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아이유의 데뷔 10주년
  •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 호수 567
  • 승인 2018.07.3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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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양한모

아이유(IU)는 스물여섯 살 젊은이지만, 올가을이면 벌써 데뷔 10주년이 되는 중견 가수이기도 하다. 또래 가수에 비해 많은 것을 이뤘다. 작년에는 셀프 프로듀싱 앨범 <팔레트>로 골든디스크 대상을 받기도 했다. 범위를 여성 아이돌 가수로 한정한다면 이 성취는 특히 독보적이다.

1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이지만, 올 상반기는 아이유에게 녹록하지 않았다. 그녀가 출연한 <나의 아저씨>는 휴먼 드라마를 표방함과는 달리 여성혐오적 장면을 송출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많은 이가 방영 중에 연 기자회견에서 이 작품을 옹호한 아이유 혹은 연기자 이지은에게 실망의 뜻을 비쳤다. 아직 10주년 앨범이 나오지 않은 이 시점에, 아이유의 평판은 그날 기자회견에 멈춰 있다.

아이유는 본래 발언보다는 작품으로 말하는 예술가다. 이런 특징이 가장 크게 드러난 앨범이 2015년 발매된 <챗셔>다. 이 앨범을 통해 아이유는 자신을 그저 소녀로만 보았던 대중을 도발한다. 일곱 개 트랙에 자신을 둘러싼 엇갈리는 평가와 그로 인해 받는 오해나 미움, 피로감을 담았다. 인간 이지은이라는 개인의 표현일지라도, 아이유라는 ‘당대 최고 인기 여성 가수’가 한국 사회에서 점한 특유의 위치 때문에 어떤 시대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라는 페미니즘 제2 물결의 대표 문장처럼 말이다.

아이유는 데뷔 초부터 ‘특별한 소녀’ 취급을 받았다. 통기타를 들고 20세기 노래를 부르는 아이유를 두고, 삼촌 팬들은 ‘아재인 내가 인정하는 음악을 하는 철든 여자애’로 해석했다. 그래서 그녀의 창작 활동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자기 세계를 갖기를 허락해주었다. 다른 여성 아이돌이 인형 같기를, 되도록 자기 목소리를 지우기를 요구받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대우였다.

아니, 실은 아이유는 특별한 소녀 대접 때문에 이중고를 겪었다. 자기 주관이 뚜렷한 음악인임에도 소녀이기 때문에 인형 같은 외모를 유지해야 했다. 자기 목소리가 있다는 것은 해방구(vent)이기도 했겠으나, 자기 얘기를 많이 할수록 미움받을 단서 역시 많아졌다. 그리고 문제적 작품을 내놓는 남성 창작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비난을 받았다. 이번 드라마에서 남성 출연진보다 훨씬 큰 비난을 산 것처럼 말이다.

‘자기 목소리’ 담긴 앨범을 기대하며


그런 우여곡절 위에 이루어진 성취다. 어떤 이들은 아이유를 성급하게 ‘페미니즘 백래시’의 대표 주자로 보고 싶어 한다. <효리네 민박>을 통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한 그녀는, 시대정신의 대변인(advocate)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작품으로만 말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인의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여성의 현실과 공명하게 되는 것은 당대 최고 인기 여성 가수가 갖는 아이러니다.

2018년 하반기에 막 접어든 지금, 그녀에게는 자기 목소리를 담은 앨범이라는 기회가 남아 있다. 작품으로는 결코 시시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는 아이유이기에 기대를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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