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세종대왕 보이게 현금 가득 채웠다”
  • 김연희 기자
  • 호수 568
  • 승인 2018.08.0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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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아무개 전 국정원 재무관리팀장은 김성호·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지시에 따라 청와대에 상납할 자금을 준비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캐리어에 1만원권을 채워 2억원을 건넸다고 말했다.

■ 7월20일 이명박 횡령·뇌물 등 14차 공판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추궁이 법정에서도 이어졌다. 이명박 피고인을 다스 실소유주로 지목하는 진술과 증거가 공개됐다. 검찰은 다스와 서울 도곡동 땅뿐만 아니라 누나 이귀선씨 명의였던 부천 공장과 서울 이촌동 상가, 처남 김재정씨 명의였던 경기 가평 별장과 충북 옥천 임야도 이명박 피고인이 차명으로 관리한 재산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시각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는 박근혜 피고인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 등에 대한 선고 공판이 열렸다. 징역 8년에 추징금 33억원이 선고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법정을 나오며 소란을 피웠다. 이명박 피고인의 재판이 진행되던 311호 법정이 바로 아래층이라 이곳까지 고성이 들렸다.

ⓒ그림 우연식이명박 피고인(가운데)의 변호인은 “(이 피고인은) 사회적 경력과 경험에서 이상은, 김재정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당시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다”라고 말했다.

판사:다스 실소유주 관련 서증조사 하겠다.

검찰:이동형 다스 부사장이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을 보겠다(이동형씨는 이상은 회장의 아들로 이명박 피고인의 조카이다). “다스 운영과 관련해서 2009년에 이명박 피고인의 측근인 강경호가 사장으로 오는 것을 이상은 회장이 반대했지만 강경호가 사장이 됐다. 이명박 피고인이 다스 주요 인사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었고, 특히 임원 인사는 연말에 이명박 피고인의 재가를 받았다. 이시형 입사도 이상은 회장이 계속 반대했는데, 이명박 피고인 뜻대로 입사하게 됐다. 이상은 회장은 외부에서 (다스는 이명박 소유라는) 말이 나올 수 있으니 천천히 입사시키라고 한 건데, 피고인이 ‘이시형 결혼시키려면 입사해야 한다’고 한 걸로 안다. 이시형 입사 이후 다스 조직이 크게 변경됐다. 요직이 이시형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검사가 ‘이시형의 급여를 인상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문건을 제시하자) 이시형의 급여가 다른 다스 부장들보다 훨씬 높았다.”

다음으로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의 검찰 진술이다. 2007년 검찰 수사와 2008년 특검에서 계속 거짓말을 했다고 이번 조사에서 자백했다. 도곡동 땅이 처남 김재정과 형 이상은의 공동 소유라는 피고인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이병모 국장은 “이상은 회장은 2007년 8월, 즉 (검찰 수사를 앞두고) 도곡동 땅 통장과 도장을 받기 전까지는 관리 내역을 전혀 몰랐을 것이다. 관리는 다 김재정이 했다”라고 진술했다. 검사가 “그러면 도곡동 땅이 실제로는 김재정 소유였나”라고 묻자 “만약 김재정 단독 소유였다면 복잡하게 이상은과 공동 소유라고 대외적으로 밝힐 필요가 없다. 이명박 피고인 측에서 검찰 조사에 대비해 나에게 거짓말을 시킬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다음은 피고인의 아들 이시형이 검찰에서 한 진술이다. “동급 임원보다 임금이 1000만~2000만원 더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상은 회장의 조카라서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시형은 2012년 내곡동 사저 특검 당시 제출했던 진술서는 자신이 쓴 게 아니었다고 인정하면서 제승완 전 청와대 비서관이 썼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진술서 내용에 따르면 2011년 5월에 (이상은 회장에게) 6억원을 받았다고 돼 있는데 이날 실제로는 그 장소에 있지 않아서 다시 정정했다고 한다.

다음으로 김창대의 진술조서이다. 김창대는 이명박 피고인과 포항 동지상고를 같이 다닌 동창이다. 다스 지분 4.16%를 보유하고 있다. 검찰이 보유 경위를 묻자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취득 경위를 저는 전혀 모릅니다”라고 답했다. 다음은 김창대의 진술이다. “2007년과 2008년에 검찰 수사와 특검 조사를 받으면서 내 명의로 다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검 조사에서 ‘김재정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세 번쯤 이야기했더니 다스 지분을 조정해주었다’라고 진술했는데 거짓말이었다. 검찰과 특검에서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고 해서 영포빌딩으로 김재정을 찾아갔더니 저에게 ‘미안하게 됐다. 1998년에 김창대 명의로 다스 지분을 이전해놓았다. 무상 증여를 받았다고 해달라’고 해서 거짓 진술을 했다. 김재정에게 그런 지시를 할 사람은 이명박밖에 없다.”

판사:변호인, 의견 진술해달라.

