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물류센터 ‘알바생’의 황망한 죽음
  • 대전·청주/ 김동인 기자
  • 호수 572
  • 승인 2018.09.0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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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6일 CJ대한통운 물류터미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한 대학생이 감전으로 사망했다. 이번 사고는 비숙련 노동, 업체의 안전 불감증, 외주 고용 등이 결합된 구조적인 문제에 가깝다.

김기명씨(55·가명) 부부는 맞벌이를 하며 사내아이 둘을 키웠다. 풍족하지는 않아도, 남부러울 것 없는 중산층 가정이었다. 형제는 아버지를 닮아 키가 컸다. 특히 스물두 살 막내는 붙임성 좋고 애교도 많았다. 대전에 있는 국립대 전기공학과에 진학한 막내는 훗날 한전에 들어가서 일하고 싶어 했다. 일찌감치 군대를 다녀와 9월 복학을 앞두고 있었다. 김씨 부부는 두 달 전 전역한 막내아들에게 굳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엄마 아빠가 열심히 노력해온 만큼 그 정도 여유는 만들었다고 자부했다. 자식들이 돈에 대한 부담 없이 공부에 집중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김씨 부부의 막내아들 민수씨(22·가명)는 용돈을 스스로 벌고자 했다. 부모한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 했다. 8월5일 오후, 민수씨가 “괜찮은 당일치기 아르바이트가 있다”라며 충북 청주 집을 나섰다. 대전 CJ대한통운 물류터미널로 떠나기 직전, 그는 가족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저는 청주체육관에서 버스 기다리는 중(오후 5시57분).” 단톡방에 어머니가 답장을 남겼다. “아들 잘 하고 와^^♡♡♡.” 김씨 부부는 아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알지 못했다. 이날 나눈 대화 이후 단톡방은 얼어붙었다.

8월6일 새벽 4시30분, 함께 아르바이트를 나간 아들 친구 이정민씨(22·가명)가 김씨 부부에게 다급히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수화기 너머로 이씨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씨는 “민수가 지금 감전 사고를 당했고, 숨을 쉬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물류센터에서 일한 그날 밤, 민수씨는 컨베이어 벨트 아래를 청소하다 전기가 흐르는 기둥에 몸이 닿아 변을 당했다. 사고 발생 시각은 새벽 4시12분, 아르바이트 종료 시간을 겨우 40여 분 남겨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친구의 감전을 눈앞에서 목격한 이씨는 전기가 흐르는 민수씨의 다리를 붙잡고 떼어내려 안간힘을 썼다. 이씨의 두 팔에도 전기가 흘렀다. 민수를, 내 친구를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누전 차단기는 바로 내려가지 않았다. 라인이 멈춘 건 감전된 지 30초 이상 지난 뒤였다. 몰려든 작업 인부들 사이에서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저기 누전되는데 대체 누가 청소시킨 거야?” 인근 대학병원에 도착한 시각은 4시50분경. 이미 민수씨의 뇌는 한참 동안 산소 공급이 멈춰 있었다. 민수씨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열흘을 버텼다. 그리고 8월16일 새벽, 끝내 가족 곁을 떠났다.

ⓒ시사IN 이명익김민수씨(가명)는 청주 목련공원 납골당에 안치되었다.
사진은 김씨의 유골함 곁에 놓인 친구들의 편지.

주변 사람들에게는 허탈하고 황망한 죽음이었다. “어떤 기계든 접지가 되어 있어야 했다. 애초에 누전이 됐다면 차단기가 내려갔어야 하지 않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고다.” 8월21일 청주에서 만난 아버지 김기명씨는 이렇게 말했다. 김씨의 눈은 여전히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8월18일 발인을 마쳤지만, 여전히 민수씨의 빈자리는 크다. 어머니는 사고 직후 중환자실에 누워 있던 민수씨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충격으로 두문불출하고 있는 어머니는 민수씨가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남긴 단톡방마저 나갔다. 김씨 역시 아들의 죽음 이후로 일상이 무너졌지만, 아들 또래 친구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언론 앞에 나서게 되었다. “사고 원인에 대해 진상이 규명되고, 오너가 됐든 안전관리 책임자가 됐든 책임져야 할 사람이 제대로 처벌받아야 한다. 다시는 우리 아들 같은 사고가 없어야 하지 않나.”

