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호소’ 그 이후…
  • 전범진 인턴 기자
  • 호수 572
  • 승인 2018.09.0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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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특수학교 두 곳이 추가된다. 8월6일 서울 서초구 나래학교, 8월7일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가 공사를 시작했다. 특히 주민 반대가 극심했던 서진학교 공사 예정지를 7월31일 찾았다. 공사 현장 맞은편인 강서한강자이 아파트 도로변에는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줄지어 붙어 있었다. “특수학교 하나 없는 너희 동네부터 먼저 설립하라!” 지난 3월부터 주민 카드 없이는 아파트 단지에 출입할 수 없도록 일부 출입구에 자동문 펜스가 설치되었다.

ⓒ전범진서울 강서구 서진학교 공사 현장에는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줄지어 붙어 있다.

이은자 전 서울장애인부모회 부대표는 서진학교 설립을 위해 2013년부터 활동해왔다.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오랜 기간 싸워온 많은 부모들처럼, 이씨의 딸 안지현씨(20) 역시 이미 학교에 진학할 나이가 훌쩍 지나버렸지만 여전히 특수학교 설립을 포기하지 못했다. 어디선가 학교를 기다리고 있을 수많은 ‘지현이들’ 때문이다. “삽을 뜬다고 하는데 학교가 완성되고 개교해야 비로소 믿어질 것 같아요.” 사람들은 이씨를 비롯한 엄마들이 무릎 꿇은 일을 기억하지만, 이씨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주민들의 반대는 장애 아이를 키워온 엄마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죠. 그런데 부지 선정부터 설계, 각종 승인이나 검토까지 확인하고 요구하지 않으면 진전이 안 돼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6년 동안 매일매일 똑같은 벽에 부딪히며 여기까지 왔어요.” 기약 없는 투쟁에 지쳐 부모회를 탈퇴했다가, 아이들 생각에 다시 돌아오는 부모도 있었다.

이씨는 반대를 이어가는 주민들에 대해서도 도덕적 잣대로 비판하기보다, 직접 서진학교를 오가는 아이들을 보며 자신들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난해 11월, 서울시는 강서구에 자치구 가운데 최초로 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열었다. 이씨는 비상근 센터장으로 센터에 찾아오는 장애인 가족을 상담하고 있다. 동시에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싸우는 다른 지역 장애인 가족들과 함께하는 연대활동 역시 이어가고 있다. “강원도 동해시도 주민 반대로 특수학교 설립이 멈춰 있는데, 얼마 전 찾아오겠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저희 역시 서진학교를 위해 싸우면서 자기 일이 아닌데도 함께 목소리를 내준 분들의 도움을 받아왔어요. 이제는 저희가 지원을 해야죠. 저희는 경험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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