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빌딩에서 발견된 ‘MBC 인적 쇄신’ 문건
  • 김연희 기자
  • 호수 572
  • 승인 2018.09.0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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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빌딩 문건’을 두고 이명박 피고인의 변호인은 “압수물은 대통령기록물이라 민간에 공개하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증거로 못 쓰게 하려는 것 아니냐고 맞섰다.
■ 8월17일 이명박 횡령·뇌물 등 20차 공판

이명박 피고인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22억여 원을 받은 혐의에 대한 증거조사가 끝났다. 검찰 주장과 이팔성 전 회장이 작성한 비망록 내용을 이명박 피고인은 전부 부인했다. 이어진 오후 재판에서 검찰은 이 피고인이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4억원),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5억원), 손병문 ABC상사 회장(2억원), 지광 스님(3억원)한테 뇌물을 받은 혐의와 관련해 증거를 제시했다.

ⓒ그림 우연식8월17일 이명박 피고인은 ‘뇌물 비망록’을 작성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거론하며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해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명박:재판장님, 잠깐 말씀드려도 되겠나. 재판을 받으며 이팔성씨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됐다. 이팔성씨는 제가 서울시장을 할 때 서울시향(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였다. 누가 추천해서 됐는지 모르겠는데 여러 상황을 보면 본인이 자발적으로 접근한 거 아닌가 생각한다. 성격 탓인지 이팔성씨가 서울시향 대표일 때 만나면 자꾸 고개를 돌리고 눈길을 맞추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할 때 이팔성이 금융인 20~ 30명을 조직하고 금융정책도 건의한 기억은 난다. 그런데 상황을 놓고 보니까 선거 기간에 실무자들에게 전략적으로 접촉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통령 당선자 시절 때 나를 만나려고 노력을 많이 한 건 사실이다. 보좌관들을 매수하고. 김희중 진술에도 나오듯, 김희중이 내게 ‘누구를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인사 문제를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김희중 자리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그랬다면 그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이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이팔성이 어떠냐’고 이명박 피고인에게 두 차례 건의했다고 진술했다. 이 진술은 8월10일 재판에서 공개됐다). 2월23일 이팔성이 나를 만났다고 하는데 10년 전 일이지만 몇 가지 상황은 기억한다(이팔성 전 회장은 2008년 2월23일 당선자 사무실에서 이명박 피고인을 만나 자신의 거취에 대해 논의했다고 비망록에 적었다). 2월25일이 대통령 취임식 날이다. 큰 행사를 앞두고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나, 무슨 내용을 말해야 각국 정상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그래서 2월20일부터 거의 외부인과 만나지 않았다. 2월23일 오후에는 본격적인 리허설에 들어갔다. 그때 30분간을 자리다툼하는 사람(이팔성)이랑 만났다? 취임사 쓰고 있는 처지에서 이팔성이라는 사람이 왔다? 이팔성이 (금융기관장) 자리 서너 개에 국회의원까지 말했다? 이팔성은 30분간 말할 위인도 못 된다. 나를 궁지에 몰기 위해 그렇게 말하지 않았겠나.

또 3월7일 (내가 이팔성에게) 전화를 했다? 저는 (금융기관장 같은) 전문직 자리는 정말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임명했다. 너무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다. 우리 변호사가 핸드폰 통화 기록을 찾아보자고 하는데 저는 “찾고 말고 할 것도 없다”라고 했다. 찾으면 검찰이 찾는 거지 왜 당신이 찾느냐고 했다. 이팔성씨를 불러와 거짓말 탐지기로 확인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

판사:검찰, 의견 있나?

검찰:피고인 진술은 금품 수수에 관한 객관적 증거와 일치하지 않는다. 의견서를 상세히 써서 제출하겠다.