사고 전, 누전 사실 알려준 직원 없어

사고 현장을 목격한 이정민씨도 정신적인 충격이 컸다. 민수씨와 이씨는 중학생 때부터 함께 자란 10년 지기다. 처음 CJ대한통운 물류터미널 아르바이트를 함께하자고 권유한 것도 이씨였다. 상대적으로 집안에 여유가 있던 민수씨와 달리,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못했던 이씨는 전역하자마자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었다. 당초 함께 일하던 친척 동생이 아르바이트를 못하게 되자, 이씨는 민수씨에게 SOS를 청했다. 두 친구가 컨베이어 벨트에서 택배 분류 작업을 한 그날 밤도 27℃에 달하는 열대야였다. 냉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곳에서 두 친구는 다른 작업자들처럼 윗옷을 벗고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 9시간 동안 선 채로 일했다.

ⓒ시사IN 이명익대전 대덕구에 위치한 CJ대한통운 물류터미널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이 윗옷을 벗은 채 작업하고 있다.
김민수씨는 누전이 일어난 곳을 청소하다가 감전되었다.

감전된 민수씨를 컨베이어 벨트 아래에서 꺼내려다 이씨 역시 부상을 입었지만, 아르바이트를 멈출 수는 없었다. 사정상 계속 돈을 벌어야 하는 이씨는 친구가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구미에 있는 부품공장에서 일했다. 주말인 8월18일, 주중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나서야 이씨는 민수씨의 빈소를 찾았다.

뒤늦게 사고 소식을 접한 친구들도 황망해했다. 8월22일, 민수씨가 잠들어 있는 청주 목련공원 납골당에는 민수씨의 친구들이 남겨둔 편지가 매달려 있었다. “거기서라도 편하게 놀면서 기다려. 내가 좀 늦게든, 일찍이든 가긴 갈 거니까. 군에서도 일하고, 나와서도 일하고, 거기서도 일하면 나 좀 화날 것 같다.”

당시 사고가 일어난 현장은 ‘신탄진 허브(Hub)’라고 불리는 CJ대한통운의 대형 물류터미널이다. CJ대한통운은 대전광역시 대덕구 읍내동에 있던 ‘제1터미널’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2011년 대덕구 문평동 대덕산업단지에 ‘제2터미널’인 ‘신탄진 허브’를 새로 지었다. 축구장 8개 반 크기(6만9251㎡)인 이곳은 국내 1위 택배사인 CJ대한통운의 척추와 같은 곳이다.

CJ대한통운은 택배 대부분을 ‘허브 앤드 스포크(Hub & Spokes)’ 시스템으로 처리한다. 물량을 한 번에 한곳으로 모은 뒤, 지역별로 재분류해 보내는 방식이다. 가령 충남 천안시에서 인근 아산시로 택배를 보내더라도, 반드시 대전 허브 터미널에 들러 재분류를 거쳐야 한다. 그게 더 빠르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전국 어느 지역이든 이동하기 편한 위치 덕분에 신탄진 허브는 전국 5개 허브 터미널 가운데 가장 많은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전국에서 몰려드는 물류 트럭으로 인해 경부고속도로 신탄진IC가 상습 정체구역으로 꼽힐 만큼 전국에서 가장 분주한 물류터미널이다.

신탄진 허브 개소 당시 CJ대한통운은 최신식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했다고 자랑했다. 여전히 택배 세부 작업은 ‘사람 손’이 필요했다. 인력이 필요한 일은 셋으로 나뉜다. 택배를 트럭에서 내리는 ‘하차’ 작업, 각 라인에서 세부 지역별로 물류를 ‘분류’하는 작업, 다시 지역별 택배 상자를 트럭에 싣는 ‘상차’ 작업이다. 각 단계 모두 대규모 인력 동원 없이는 운영이 어려운 노동 집약 시스템이다. 사망한 민수씨가 투입된 곳은 ‘분류’ 작업이었다. 상·하차 작업에 비해 힘은 덜 들지만, 라인이 멈추면 안 되기 때문에 늘 긴장해야 하는 일이다. 민수씨는 사고 직전까지 종일 컨베이어 벨트 옆에 서서 일했다.

