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은 군사정권이 지난 뒤에도 군 정보기관이 언론을 ‘사찰’한다고 하면 믿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사찰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자가 직접 당한 경험이 있다. 군 기무사령부 소속 영관급 장교가 2~3명씩 〈시사IN〉 사무실 근처로 찾아와 몇 차례 만났다. 기자는 오랫동안 김훈 중위 사건을 비롯한 군대 내 인권유린 실태를 추적 보도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과 사돈 관계인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일가의 군납 비리 의혹도 지속적으로 보도했다. 아마 이런 보도가 군으로서는 못마땅했던 것 같다.
물론 군사정권 시절처럼 기자를 서빙고 분실로 끌고 가 다짜고짜 혼내주던 방식은 아니었다. 면담이라는 ‘세련된’ 방식을 썼다. 하지만 그들이 기자를 찾아오는 목적은 매한가지였다. 기무사 요원들은 더 이상 군 비판 기사를 쓰지 않기를 바랐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던 기자의 아들 신상 정보까지 파악해서 보직 등 군 생활 편의를 제공해주겠다고 은근히 회유하기도 했다. 물론 기자는 그런 제안에 곁을 주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군 정보기관의 ‘과거 회귀’는 더욱 대담해졌다. 최근 불거진 ‘촛불 계엄령’ 문건은 군사정권 시절 기무사(당시 보안사)의 정치 개입 망령이 되살아났음을 보여준다. 기무사 문건을 폭로한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기무사는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 무장병력 4800명, 특전사 병력 1400명’이 동원되는 계엄 문건을 작성했다. 군 정보기관의 일탈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국군 정보사령부(정보사)가 중국을 무대로 정권 안보를 위한 무모한 대북 공작을 병행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기무사도 1977년 정보사에서 독립했다.
정보사가 2016년 4월 중국 저장성 닝보의 북한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북한 국적 종업원 12명을 기획 탈북시켰다는 의혹이 추가로 불거졌다. 박근혜 정부는 당시 4·13 총선 투표일을 닷새 앞두고 이들의 입국 사실을 공개했다. ‘총선 공작용 납치’였다고 국제사회가 비난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정보사를 비롯한 국정원이 종업원을 속여서 데려왔다면 그들의 의사를 먼저 확인하는 게 맞다. 나아가 군 정보기관이 어떤 공작을 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무사와 정보사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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