■ 8월21일 이명박 뇌물·횡령 등 21차 공판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와 관련해 심리가 진행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명박 피고인은 청와대 직원을 시켜 민감한 내용이 담긴 대통령기록물 3402부를 과일상자, 복사용지 상자 등에 담아 개인 이삿짐으로 꾸며 영포빌딩으로 발송했다. 변호인은 청와대 직원의 실수였다고 반박했다. 이 피고인이 기소된 16개 혐의에 대한 증거조사는 이날로 마무리됐다.

ⓒ시사IN 이명익이시형씨가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2012년 10월25일 특검에 출석하고 있다.


판사:서증조사 시작하겠다.

검찰:압수수색 영장 집행 결과 보고 문건에 대해 설명드리겠다. 지난 1월25일 서울중앙지검은 서초동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했다. 압수해온 물건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명박 피고인이 대통령 재임 기간에 보고받은 기록물이 아닌지 의심이 되었다. 그러던 중 1월28일 전 청와대 비서관 장다사로 명의로 검찰청에 ‘대통령기록물 이관 요청의 건’이라는 문서가 접수됐다. 검찰에서 압수한 압수물이 대통령기록물이므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이 문건을 토대로 압수 문건이 대통령기록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시 피의자 김○○(문건을 영포빌딩으로 옮기는 데 관여한 전 청와대 직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발부받아 집행했다.

다음으로 지하 2층에서 압수한 문건이다(실물화상기에 ‘김경준 사건 공판 진행 상황’이라는 문서를 비추었다).

변호인:지정 기록물이 재판에 나오는 거면 비공개 재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검찰:(발끈하며) 대통령기록관에서도 이걸 지정 기록물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변호인:퇴임 이전에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할 때 지정해야 하는데 착오로 빠진 것이다.

검찰:착오로 빠지다니요? 피고인이 들고 간 거다. 지정 기록물이 아닌 것은 형식상 명백하다.

변호인:그것은 법원에서 판단할 부분이다.

검찰:불법행위가 드러나니까 재빠르게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 요청을 해서 증거로 쓰지 못하게 하려 한 거 아니냐?

변호인:그건 저희가 고의로 가져왔다는 전제로 얘기하는 거다.

검찰:아휴, 그러니까 기소를 했죠.

변호인:우리는 법정에서 문서를 현출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비공개로 재판을 해달라는 거다.

판사:미리 말했으면 검토해볼 시간이 있었을 텐데 변호인이 갑자기 주장을 해서 당장 판단하기 좀 어렵다. 지정 기록물의 어떤 부분이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건가?

변호인:1차적으로 저희 주장은 지정 기록물이라는 것이다.

검찰:피고인은 ‘이 문서를 숨길 이유가 없다. 고의로 빌딩에 은닉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내용을 보면 이 기록물이 사회에 나와선 안 될 문서라는 걸 알 수 있다. 그걸 보여드리기 위해 기록물 내용 일정 부분을 제시하고 서증조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판사:30분간 휴정하고 판단해보겠다(방청석에 있던 중년 여성 한 명이 법정을 나가는 이명박 피고인을 향해 큰 소리로 말한다. “대통령님 힘내세요. 5000만 국민이 보고 듣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안 속습니다.” 30분 뒤인 오후 3시 재판이 재개되었다).

판사:압수물이 대통령 지정 기록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정 기록물이라 해도 고등법원장 영장을 확보하면 증거로 낼 수 있다. 국가 안전보장이나 북한과 비밀리에 뭘 했다는 것과 관련된 문서가 아닌 이상 공개 법정에서 제시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공개한 상태로 서증 설명 진행하겠다.

검찰:‘법원 내 좌편향 실태 및 조치 고려 방안’ 문건이다. 국정원에서 작성했다. 좌편향 판결 사례로 화물연대 파업 등을 언급한다.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시국 사건을 맡아 좌파를 옹호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이후 ‘지역 토착 좌파세력 활동 경계 시급’ ‘MBC 정상화 완수를 위한 경영진 인적 쇄신 검토’ ‘민변의 좌파 지원활동 강화 및 대응방안’ ‘노무현 전 대통령 개설 정치 사이트 상황’ 등의 문건이 제시되었다).