ⓒ시사IN 이명익8월6일 새벽에 사고를 당한 김민수씨는 열흘 만에 숨을 거뒀다.
아래는 충북 청주시 자택 인근에서 만난 민수씨의 아버지 김기명씨(가명).

물류는 흐름이 끊기면 전체가 멈춘다. 신탄진 허브는 쏟아지는 물량을 제 시간에 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 대부분을 여러 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외주화했다. 각 업체는 경쟁적으로 비정규 인력을 모으고, 끊임없이 작업자가 바뀌는 방식으로 라인이 가동되었다. 사망한 민수씨도 CJ대한통운의 하도급 업체인 K사와 계약된 아르바이트생이었다. 2007년 설립된 K사는 설립 당시부터 대한통운 ‘제1터미널(읍내동)’에서 용역 도급을 맡았다.

민수씨가 당일 받기로 한 임금은 약 9만원(9시간30분 근무).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벌 수 있기 때문에 단기 아르바이트가 필요한 젊은이들이 많이 지원한다. 민수씨처럼 대전 외곽에서도 당일치기로 인원을 모집한다. 세종, 충북 청주 같은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전북 익산, 충남 천안, 대구광역시처럼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당일치기 인력을 뽑아 셔틀버스로 실어 나른다. K사와 마찬가지로 신탄진 허브에 인력을 공급하는 C사는 민수씨가 사망한 이후에도 아르바이트 모집 사이트에 이런 구인공고를 올려두었다. “신 터미널이라 깨끗하고 겨울에도 따뜻한 현장입니다.” “초보자도 망설이지 말고 연락 주세요. 옆에서 팀장, 팀원, 경력자분들이 도와주고 이끌어드립니다.” 사고 전에 민수씨와 이씨에게 누전 사실을 알려주거나, 사고 당시 곧바로 전기를 차단한 팀장·팀원·경력자는 없었다.

사고 당시 CCTV가 방송 뉴스를 통해 공개되자, 윗옷을 벗고 일할 수밖에 없는 노동환경도 도마에 올랐다. 8월21일 취재진이 찾은 읍내동 1터미널과 문평동 2터미널(신탄진 허브) 현장도 사고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오전 11시, 읍내동 1터미널에는 여전히 젊은 남성들이 윗옷을 벗은 채 일하고 있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에 따르면 택배 물류터미널은 외부에 열려 있는 상태에서 일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온열 작업장’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용광로같이 고열을 내뿜는 시설이 따로 있지 않다. 엄밀하게 따지면 폭염에 제대로 대응했는지 점검해야 할 대상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작업자들은 도저히 윗옷을 입고는 일을 할 수 없을 만큼 더위가 심하며, 상온인 만큼 폭염에도 취약하다고 말한다. 폭염 시 적정 휴식을 취해야 하지만, 물류 작업 특성상 라인을 멈추고 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온열 질환 예방’이 사실상 무의미한 현장인 셈이다.

일부 다른 라인에서도 추가 누전 확인


이번 사망 사고는 숙련이 필요치 않은 노동, 안전에 무덤덤한 작업장, 외주에 의존하는 고용 형태가 결합한 구조적인 문제에 가깝다. 그러나 민수씨의 사망 사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유가족과 지역사회는 원청인 CJ대한통운과 인력을 수급하고 관리·감독하는 하도급 업체 K사 모두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 여부가 결정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감전 사고에 대해 원청 및 하청 업체 측 과실치사 여부를 수사 중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현장 감식 및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도 민수씨가 사망한 직후인 8월17일부터 24일까지 정기 감독을 진행하며 신탄진 허브에 있는 45개 컨베이어 벨트를 전수조사했다. 민수씨가 일하던 라인 외에도, 일부 다른 라인에서 추가 누전이 확인되었다. 해당 라인은 작업을 중지시켰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조사 중이라 자세한 감독 진행 상황은 설명하기 어렵다. 다만 조사 결과 과실이 밝혀지면 원·하청 법인과 관련 인사들에 대한 사법 처리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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