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함께 외친 ‘회장 퇴진’
  • 전혜원 기자
  • 호수 567
  • 승인 2018.07.3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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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첫 공동 집회를 열었다. 두 국적 항공사의 객실 승무원이 한자리에서 만났다. 이들은 서로를 보면서 동료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
대한항공

설립 1962년 6월(대한항공공사),
 1969년 3월 국영에서 민영 전환
직원 수 1만8300여 명(2017년 말 기준)
노조 4개(대한항공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대한항공조종사 새 노동조합)


2014년 12월 ‘땅콩 회항’ 사건
2017년 12월 대법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 확정
2018년 3월 조현아 전 부사장 경영 일선 복귀
2018년 4월14일 조현민 당시 대한항공 전무
‘물컵 갑질’ 첫 보도
2018년 4월18일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단톡방)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 개설
2018년 5월4일 대한항공 1차 집회
2018년 5월12일 대한항공 2차 집회
2018년 5월18일 대한항공 3차 집회
2018년 5월25일 대한항공 4차 집회
2018년 6월4일·20일 법원,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구속영장 기각
2018년 7월4일 대한항공 직원연대 운영위원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노조 조직 결의
2018년 7월6일 법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구속영장 기각



ⓒ시사IN 조남진

아시아나항공

설립 1988년 2월
직원 수 8900여 명(2017년 말 기준)
노조 3개(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 열린조종사노동조합)


2016년 아시아나항공, 기존 기내식 업체 LSG스카이셰프코리아에 금호홀딩스 투자 요구,
거절하자 이듬해 계약 해지
2017년 중국 하이난그룹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작 설립한
 게이트고메코리아와 30년 기내식 공급 계약
2018년 2월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 앱’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성추행·성희롱 고발 확산
2018년 3월 게이트고메코리아 공장 화재. 임시로 하루 3000인분 기내식 생산하던 업체 샤프도앤코와 단기 계약
2018년 7월1일 기내식 대란 시작
2018년 7월2일 샤프도앤코의 협력업체 대표 숨진 채 발견
2018년 7월3일 단톡방 ‘침묵하지 말자’ 개설
2018년 7월4일 박삼구 회장 사과 기자회견
2018년 7월6일 아시아나항공 1차 집회
(대한항공 연대집회)
2018년 7월8일 아시아나항공 2차 집회
(대한항공 연대집회)
2018년 7월14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공동 집회 



양대 국적 항공사 직원들이 거리로 나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7월1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첫 공동 집회를 열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구속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퇴진을 외쳤다. ‘물컵 투척’과 ‘기내식 대란’으로 시작된 두 항공사의 위기는 한국 사회에 ‘재벌 총수 일가의 갑질·무능·불법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현직 객실 승무원이 한자리에서 만났다. 이들은 신변 노출에 따른 회사 보복을 우려해,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가면을 쓰고 인터뷰에 응했다.



양대 국적 항공사 직원이 두 차례 연대 집회를 연 끝에 처음으로 공동 집회를 열었다.

아시아나항공 객실 승무원
(아시아나):‘우리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동질감을 느꼈다. 그날 대한항공 승무원이 가면을 벗었는데 그 용기에 감명을 받았다. 사실 아시아나항공은 초반에 기사가 많이 나오다가 지금은 점점 안 나오고 있다. 회사에 들어가면 너무 조용하다. 이 침묵이 직원들을 다 숨어버리게 만든다. 다들 집회에 갔다 왔는데도 서로 의심하고 경계한다. 분명 두렵지만, “정말 마지막이다, 이번에 우리가 이 문화를 바꿔놓지 않으면 사망선고 받는 거나 마찬가지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
(대한항공):사실 두 항공사 본사가 강서구 공항동과 오쇠동에 앞뒤로 나란히 있다. 멀지 않고 공항에서 수없이 만나는데도 서로가 남처럼 왔다 갔다 했다. 그들이 겪는 ‘갑질’이나 회사 내의 억압된 분위기가 우리가 지내온 환경과 어쩜 이렇게 똑같을까 하는 동료의식을 굉장히 많이 느낀다.

아시아나의 경우 직접적 계기는 ‘기내식 대란’이었다.