변호인:(‘이명박, 가난·시련 떨친 성공신화 CEO형 리더십’이라는 2007년 12월19일자 <경향신문> 기사를 스크린에 띄운 후) 몇 가지 예외적인 사정이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대통령과 다스의 이상은 회장, 고 김재정 등은 그냥 아는 사이가 아니라 친인척 관계다. 대통령이 부탁을 받고 형과 처남 일을 도와줬다고 해서 보통 사람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한국 제1기업의 회장까지 거친 분이다. 사회적 경력과 경험에 있어서 이상은, 김재정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현대차 부품을 국산화하는 사업에 참여하게 됐는데 사업 영역을 시트 생산으로 할지, 도색으로 할지 서로 모여 논의할 때 대통령이 ‘시트가 유망한 것 같다’고 하면 그 의견이 자연스레 채택되는 분위기일 거다. 그런 사정을 모르고 대통령이 주인이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대통령은 30대에 CEO가 된 전문 경영인이다. 그 당시 많은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다. 소설 주인공도 되고 방송 드라마 주인공도 된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 말고 한 명도 없다.



■ 7월24일 이명박 횡령·뇌물 등 15차 공판

국정원 자금 상납 혐의와 관련해 심리가 이루어졌다. 검찰은 이명박 피고인이 김성호 전 국정원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2억원씩 세 차례, 10만 달러(약 1억1200만원) 한 차례 국정원 자금을 받았다며 뇌물죄와 국고 등 손실죄 혐의로 기소했다. 자금 상납에 관여한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이 공개됐다. ‘깜깜이 돈’으로 알려진 특수활동비를 전달하는 방식이 법정에서 상세히 드러났다.

ⓒ연합뉴스검찰은 이명박 피고인이 국정원 자금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위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사:국정원 자금 부분 서증조사를 하겠다.

검찰
:주요 증거 위주로 설명드리겠다. 먼저 최○○ 전 국정원 예산관이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이다. 원세훈 원장 시절 예산관이 된 이후 남재준 원장 취임 초기까지 근무했다. 원세훈 원장 때 특별사업비(특수활동비 중 국정원장이 쓰는 돈) 규모에 대해 이렇게 진술했다. “정기적으로는 매달 2억원을 드렸다. 1년에 24억원이었다. 비정기적으로는 두세 달에 한두 번씩 보통 1억원 전후의 특별사업비를 가져오라고 하셨다. 그래서 1년에 총 40억원에서 60억원 정도 됐다.”

원세훈 원장 지시로 국정원 자금 2억원을 청와대에 상납한 과정에 대해서는 이렇게 진술했다. “2010년에 제가 예산관으로 부임하고 얼마 뒤에 원 원장이 저를 원장실로 불러서 ‘김백준 알지?’ 하고 물었다. 원 원장은 ‘청와대 총무비서관 말이야’라면서 ‘청와대에서 기념품을 살 돈이 없는 모양인데 이야기해놓았으니까 김백준 비서관에게 연락해 한 2억원 갖다주라’고 지시했다. 이를 김주성 기획조정실장에게 보고하자 ‘그 양반 참…’이라며 못마땅해했다. ‘그 양반’은 원세훈 원장을 지칭했는데, 2억원 전달이 잘못된 일이라서 그랬다. 국정원 재무관리팀장 최△△에게 현금 2억원을 받아 지시받은 당일 전달했다. 청와대 연무관 옆 골목으로 우회전해 들어가면 돌담길이 나온다. 거기 주차구역에 차를 세웠다. 김백준이 보낸 청와대 직원에게 쇼핑백을 전달했다.”

다음으로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자수서이다. 2010년에서 2011년 사이 VIP의 해외 순방 직전에 원세훈 원장의 연락을 받았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정원 직원을 만나 10만 달러가 든 쇼핑백을 받았다고 인정한다. 전달 경위에 비추어 피고인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대북 관계 업무처리용’으로 받은 게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김희중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겠다. “국정원 예산관 최○○에게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10만 달러 쇼핑백을 받은 뒤 어떻게 했나”라는 검사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롯데호텔에서 관용차량을 타고 나오면서 청와대 관저 직원 백○○에게 전화를 했다. 청와대 연풍문을 통과할 때 다시 연락할 테니 나오라고 하고 바로 관저로 향했다. 관저 입구에 도착해서 기다리던 백○○에게 ‘제가 가져왔다고 하면 아십니다. 안에 드리면 압니다’라고 말한 뒤에 그대로 전달했다. 부속실에 들르지 않고 바로 관저로 간 이유는 달러가 든 쇼핑백을 들고 검색대 통과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안에 드리라’는 건) 이명박 대통령이나 사모님께 드리라는 의미였다.” 검찰이 “관저로 전달한 10만 달러의 최종 사용처가 어디냐”라고 묻자 “김윤옥 여사의 해외 쇼핑에 사용된 걸로 생각한다. 경호처 직원들에게 듣기로는 김 여사가 해외에 나가면 캐리어 가득 담길 정도로 쇼핑을 해서 기자들이 보면 문제가 될까 봐 걱정했다고 한다”라고 진술했다.

다음은 최△△ 전 국정원 재무관리팀장의 검찰 진술이다. 최 전 팀장은 김성호 국정원장과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지시에 따라 청와대에 상납할 자금을 준비했다. “2008년 상반기였는데 이○○ 예산관(김성호 원장 때 근무)에게 캐리어에 돈을 가득 넣어서 건네준 적 있다. 2억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5년간 재무관리팀장을 하면서 쓰던 캐리어는 1만원권을 가득 채우면 2억원이 들어간다. 직접 돈을 넣었는데 세종대왕 얼굴이 보이는 쪽을 위로 했다. 그래야 보기 좋다. 원래 재무관리팀에는 현금 불출(拂出)을 위한 캐리어가 여러 개 있다. 그중 하나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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