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출판 계획을 저자에게 직접 들었을 때 이렇게 물었다. “선배, 은퇴해요?” 기사 모음집이라니? 퇴직하는 교수나 법관에게 후배들이 헌정하는 논문집은 알아도, 기사를 엮어 책을 낸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낯설고 도전적인 시도는 성공했다고 〈천관율의 줌아웃〉을 읽으며 생각했다.
〈시사IN〉 지면으로 봐온 천 기자의 기사가 새롭게 읽혔다. 2009년부터 2018년 사이 쓴 기사 27편을 촛불체제의 탄생, 보수는 어디로, 진보가 지나온 터널, 공정의 역습으로 나눠 재배치한 데다 기사별로 후속 코멘트를 달았다. 주제에 따라 다시 묶인 기사는 저자가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말해온 바와 문제의식을 좀 더 명징하게 그려냈다. 개별 기사의 웅성거림이 한 권의 책으로 묶이자 함성처럼 들렸다.
특히 이 책에서 돋보이는 건 기사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태도다. 2012년 대선 패배로 ‘멘붕’에 빠진 야당 지지자에게 그는 보수의 장자방이라 불리는 윤여준 전 장관의 입으로 이렇게 말한다. “진보는 악마에게 진 것이 아니다.” 의견이 다른 동료 시민이 더 많았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지나친 선악 구도와 분열을 증폭하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2014년 8월 기사도 마찬가지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 재보선에서 패하자, 야당은 익숙한 반성을 쏟아냈다. 그만큼이나 익숙한 질타(‘계파정치에 발목이 잡혔다’ ‘리더십이 취약하다’ 따위)를 하는 언론의 태도에서 저자는 한 걸음 떨어졌다. 대신 ‘왜 이러한 현상은 반복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주로 정치 기사를 썼다고 하지만 영역을 여의도 정치에만 한정시키지 않았다.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일베·여성혐오·남북 단일팀 논란 등도 응시한다. 누군가를 매도하기보다는, 데이터라는 무기로 현상을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눈 밝은 〈시사IN〉 독자라면 놓치기 아쉬운 책이다.
-
회사 스트레스를 통찰로 바꾸려면
회사 스트레스를 통찰로 바꾸려면
백지선 (흐름출판 편집자)
남들이 선호하는 직장에 다니다가도 사표를 던지고 이제 내 삶을 찾겠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부쩍 많이 들린다. 다른 좋은 일을 찾았다면 축하할 일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사표는 ...
-
이제 나는 을밀대를 다르게 기억한다
이제 나는 을밀대를 다르게 기억한다
장일호 기자
슴슴한 맛의 깊이야 여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을밀대 하면 반사적으로 평양냉면이 떠오르곤 했다. 나를 처음 을밀대에 데려가준 선배의 의기양양한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그 눈...
-
직관을 따를 수 있는 용기
직관을 따를 수 있는 용기
박지석 (도서출판 항해 대표)
직관(直觀)은 무의식의 발현이다. 가령 특정 기기의 조작 편의성을 판단할 때, 우리는 그 사용법이 ‘직관적이냐, 그렇지 않으냐’를 기준으로 삼는다.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
노란 인종이라고? 원래 그런 건 없다
노란 인종이라고? 원래 그런 건 없다
김동인 기자
샛노란 책 표지를 팔에 가져다 대었다. “내 팔은 이 색이 아닌데.” 되뇌다 의문이 든다. 나는 언제부터 나를 ‘노란 인종’이라고 여겼나. 누가 나를 노랗다고 규정했나. 타이완 국...
-
이렇게 재미있는데 소개되지 않은 책방
이렇게 재미있는데 소개되지 않은 책방
임지영 기자
지난겨울, 운 좋게 혼자 떠난 일본 여행에서 2박3일 동안 주로 서점에 머물렀다. 거기서 계속 사진을 찍었다. 일본어를 몰라 구글 번역 앱을 켜고 책 표지를 찍었다. 그러면 기특하...
-
세상과 불화하는 겁 없는 10대 이야기
세상과 불화하는 겁 없는 10대 이야기
김문영 (이숲 편집장)
넷플릭스에서 제작·방영된 영국 드라마로 시청자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동시에 많은 사랑을 받은 〈빌어먹을 세상 따위(The End of the Fxxxing World)〉의 원작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