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벼락을 맞거나 이학수가 바른말 하거나”
  • 김연희 기자
  • 호수 567
  • 승인 2018.07.2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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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2일 재판에서 이명박 피고인의 검찰 조사 내용이 공개됐다. 이명박 피고인은 “김석한 변호사를 한 번 정도 만났고, 공식 회의 이외에는 어떤 대기업 사람도 만난 적 없다”라고 진술했다.
■ 7월12일 이명박 횡령·뇌물 등 12차 공판

삼성 뇌물죄 관련 심리가 계속됐다. 검찰은 이명박 피고인과 다스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삼성전자가 미국 로펌 ‘아킨 검프(Akin Gump)’에 67억7400만원을 송금했다고 보고 있다.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월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해 이건희 회장 사면 등 정권 도움을 기대하고 이명박 피고인이 부담해야 할 법률비용을 대납했다고 시인했다. 이날 검찰은 이명박 피고인이 지난 3월 검찰 수사 당시 진술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명박 피고인에 대한 검찰 조사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우연식 그림7월17일 재판에서 이명박 피고인 측과 검찰은 삼성 뇌물수수 혐의 등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검찰
:피의자(이명박)는 ‘아킨 검프’를 알고 있나?

이명박:이름을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워싱턴에 큰 로펌이 있는 건 알았다. 김석한(아킨 검프 소속 변호사)은 한 번 정도 만난 것 같다.

검찰:(다스 소송 등에 무료 변론을 해주는 대신) 김석한이 미국에서 삼성과 현대차의 소송을 많이 수임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나?

이명박:그런 사실 없다.

검찰: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그렇게 진술하는데?

이명박: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저는 대선 때 김석한을 만난 사실도 없다.

검찰:이학수 삼성전략기획실 실장(부회장)과 관계에 대해서 묻겠다.

이명박:이학수는 알지만 만난 일이 없다.

검찰: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에서 접견한 적 있지 않나?

이명박:없다. 제가 무슨 삼성 쪽 사람을 만나겠나.

검찰:그렇다면 이학수 이외에 다른 삼성 관계자는 만난 적 있나?

이명박:없다. 공식 회의 이외에는 어떤 대기업 사람도 만난 적이 없다. 그게 제 방침이었기 때문에 대기업 사람을 만나지 않은 건 확실하다.

검찰:아킨 검프가 다스의 미국 소송을 주관하는 리딩 카운슬(수석 변호인)이 되는 것을 허락했나?

ⓒ연합뉴스4월4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가 조사를 마치고 검찰에서 나오고 있다.
이명박
:그건 기억이 난다. 김백준이 다스 소송 관련해 워싱턴의 큰 회사가 선의로 해준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아킨 검프가 상담 정도 하는 것이라 공짜로 해주는 줄 알았다.

검찰:이학수 실장이나 김석한 변호사에게 삼성이 아킨 검프에 돈을 보내주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적 없나?

이명박:없다. 삼성이 어떤 회사인데 선거 때 개입해서 누구 도와주고 그런 일을 하겠나. 그런 일을 할 회사가 아니다.

검찰:(이학수는) 청와대의 요청이 있어서 삼성이 지원했다고 한다.

이명박:없는 사실이다. 대통령 선거 이후 전경련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건희 회장도 오셨다. 여기서 제가 그랬다. “선거 때 저를 100만원이라도 도와주신 분 있습니까? 역사적으로 처음 있는 일 아닙니까? 열심히 해서 일자리 만들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런 돈을 받았겠나. 대통령까지 한 사람이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제가 벼락을 맞거나 이학수 실장이 나중에 바른말을 할 때가 있을 것이다.

검찰:대선 후보 때나 대통령 재임 기간에 삼성이 다스에 소송비를 대납해준 사실을 몰랐다는 건가?

이명박:모르는 게 아니라 그런 사실이 없다고 생각한다.

검찰:삼성전자에서 아킨 검프에 돈을 보낸 이유가 뭐라고 보나?

이명박:김석한이 우리를 핑계로 삼성에 가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삼성이 소송비 조금 해준다고 무슨 이득을 보겠나. 그렇게 어설프게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검찰:이건희 회장은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2009년 8월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 뒤 불과 4개월 만에 특별사면을 받았는데?

이명박:기억이 난다. 제가 체육계에 있어봐서 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께서 박용성 회장(당시 IOC 위원)을 사면해준 적이 있다. (이건희 회장 사면 결정 무렵) IOC 총회가 예정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체육계·경제계에서도 이건희 회장이 IOC 위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사면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올라왔다. 그때 이건희 회장이 없었으면 동계올림픽을 유치하지 못했을 거다. 저는 이건희 회장이나 삼성을 만나본 일이 없다. 정치적 부담이 커서 사실 (사면을) 하고 싶지 않았다. 삼성과 저를 연계시켜서 그렇게 보는 것은 옳지 않다.



