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으로 [조선일보]와 싸우는 전 경찰청장
  • 정희상 기자
  • 호수 570
  • 승인 2018.08.2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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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장자연 사건’ 당시 수사가 부실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조선일보> 측으로부터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당 언론사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검찰이 9년 만에 ‘장자연 사건’ 재수사에 들어간 가운데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입을 열었다. 2009년 장자연 사건 당시 그는 경기지방경찰청장으로 수사 지휘 라인에 있었다. 경찰은 2009년 3월 분당경찰서에 전담 수사본부를 꾸린 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 인력을 대거 투입했다. 하지만 초기부터 ‘부실 수사’ ‘축소 수사’ 논란이 일었다. 이번 인터뷰에 응한 조 전 청장도 경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경기경찰청장 시절 ‘장자연 사건’을 수사 지휘한 배경은?

2009년 장자연씨가 자살하자 처음에는 분당경찰서에서 단순 변사 사건으로 내사했다. 그 뒤 이른바 ‘장자연 문건’이 언론에 보도됐다. 특히 문건에 ‘조선일보 방사장’이라고 나오니까 여론이 들끓었다. ‘경찰이 <조선일보>를 위해 은폐하려 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려면 경기경찰청장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수사본부를 꾸리고 원칙대로 철저히 수사하도록 직접 챙겼다.

ⓒ시사IN 윤무영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2009년 ‘장자연 사건’ 당시 수사 지휘 라인에 있었다.
‘조선일보 방사장’에 대한 수사를 벌였나?

문건에 ‘조선일보 방사장’이라고 나와 있으니 언론은 당연히 방상훈 사장일 거라 추정했다. 그래서 경찰이 (장자연 문건에 만났다고 나온 날짜에) 방상훈 사장 위치추적도 해보고, 휴대전화 통화 내역도 조사했다. 또 <조선일보> 사장이라 해도 경찰서 밖에서 조사하면 나중에 문제가 될 거 같아 경찰서로 나오라고 참고인 출석 요구서를 계속 보냈다. 그러자 <조선일보> 측에서 크게 반발했다.

어떤 식으로 반발했나?

당시 <조선일보> 이동한 사회부장이 직접 찾아왔다. 그전부터 아는 사이였다. 기본적으로 점잖고 공손하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안면을 바꾸더라. ‘사회부장으로서 온 게 아니다. <조선일보>를 대표해서, 청장님께 입장 전달하러 왔다. 지금 왜 자꾸 방상훈 사장이 거론되냐. 이명박 정부가 우리 조선하고 한번 붙자는 거냐’고 말하더라(조 전 청장은 지난 7월31일 방송된 <PD수첩> 인터뷰에서도 이동한 사회부장과 만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조선일보>는 “당시 수사팀에 대해 어떠한 압력도 행사한 사실이 없다. 또한 당시 이동한 <조선일보> 사회부장은 <PD수첩> 인터뷰에 등장한 조현오 당시 경기경찰청장을 만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시킬 수도 있고 정권을 퇴출시킬 수도 있다’며 조 전 청장을 협박한 사실도 없다”라고 밝혔다).

그래서 어떻게 대응했나?

이명박 정부 운운하니까 부담이 컸다. 경기경찰청 수사로 대한민국 최대 유력 언론사를 정부의 적으로 돌리는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되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모욕감을 느끼면서도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조선일보> 대응이 수사에 영향을 미쳤나?

수사팀 책임자를 불러,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내가 ‘방상훈 사장이 억울한 게 있는 듯한데, 방 사장 같은 사회 저명인사가 경찰서를 왔다 가면 그걸로 장자연 만났다는 유력 피의자로 보도될 수도 있으니 곤란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수사팀은 ‘정 그렇다면 저희가 방 사장을 찾아가서 조사하겠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그러라고 했다. 당시 <조선일보>한테 압력을 안 받았다면 그런 식으로 조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방 사장 조사 결과는?

방상훈 사장은 (장자연씨와 만난) 흔적이 안 나오더라. 만났다는 날 통화 내역을 조회하니 없었고 위치추적에서도 안 나왔다. 일각에서는 통화 내역이 없더라도 얼마든지 은밀히 만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경찰로서는 무슨 단서가 있어야 집중적으로 파고들 거 아닌가.

