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추천하는 책
  • 김은지 기자
  • 호수 571
  • 승인 2018.08.2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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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관율 지음, 미지북스 펴냄

이 책의 출판 계획을 저자에게 직접 들었을 때 이렇게 물었다. “선배, 은퇴해요?” 기사 모음집이라니? 퇴직하는 교수나 법관에게 후배들이 헌정하는 논문집은 알아도, 기사를 엮어 책을 낸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낯설고 도전적인 시도는 성공했다고 <천관율의 줌아웃>을 읽으며 생각했다.

<시사IN> 지면으로 봐온 천 기자의 기사가 새롭게 읽혔다. 2009년부터 2018년 사이 쓴 기사 27편을 촛불체제의 탄생, 보수는 어디로, 진보가 지나온 터널, 공정의 역습으로 나눠 재배치한 데다 기사별로 후속 코멘트를 달았다. 주제에 따라 다시 묶인 기사는 저자가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말해온 바와 문제의식을 좀 더 명징하게 그려냈다. 개별 기사의 웅성거림이 한 권의 책으로 묶이자 함성처럼 들렸다.

특히 이 책에서 돋보이는 건 기사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태도다. 2012년 대선 패배로 ‘멘붕’에 빠진 야당 지지자에게 그는 보수의 장자방이라 불리는 윤여준 전 장관의 입으로 이렇게 말한다. “진보는 악마에게 진 것이 아니다.” 의견이 다른 동료 시민이 더 많았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지나친 선악 구도와 분열을 증폭하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2014년 8월 기사도 마찬가지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 재보선에서 패하자, 야당은 익숙한 반성을 쏟아냈다. 그만큼이나 익숙한 질타(‘계파정치에 발목이 잡혔다’ ‘리더십이 취약하다’ 따위)를 하는 언론의 태도에서 저자는 한 걸음 떨어졌다. 대신 ‘왜 이러한 현상은 반복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주로 정치 기사를 썼다고 하지만 영역을 여의도 정치에만 한정시키지 않았다.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일베·여성혐오·남북 단일팀 논란 등도 응시한다. 누군가를 매도하기보다는, 데이터라는 무기로 현상을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눈 밝은 <시사IN> 독자라면 놓치기 아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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