 SNS에서 입소문을 타 90초면 한 달치 주문이 마감된다는 남해중현떡을 마련해뒀다. “음식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고 손도 큰데 할 시간이 없었죠(웃음). 병과 다투는 동안 생각해보니 저는 일하면서 아무거나 먹거나, 아예 먹지 않거나 둘 중 하나였더라고요. 직장 내 문제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잘 먹고 잘 사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의 참가자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음식을 준비했어요.”
10월부터는 이한빛 PD 사망 이후 만들어진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도 소규모 상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름하여 ‘임금명세서 씹어 먹기’. 임금명세서를 가져오면 문제점을 체크해주는 개별 상담 형식이 될 예정이다.
김 노무사가 진행하는 ‘찾아가는’ 강의와 상담 일정은 노동교육센터 늘봄(www.facebook.com/laborspring)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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