ⓒ연합뉴스2009년 4월24일 한풍현 경기 분당경찰서장이 장자연 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조선일보 방사장’이 방상훈 사장만 지칭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지 않나?

코리아나호텔 방용훈 사장이 장자연씨를 만난 것은 경찰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그러나 방용훈 사장이 스스로 ‘조선일보 방사장’이라고 말하고 다니진 않았을 거 아닌가. ‘조선일보 방사장’을 방용훈 사장이라 보고 조사를 벌이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방씨 일가 전부를 다 조사하라는 건데, 그건 어려웠다. 하도 <조선일보>가 난리치기도 했고….

당시 경찰은 <스포츠조선> 사장을 조사하기도 했는데?

장자연 문건에 나오는 ‘조선일보 방사장’이 방상훈 사장이 아니면 누굴까? 수사 초기 <스포츠조선> 전 사장이 장자연씨와 모임에서 만난 사실이 확인되었다. 어떤 식으로든 <스포츠조선> 전 사장을 철저히 조사해야만 했다. 그를 집중적으로 조사했지만 구체적인 혐의가 안 나왔다.

지금도 경찰이 <조선일보> 일가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를 안 했다는 비판이 있다.

당시 <조선일보> 사주 일가보다 더 깊숙한 관계였을 걸로 추정되는 사람이 제법 나와서 수사를 그쪽에 집중했다. 수사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장자연씨를 성추행했을 가능성이 크고 증거를 찾을 수 있는 사람 위주로 수사할 수밖에 없어서 ‘조선일보 방사장’ 수사를 그 정도 선에서 끝낸 거다.

당시 장자연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 중 근거가 남은 경우는?

경찰이 파악한 사람이 7명이었는데 주로 술자리를 같이한 감독, 타이(태국)에 같이 간 기업인 등이었다. 장자연씨 앞으로 500만원, 1000만원씩 제법 큰돈이 입금된 경우도 2~3건 있었다. 그 사람들을 소환하니 변호사 자문을 받고 왔는지 한결같이 ‘장자연이 배우로서 소질 있고 장래성도 있고 해서, 키워주고 싶은 마음에 후원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런 진술을 뒤집을 만한 증거를 찾으려 했지만 앞서 말한 대로 검찰이 압수수색을 불허하는 등 방해하는 바람에 제대로 하지 못했다.

TV조선 방정오 대표이사 전무도 장자연씨와 식사 자리에 참석했다는데?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하니 만나긴 만났더라. 그런데 본인이 장자연씨가 누군지도 모르고 여러 명 모인 장소에 갔다가 한 시간 만에 자리를 떴다고 했다.

검찰이 최근 장자연씨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로 <조선일보> 전 기자를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 당시 몰랐나?

당시 검찰이 경찰 수사를 방해했다. 수사팀에 확인했더니 <조선일보> 해당 기자가 술집에서 장자연씨를 추행한 사실을 동석한 다른 여배우가 수사 과정에서 진술했다. 그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검찰에서 기각했다더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올렸지만 검찰에서 아예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그 기자의 부인이 검사였다. 검찰은 <조선일보> 기자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다른 장자연씨 성추행 혐의자에 대해서도 경찰의 영장 신청을 기각하고 사사건건 수사를 방해했다. 당시 수사 책임자가 최근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으며, 이 모든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알고 있다.

<PD수첩>과 인터뷰한 뒤 <조선일보>가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는데?

<조선일보> 기자와 담당 변호사가 수차례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방상훈 사장은 장자연씨와 자리를 함께하지 않았는데, 마치 내가 자리를 같이한 것처럼 이야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지라는 문자 메시지였다. 그런 얘기 한 사실 없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조선일보>에서 이렇게 하는 저의는 나를 위축시켜 내 입을 막겠다는 거 아닌가. 그래서 내가 “<조선일보>가 이렇게 나오는 걸로 위축돼서 입을 닫을 사람 같으면 아예 <PD수첩>하고 인터뷰도 안 했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라고 반박했다. <조선일보>가 오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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