아시아나
:새로 계약한 업체 공장에 불이 난 게 3개월 전이다. 기내식을 다른 업체에서 할 거라고 우리한테 공지했다. LSG스카이셰프코리아(기존 업체)에서 할 때는 기내식 숫자가 모자라거나 (그릇 등) 기물이 안 실리면 바로 가져올 수 있었는데, 여기(샤프도앤코)는 운송 거리가 머니까 밀(식사) 숫자만 잘 보라고 하기에 우린 그것만 생각했다. 7월1일 아침에 출근했는데 분위기가 이상하더라. 임원들이 다 나와 있었다. 이거 뭐지? 그때 느꼈다. 아, 우리한테 거짓말하는 거구나. 비행하러 갔더니 보통은 다 되어 있는 청소나 케이터링(음식 공급)이 하나도 안 되어 있었다. 케이터링하는데 마구 ‘던지기’ 시작하더라.

ⓒ시사IN 신선영2014년 대한항공의 ‘갑질’ 논란이 촉발된 ‘땅콩 회항’ 사건 당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과하는 모습.
대한항공:정해진 위치에 딱 실어줘야 되는데 그런 걸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던 거다.

아시아나:막상 여니까 없는 게 너무 많았다. 이게 뭐야 하면서 난리가 났다. 회사가 시뮬레이션했다고 했지 않나. 3개월 전부터 노조에서 어떻게 할 거냐고, 결과 알려달라고 물었는데 그냥 밀 숫자 얘기만 하고 함구했다.

대기업인데 예측을 못한 걸까?

아시아나
:예견된 거다. 늘 ‘어떻게 되겠지’ 하는 식이다. 우리가 항상 하는 말이 우리 회사는 늦게 해주고 욕먹는다는 거다. 승무원 상식으로 봐도 안 되면 부리토(토르티야에 다진 고기와 콩을 넣은 멕시코 요리)라도 대처할 준비를 해놨어야 하는데, 하나도 안 되어 있었다. 평소에 기내식이 썩는 등 비정상적인 상황이 생기면 사무장들이 종합통제센터에 전화해 거기서 결정을 내렸는데, 한 3일째까지는 계속 사무장들한테 알아서 하라고 떠넘겼다. 어느 순간 눈물이 나더라. 직원들이 불쌍하고, 지금 회사는 뭐 하는 건가 싶었다.

회사가 1600억원 투자 유치를 위해 무리하게 업체를 바꿨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시아나
:그거밖에는 (없다고 본다). 그 대란이 났는데도 첫 번째 업무 공지 뜬 게 아시아나 IT 신사업 공모한다고 아이디어 내라는 거 하나였다. 너무 화가 났다. 서로 책임 회피하기에 바빴다. 4일째에야 (회장이) 미안하다고, 그것도 진정성 없이 핑계대면서 했다. (임시 공급업체) 사장님 돌아가셨을 때 승무원들은 너무 마음 아팠는데 회사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다.

인턴 수료를 앞둔 아시아나 교육생들이 “새빨간 장미만큼 회장님 사랑해” 노래와 율동을 부르는 영상도 공개되었다.

아시아나
:회장이 뜨는 순간 교육장은 올 스톱이다. 안전교육이고 뭐고 모든 게 다 회장을 위해서 움직여야 한다. 하루는 회장이 밥을 먹다가 숟가락을 놓더니 “오늘 노래가 듣고 싶네”라고 했다고 한다. 그 옆에 인턴들이 앉아 있었다. 임원이 와서 뭐라고 말을 하니까 인턴들이 그런 노래를 식당에서 불렀다고 한다. 인턴들은 늘 준비되어 있다. 위에서 관리자들이 항상 그런 걸 연습시키고 잘못된 게 있으면 다시 고쳐준다. 어린 직원들이 자기들이 시키는 대로 안 할까 봐 병풍처럼 옆과 뒤에 서 있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억지로 하는 것 같으면 나중에 불러다 혼을 낸다.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2년, 아시아나는 1년 인턴 기간을 거쳐 정규직이 된다. 인턴 하는 동안은 개인의 인권, 노동권이 모두 박탈당한다. 그 기간 회사에 철저하게 길들여진다.

ⓒ연합뉴스7월4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기내식 대란’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하고 있다.
올해 초 아시아나 직원들 사이에서 ‘미투(성폭력 고발 캠페인)’ 바람이 있었다.