판사:공개되기를 원하지 않았다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서 15년에서 30년간 못 보게 하는 편이 낫지 않았겠나?

검찰:30년 뒤에 피고인께서 돌아가셨을지 어떨지 모르지만, 그때 이 문서들이 공개되면 이명박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이다.

변호인:영포빌딩에서 발견된 대통령기록물은 퇴임 때 이사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간 것이지 고의로 나간 게 아니다. 역사에 나쁜 사람으로 기록될 위험 때문에 기록관에 보내지 않았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검찰 주장대로라면 왜 (폐기해버리지 않고) 영포빌딩에 놔두었겠나.



벽장 속 6억원 주인은 김윤옥?


2012년 ‘내곡동 사저 특검’은 여러 의혹을 남긴 채 끝났습니다. 특히 이시형씨가 지불한 사저 매입 대금 6억원이 논란이 됐습니다. 시형씨는 내곡동 사저 부지 대금으로 총 12억원을 썼는데 6억원은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확인됐지만 나머지 절반은 출처가 모호했습니다. 그는 특검 수사에서 큰아버지 이상은 다스 회장에게 빌렸다며 이 회장이 현금 6억원을 자택 벽장 속에 보관하고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2018년 재수사가 이루어지면서 이광범 특검이 밝혀내지 못했던 사실이 6년 만에 드러났습니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특검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 이시형에게 6억원을 준 사람은 김윤옥 여사이다”라고 털어놓았습니다. 8월17일 재판에서 공개된 김 전 기획관의 진술조서에 따르면 특검을 앞두고 이명박 피고인, 김윤옥 여사, 이시형씨, 김 전 기획관이 대책회의를 합니다. 이 자리에서는 영부인이 현금 6억원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알려지면 자금의 출처가 문제될 거라는 얘기가 오갔습니다. 시형씨가 특검에 제출한 진술서도 제승완 당시 청와대 비서관이 대신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이시형씨가 이상은 회장에게 돈을 받았다고 진술서에 기재한 날, 실제로는 다른 장소에 있어 알리바이가 맞지 않았습니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일로 제승완이 관저에 불려 들어가 야단맞고 그만두었다”라고 검찰에 진술했습니다.

이광범 특검은 수상한 자금을 또 하나 발견합니다. 시형씨는 2010년 보증금 6억4000만원에 서울 삼성동 아파트 전세를 구합니다. 특이한 점은 계약금 6100만원을 청와대 부속실 직원 설 아무개씨가 집주인에게 전달했으며, 보증금 중 3억2000만원은 청와대 총무기획관실 직원들 명의의 수표로 지급됐습니다. 이 자금을 포착한 이광범 특검은 수사 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거부했습니다. 특검은 추가 수사를 하지 못하고 종료되었습니다.

8월17일 재판에서 이 과정에 동원된 청와대 직원의 진술이 공개됐습니다. 주 아무개 행정관은 자금의 출처로 청와대 관저를 지목했습니다. “2010년 3월9일 관저에 다녀온 김백준 총무기획관이 가방 두 개를 집무실 탁자 위로 올리면서 얼마인지 세어보라고 했다. 그다음 날에 가방 한 개를 더 가져오셨다. 김 기획관의 운전기사인 안○○과 은행에 가서 청와대 직원들 명의의 수표로 교환해왔다.” 김백준 전 기획관도 조사를 받으며 이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관저 담당 선임 행정관인 김○○이 영부인 지시로 현금을 실어 나르고 수표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정당한 돈이 아니라 (공무원 명의로) 세탁했다고 생각한다.”

종합해보면 이명박 피고인 부부는 적지 않은 돈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 현금의 출처는 어디일까요. 다스 비자금 조성,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공직 임명 대가 뇌물수수 등 이명박 피고인에게 제기된 혐의와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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