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쇼케이스 사회를 본다. 대개 신보를 소개하는 자리인데 물론 모든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나만의 기준을 엄격하게 준수한다는 의미다. 뭐, 기준이라고 해서 특별한 건 아니다. 그 뮤지션의 전 앨범이 좋았을 경우에만 마이크를 잡고 사회를 본다.

최근에도 이런 뮤지션을 한 명 만났다. 바로 서사무엘이다. 서사무엘은 음악 좀 듣는 팬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이름이다. 뭐랄까. 그런 뮤지션 있지 않나. 90%는 채워졌는데 나머지 10%, 즉 기회라는 이름의 운만 맞는다면 더 큰 존재감을 발휘할 게 확실한 뮤지션. 서사무엘이 정확히 이런 케이스다. 부디 이 글을 읽고 그의 음악을 먼저 챙겨서 나중에 그가 이른바 떴을 때 “난 예전부터 팬이었어”라고 자랑스럽게 선포하길 바란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게 별거 아니다.

ⓒ연합뉴스2017년 2월28일 서사무엘이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인터뷰에서 그가 언급한 다음 두 단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머니 코드’와 ‘포드주의(Fordism)’다. 그는 음악가의 양심에 대해 밝히는 자리에서 계산하지 않고, 최대한 다양하게 보여주는 게 목표라면서 ‘머니 코드’를 경계했다. 다른 인터뷰에서는 음악계에 만연한 ‘포드주의’가 싫다면서 차기작에서는 상업성을 완전하게 배제할 거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도착한 서사무엘의 새 앨범이 바로 〈유니티(Unity)〉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의 결심은 허언이 아니었다. 음악적 측면에서 〈유니티〉는 ‘더 나아가지 않아서 도리어 인상적인’ 앨범이다. 예를 들어볼까. ‘킵 잇 심플(Keep It Simple)’의 경우, 원래 버전은 아주 복잡한 편곡으로 이뤄져 있었다고 한다. 그는 모든 장식을 제거하고 곡을 제목에 맞게 목소리와 연주자의 직관적인 호흡으로만 가다듬었다. 이 지점에서 〈유니티〉가 그의 전작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을 설명해야 한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그건 ‘솔로’와 ‘밴드’의 차이와 거의 동일하다.

즉, 〈유니티〉는 일차적으로 밴드 하모니로 일궈낸 ‘합(合)’을 상징한다. 그는 녹음을 위해 탁월한 실력을 지닌 연주자들을 초대했다. 그들의 연주력은 얼마 전 있었던 앨범 발매 기념 공연에서 증명된 바 있다. 정말 과장 하나 안 보태고 1초도 지루할 틈이 없는 라이브였다. 서사무엘은 날개를 단 듯 분위기에 취한 와중에도 탁월한 보컬 능력을 들려줬다. 이런 게 바로 밴드 라이브를 듣고 보는 쾌감이구나 싶은 무대였다.

이 앨범만의 인력(引力), 여기에 있다

더 나아가 〈유니티〉는 이전까지 자아를 노래하던 서사무엘이 관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즉, 의식적인 차원에서는 확장을 추구했지만, 음악에서는 반대로 심플한 면모를 추구한 셈이다. 듣는 이들은 수록곡들이 품고 있는 자연스러운 여백에 더 집중해야 한다. 거기에 이 앨범만의 인력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그것은 ‘재즈 인 마이(Jazz In My)’에서 들리는 매력적인 샤우팅이 될 수도 있고, ‘보잉(Boeing)’의 매끈하고 세련된 후렴구가 될 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재즈 어프로치와 멜로디가 돋보이는 첫 싱글 ‘해피 아보카도(Happy Avocado)’를 선택해도 좋다.

이렇게 서사무엘은 자기 인장을 확실하게 찍어내며 이제 자신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노래한다. 앞서 언급했듯 그에게 남은 건 이제 딱 하나다. 이것만 채워진다면 그는 더 큰 이름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럴 정도로 〈유니티〉는 뛰어난 앨범이다.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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