■ 7월17일 이명박 횡령·뇌물 등 13차 공판

이명박 피고인 측에서 반격에 나섰다. 변호인은 검찰에서 삼성 뇌물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관계자들이 지난 2월19일을 기점으로 진술을 바꾼 것을 문제 삼았다. 당초 삼성이 아킨 검프에 다스 소송비를 대납하기 시작한 시점을 2009년 3월이라고 진술했으나, 2월19일부터 2007년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진술이 뒤바뀐 이유가 2월19일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의 라디오 인터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이 인터뷰에서 “삼성은 2007년부터 아킨 검프와 법률 용역 계약을 맺고 정상적으로 거래를 해왔다. 검찰이 2009년 이후만 떼어내서 다스 소송비 대납이라고 한다”라며 뇌물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오후 재판에서는 다스 실소유주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증거조사가 시작됐다.



변호인
:2018년 2월19일 이재오 라디오 인터뷰 방송 시점은 당일 20시이다. 검찰이 ‘이재오 뉴스가 나오기 전에 이미 삼성이 아킨 검프에 2007년부터 수임료를 지급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라고 주장하려면 20시 이전에 (그러한 내용으로) 작성된 진술 조서 등 문서를 제시해야 한다. 검찰은 관련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변호인 측이 다소 지엽적인 측면으로 오해하고 있다. 2007년 9월 (삼성에서 아킨 검프로) 돈의 흐름은 명백히 드러난다. 김석한 변호사가 아킨 검프에 돈을 줄 형편도 아니었고, 다스에서 돈이 나온 것도 아니다. 돈의 흐름을 보시면 단순히 검찰이 조작한 게 아님을 알 것이다.

변호인:김석한이 그럴 능력이 되지 않는 건 추측일 뿐이다! 검사는 범죄를 입증해야지 추측을 하시면 안 된다. 검사답지 못한 주장이다.

판사:(말리듯 끼어들며) 다스 실소유주 관련해 변호사께서 제출할 의견서는 없나?

변호인:저희는 검사가 증거조사 하신 뒤에···.

검찰:검사가 무슨 조작을 했네 뭐네 주장을 하시면서 의견서 내는 절차도 지키지 않으면···. 지난주 금요일에도 의견서 내지 않으셨다.

판사:다스 실소유주 관련 서증조사를 진행하겠다.

검찰:이동형이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을 보겠다. 이동형은 2008년 3월 다스에 입사해 현재까지 부사장이다(이동형은 이상은 다스 회장의 아들로 이명박 피고인의 조카이다). 이동형 진술에는 김재정(이명박 피고인의 처남)과 이상은 명의의 도곡동 땅 관련 내용이 나와 있다.

검사가 도곡동 땅 매각 잔금이 있는 통장을 받은 경위를 묻자, “아버지(이상은) 명의의 삼성증권 150억원 통장을 건네받았다. 원래 이영배가 관리했는데 계속 관리하게 되면 도곡동 땅이 이명박 것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어서 2008년 저에게 맡긴 것 같다(검찰에 따르면 이영배 금강 대표는 이명박 피고인의 재산 관리인이다)”라고 진술했다.

도곡동 땅 매각 대금 계좌에서 이명박 피고인에게 돈을 준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동형은 이렇게 진술했다. “제가 다스 경리과장 최을 통해 삼성증권 계좌에 들어 있던 돈을 신한은행으로 옮기고 작은아버지에게 돈을 빌려드렸다. 차용증을 쓴 적은 없고, 이자를 받은 적도 없다. 도곡동 땅 판 돈은 이명박 거라고 생각했고 제가 관리만 했다. 최에게 시켜 엑셀로 대여금을 계산하게 했는데 67억원 정도 이명박에게 드린 걸로 나왔다.

2013년에 이시형이 찾아와 ‘이제 제가 관리하겠습니다’라며 도곡동 땅 판 돈이 들어 있는 통장을 달라고 했다. 제가 ‘시형아, 네가 다 가져가는 것은 너무 위험해.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주겠다’라고 하고 돌려보냈다. 이시형이 다시 찾아와서 ‘아버님(이명박)이 10억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통장과 카드를 만들어주십시오’라고 해서 아버님(이상은) 명의로 된 신한은행 통장을 만들어줬다. 그 돈 사용 내역 중 5억원은 2014년 9월 시형이가 전세보증금을 올리는 데 사용했다. 2014년 10월 송금한 5400만원은 이시형 결혼식 호텔 비용으로 사용했고, 2016년 9월 2500만원 자기앞수표는 SM(이시형 소유 업체) 투자금으로 사용했다. (신한은행 통장에서) 2014년 7월부터 10월까지 김에게 매달 500만원을 송금했는데, 김은 이명박 피고인의 테니스 코치로, 레슨비를 보낸 것이다.”

검사가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이 있는 통장을 이시형에게 주는 것이 위험하다”라며 거절한 경위를 묻자 이동형은 이렇게 답한다. “2007년 검찰에서도, 2008년 특검에서도 이명박이 도곡동 땅 소유자인지를 수사했다. 도곡동 땅이 피고인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이시형이 직접 관리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안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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