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의 〈진달래꽃〉. 지금에 와서 더 덧붙일 말도 없을 것 같은 이 유명한 시집을 다시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 라고 나도 생각했다. 소월의 시는 친숙하지만 그 안에 담긴 슬픔은 뭔가 낯설다. 슬픈데 도대체 왜 슬픈지 딱히 설명하기 힘들다. 이 이상한 슬픔의 정체를 나는 이 책을 편집하며 알게 되었다. 그의 모든 시에는 죽음이 깔려 있다는 것, 망자가 함께한다는 것을. 저자는 무당굿의 구조로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읽어나간다. 죽은 자와의 영매 체험이라는 일관된 관점에서 다시 읽은 〈진달래꽃〉은 한판 굿이었고, 극적인 이야기 속에는 당대 사회와 인간의 고통이 담겨 있었다. 깊어가는 가을, 소월의 시가 지닌 위로와 치유의 몸짓을 느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 이번 호로 ‘편집자가 추천하는 책’ 연재를 마칩니다. 수고해주신 필자와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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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를 사로잡은 마성의 출판사
편집자를 사로잡은 마성의 출판사
천혜란 (남해의봄날 편집자)
새로운 책을 접할 때면 보통 작가나 그 책 자체에 먼저 집중하고 이후에 그 책을 낸 출판사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이국적인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핸드메이드 아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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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에 갇힌 우리, 진짜 집을 찾아서
우리 안에 갇힌 우리, 진짜 집을 찾아서
김구경 (고래뱃속 편집장)
책장을 넘기면 동물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동물원’을 소개합니다. 목이 기다란 기린을 배려한 키다리 식탁, 방귀 냄새가 지독한 스컹크를 위해 강력 탈취 시스템을 갖춘 청결한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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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그물망을 통과하는 묘미
유럽의 그물망을 통과하는 묘미
이정우 (도서출판 책과함께 인문교양팀 팀장)
책 표지에서 저자는 ‘지은이’로 소개된다. 여기에 짧은 글을 쓰는 일과 책을 쓰고 만드는 일의 차이가 드러난다. 건축가가 건물을 설계하듯, 저자는 목차라는 구성과 얼개를 세워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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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설이 마음을 흔들어서
그의 소설이 마음을 흔들어서
김수현 (〈한겨레출판〉 편집자)
내 취향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책을 만들 때면 마음이 크게 흔들려서 ‘내가 좋아하는,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이 책을 꼭 읽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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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허수경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
시인 허수경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
오은 (시인)
누나, 나는 이제야 편지를 써. 누나의 투병 소식을 듣고도 쓰지 못했던 편지를, 이제야 써. 몇 번이나 쓰려고 했는데, 두 줄 이상을 쓸 수 없었어. 너무 슬펐어. 너무 괴로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