아시아나:대한항공 사건이 터지면서 묻혔다. 매월 첫째 주 목요일 아침 7시쯤에 회장이 타운(아시아나항공 본사)에 온다. 그러면 임원들은 6시부터 나와서 직원들 배치하고 준비한다. 한번은 회장이 기수가 높은 승무원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너 아직도 다니냐.” 그 한마디로 중간관리자들이 기수 높은 승무원들을 타운 근처에도 못 가게 하고 젊은 직원 위주로 다 골라서 구성했다. 기수 높은 승무원은 화장실에 숨어 있는다. 또 뚱뚱하거나 어피어런스(외모) 안 되는 승무원은 아예 그날 비행 자체를 안 시킨다. 큰일 나니까.

대한항공:
우리도 회장 보기에 좋지 않은 늙은 승무원들은 기내에서 눈에 띄는 곳에서는 서비스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이 든 사람 보기 싫다고, 왜 나한테 서비스하느냐고.

아시아나
:한번은 회장이 온다고 어떤 기수의 ‘복직녀(출산휴가 뒤 복직하는 여성 승무원)’들을 여름 땡볕에 다 내보냈다. 나가서 구석에 가 있으라고. 그래서 그늘을 찾아 옹기종기 앉아서 회장이 갈 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회장은 복직녀나 어린 후배들에게 “나 안 안아주냐?”고 묻기도 하고, 손을 주무르기도 한다. 위에서 시키는 규칙이 있는데 악수할 때 손을 깊숙이 넣어서 회장 손을 꽉 잡으라고 한다. 복직녀들은 출산하고 돌아오면 ‘복직시켜주셔서 감사하다’고 감사 편지를 회장에게 써왔다. 아마 이대로 묻히면 또다시 시작할 거고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거다. 그런 걸 없애기 위해 이렇게 행동하고 있다. 멋모르고 들어온 어린 직원들이 회장한테 “기 받아간다”라는 소리나 들어야 하겠나. 다 누군가의 소중하고 예쁜 딸들인데 왜 회장한테 기를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

조양호 회장 일가와 양상은 다르지만 두 회사 모두 직원을 강하게 억압한 것 같다.

아시아나
:회사가 항상 주장했던 게 ‘그래도 대한항공보다 우리가 낫다’는 거였다. 그런데 보면 대한항공의 가장 나쁜 모습을 닮아가더라. 승무원 조직 문화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면 그룹으로, 팀으로 묶어서 동료들을 경쟁 상대로 만드는 식이다. 후배도, 선배도 진급을 두고 서로 경쟁하게 된다. 회사가 ‘아이 러브 주니어’라는 걸 시작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로 선후배가 완전히 갈렸다. 후배들에게는 ‘선배들은 나쁜 존재다, 너희들 고과를 함부로 주니 할 말 있으면 (회사) 사무실에 해라’ 하고, 선배들한테는 ‘후배 누가 어떠니’ 하는 루머를 만들었다. 선배는 선배끼리, 후배는 후배끼리 리그를 만들어서 합치지 못하게 했다. 밥도 선배는 선배끼리, 후배는 후배끼리 먹고 서로 일러바치게 하고.

대한항공:그거 우리가 다 했던 건데(웃음).

ⓒ시사IN 신선영7월14일 청와대 앞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직원들이 공동 집회를 열고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가 왜 그런 조직 관리를 했다고 보나?

대한항공
:커뮤니티가 끈끈하면 노동조합으로 뭉칠 수 있다. 노조를 와해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하는 게 팀제를 만들어 극한의 경쟁으로 몰아넣는 일이다. 동료를 밟고 올라가야 내가 진급할 수 있다는 걸 은연중에 조직이 보여준다.

아시아나
:각종 특화팀이 있어서 기내에서 승무원들이 재능기부로 마술이나 패션쇼를 하는데, 그런 팀에 들어야 진급이 된다. 회장이 쇼를 워낙 좋아하니까. 아시아나항공 노조 조합원이 2000년대 초반 3000명 가까웠는데 지금은 150명으로 줄었다. 조합원이 많을 때는 파업도 하고, 노조원도 진급이 되었다. 노조원인 게 당연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박삼구 회장이 오면서 모든 게 무너졌다. 인턴에게 노래를 시키는 이도 객실 승무원 출신 중간관리자들이다. 자신들도 힘들었는데 그 자리에 가면 후배들을 시킨다. 더 위로 진급하기 위해서다.

노조 탄압이 이뤄진 것도 양사가 비슷하다.

