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소송과 140억원
  • 김연희 기자
  • 호수 567
  • 승인 2018.07.2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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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피고인은 검찰 조사에서 아킨 검프의 김석한 변호사를 한 차례 만났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1997년 국회의원 시절부터 이명박 피고인의 수행비서로 일정을 챙겼던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작성한 일일 일정표에는 김석한 변호사가 여러 번 등장합니다. 첫 만남은 2006년 11월3일입니다. 이후 대선이 본격화된 2007년부터 2008년 1월까지 면담이 다섯 차례 기록되어 있습니다. 김희중 전 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대선 직전 정신없는 시기에 김석한을 자주 만났다는 건 중요한 현안이 있었음을 의미한다”라고 진술했습니다. 이명박 피고인이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던 2008년 1월6일에는 국세청과 산업자원부 등 정부 부처에서 업무보고를 받는 사이 시간을 쪼개 김석한 변호사를 만납니다.


김희중 전 실장이 말한 “중요한 현안”이란 다스가 미국에서 벌인 BBK 투자금 반환 소송, 그리고 김경준씨의 송환을 저지하는 것이었습니다. 2007년 7월 김석한 변호사는 이명박 대선 캠프 관계자에게 국제범죄인 인도 전문가가 김경준 송환에 대해 검토한 문서를 메일로 보냅니다. 김희중 전 실장이 작성한 이명박 피고인 일정을 보면 같은 해 8월4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김석한 변호사와 약속이 잡혀 있습니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김경준 송환을 막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사IN 윤무영이명박 전 대통령(왼쪽)은 김경준씨(오른쪽)가 설립한 BBK의 회장 명함을 뿌리며 투자금을 유치하고 언론 인터뷰를 했다.

1999년 투자자문회사 BBK를 설립한 김경준씨는 2001년 투자금 380억원을 횡령해 미국으로 도피합니다. 다스는 BBK에 투자한 190억원 중 50억원만 회수합니다. 이때부터 140억원을 되찾기 위한 길고 긴 법정 싸움이 시작됩니다. 다스는 미국 로펌 LRK를 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김경준을 상대로 140억원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지만 2007년 8월 1심에서 패소합니다. 1심 패소 후 구원 등판한 로펌이 바로 삼성의 뇌물 전달 창구로 지목된 ‘아킨 검프’입니다. 워싱턴 로비 업계에서 가장 실력 있는 로펌 중 하나인 아킨 검프는 명성에 걸맞게 2011년 김경준으로부터 140억원을 받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BBK 주가조작 사건으로 발생한 피해 규모는 약 1000억원, 피해자는 약 5000명으로 추산됩니다. 2007년 대선에서 BBK 실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던 이명박 피고인에게 김경준씨는 경쟁 후보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을 겁니다. 결국 대선을 한 달 앞두고 김경준씨는 한국으로 들어옵니다. 이명박 피고인이 BBK 실소유주임을 증명하는 한글 이면계약서를 공개했던 김경준씨는 검찰 수사에서 돌연 말을 바꿔 갑자기 계약서를 위조했다고 선언합니다. <시사IN>은 2007년 12월 ‘검찰이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해주면 형량을 낮춰주겠다고 제안했다’는 내용이 담긴 김경준씨의 메모를 단독으로 입수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정호영 특검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자를 무혐의 처분합니다.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준씨는 징역 8년, 벌금 100억원을 선고받고 지난해 3월 만기 출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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