대한항공
:우리가 겪었던 갑질 중에서 가장 큰 것이 인사권을 무기로 한 노무관리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가 만들어졌지만 직원들이 인사 불이익이 두려워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인사 불이익을 당한 사례도 나왔다. 블라인드(직원 커뮤니티)와 카톡방도 회사 쪽 사람들의 놀이방이 되었다. 노조 활동하는 사람을 차단시켜 말을 못하게 만들고, ‘저러니 진급도 못하고 평생 대리로 살지’ ‘회사에서 은혜를 입었으면 갚아야지 배신해서 되겠느냐’는 식으로 직원연대 활동을 하는 이들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글들을 블라인드에 올린다.

아시아나
:우리도 똑같다. 회사가 단톡방에 작업하고 있다. 대한항공을 따라 한다.

대한항공:
예전에 창조컨설팅이 노조를 무수히 파괴하고 다녔는데, 실제로 대한항공에서 부당하게 파면된 직원이 복직 투쟁할 때 회사 측 노무사가 창조컨설팅 소속 노무사였다.

회사에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로 보인다.

아시아나
:손님의 불편함이나 특히 안전 관련 문제에 대해 수없이 제안하고 보고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도록 대답이 없다. 회사는 그런 데는 관심이 없다. 오직 박삼구 회장의 사업만 중요하다.

대한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주식회사인데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수익을 어떻게든 회장 일가가 개인적으로 빼돌리고, 직원을 파트너가 아니라 돈 버는 수단으로 여기며, 능력 없는 자식들을 중요한 자리에 앉혔다. 그런 걸 내부에서는 노동조합이, 외부에서는 노조 상급단체나 정부, 사회가 견제해줘야 하는데 지금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는 전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를 거의 없애거나 어용으로 만들었으니 책임을 묻지 못한다. 사회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우린 그럼 어디 가서 이야기해야 하나? 이 모든 게 지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가면을 쓰고 거리로 나온 이유다.

아시아나
:이번에 박삼구 회장이 사과 기자회견에서 (낙하산 논란이 인) 딸(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을 ‘예쁘게 봐달라’고 했다. 그게 바른 정신을 가진 경영자가 할 소리인가? 경영엔 아예 관심조차 없고 자기 이익만 차리는 경영자의 무능한 모습을 보는 순간 승무원들이 폭발했다. 내가 뭘 위해서 이렇게 해왔나 되돌아보게 된 거다. 회장에게 길들여지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왔던 직원마저 ‘내가 배신당했구나’ 느끼면서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그 직원들이 거기 나오게 만든 건 회장이다.

노동조건은 잘 지켜지고 있나?

아시아나
:승무원들은 근골격계 질환이 생기거나 화상을 입을 일이 많다. 그런데 산재가 많아지면 관리 대상 사업장이 되고 산재보험료도 많이 낸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법에 없는 공상(公傷)을 쓰게 만드는데, 공상 기간에 낫지도 않은 상태에서 빨리 비행에 복귀하라고 재촉한다. 또 승무원이 아프면 처음에는 휴가를 쓰게 만들다가 그다음에는 병가를 내는데, 이 기간에는 하루 영 점 몇 점의 벌점이 주어진다. 이게 다 인사평가에 들어간다. 영 점 몇 점으로 진급이 왔다 갔다 하는데 아무리 열심히 일했더라도 아프다는 이유 하나로 죄인이 되는 거다. 게다가 내가 병가를 내서 벌점을 받으면 나뿐만 아니라 그룹 13명이 다 같이 불이익을 받는다. 그룹별로 등수를 매겨 경쟁을 시키는데 내가 아프면 그룹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다 보니 위염에 걸려 내내 토하거나 다리를 절뚝이면서도 나와서 비행을 한다. 안전에도 위배되는 행위다.

대한항공:
일종의 ‘연좌제’다. 대한항공에서 이미 했던 것과 똑같다. 최근에는 바뀌었지만 학습되다 보니 아파도 그냥 나오는 승무원이 많다. 아시아나는 그나마 휴가가 보장되는 편이지만, 대한항공은 휴가 보장이 안 된다. 한 비행기에 타는 인원은 점점 줄고 일하는 시간은 늘어난다.

아시아나:우리도 하나씩 따라 하기 시작했다. 예전엔 외국에 가면 그래도 여행도 하고 모두가 상상하던 승무원 생활을 했다. 지금은 잠만 자고 오도록 시스템이 다 바뀌어버렸다. 서로 말할 기회도 없고 비행이 끝나고 나면 기가 다 빠져나간 기분으로 호텔에 들어가서 잠만 자다가 다음 날 비행한다. 거의 기계다. 얼마 전 취업규칙을 (직원에게 불리하게) 바꿀 때도 (과반수 노조가 없어서 직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개별적으로 “너 진급 안 할 거니? 진급하려면 해야지” 하며 사인을 받았다. (관리자가) 화장실 앞까지 쫓아왔다. 무기명이지만 봉투가 다 열려 있어서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출산휴가 뒤 복직한 승무원들에게도 (동의서를) 받았다.

항공사 내에서도 객실 승무원은 취약한 위치에 있다.

아시아나
:모든 컴플레인은 100% 손님 입장에서 시작한다. 우리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그걸로 벌점을 주는데 작게는 7점, 제일 크게는 13점까지 나온다. 진급이 왔다 갔다 하는데 7점이나 13점 벌점을 받으면 허탈하다. 아무런 보호막 없이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내던져진 꼴이다.

대한항공:스스로를 지켜낼 수단이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출근하는 순간부터 감정노동 스트레스를 받는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지 않을까, 버스나 지하철 탈 때 옷이 어떻다고, 커피를 들고 마셨다고 실제로 손님들이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비행 들어가면 태도, 눈빛, 손가락 끝도 조심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위에서 연극하듯 해야 한다. 손님뿐 아니라 같이 비행기에 탄 관리자들도 나를 지켜보고 평가한다. 적어도 회사는 일하는 우리를 지켜주고 끝까지 믿어줘야 하는데, 나는 노예로 팔려온 게 아닌데 믿어주지 않고 책임만 묻는다.

객실 승무원의 화려한 이미지와는 대비된다.

대한항공
:회사뿐 아니라 사회도 우리를 마네킹 취급한다. 유니폼은 작업복인데 마네킹에 입히는 옷으로 만들어놓았다. 외국 항공사 이야기를 들어보면 딱 맞으면 일 못한다고, 넉넉하게 입도록 옷을 맞춰준다고 한다. 노동자를 바라보는 태도가 드러난다. 외국 항공사 승무원은 안전조치를 단호하게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못한다.

아시아나
:우리 옷은 신축성이 없어서 그대로 입고는 CPR(심폐소생술)을 못한다. 노조에서 이야기해 겨우 바지를 만들었는데, 그마저도 관리자가 한 명씩 불러서 못 입게 했다. 결국 몇 명만 빼고 바지를 안 입는다. 다 폐기해버렸다. 어피어런스(외모) 룸이 있어서 관리자들이 외모를 체크하고 살이 찌면 압박을 줘서 퇴사하게 만든다. 몇 개월 내에 살을 빼면 얼마를 준다고 공지가 뜬 적도 있다. 승무원들이 다이어트 약을 먹고, 음식을 뱉기도 한다. 또 타운(본사)에서는 겨울에도 회사가 주는 얇은 코트만 입을 수 있다. 뜨거운 음식을 다룰 때 장갑도 못 끼게 해서 지문이 없어진 승무원도 많다. 장갑 이야기가 언론에 나오니 의전용 장갑이 제공되더라.

회장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데, 일터가 어떻게 바뀌기를 바라나?

대한항공
:기업을 기업답게 운영해줬으면 좋겠다. 특히 대한항공은 조 회장 주식 지분도 얼마 안 되는 데다, 자식들이 들어와서 회사를 개인 것처럼 좌지우지한다. 말 한마디에 모든 게 뒤바뀌고 직원들이 징계를 받는다. 또 각종 명목으로 회사를 만들어 이익을 빼돌린다.

아시아나:회장이 경영에서 떠난 시절에는 성과급이 나왔는데 회장이 돌아오니 없어지더라. 지금 정비에도 문제가 많다. 부품 없이 뜨는 경우도 많고 제대로 정비되는 비행기가 없다.

‘회사가 싫으면 떠나면 되지 않느냐’는 반응도 있는데 계속 싸우는 이유는 뭔가?

아시아나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란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절을 바꾸고 싶다. 지금의 직원들뿐 아니라 미래에 아시아나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상식이 통하는 회사에서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우리 목표다.

대한항공:비겁하지 않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최소한의 몸부림이다. 승객들도 행복한 사람에게 서비스받고 싶지 않겠나?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앞에 나선 사람들을 국가가, 사회가 지켜준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그게 있어야 뒤에서 머뭇거리는 사람들이 한 발짝이라도 내디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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