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쟁의 논리가 빗발치는 한반도를 떠날 수 없는 숙명을 안고 산다. 그 숙명을 부여안고 지난 30여 년간 전쟁과 평화 문제를 민주적 공론장으로 불러내며 대안을 제시하는 외길을 걸어온 학자가 있다. 이삼성 한림대학교 교수다.  

그의 문제의식 한가운데는 늘 ‘미국’이 관통한다. 미국 예일 대학 박사과정을 마친 1989년 〈광주민중봉기와 미국의 역할〉이라는 350쪽짜리 논문을 펴낸 이후부터다. 광주와 미국에 관한 글쓰기에 이어 그가 주목한 것은 한반도 평화의 아킬레스건이 된 북한 핵 문제였다.

그가 올봄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라는 책을 펴냈다. 900쪽이 넘는 대작이다. ‘핵무장 국가 북한과 세계의 선택’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북핵 문제의 유일하고 궁극적인 해결책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임을 논증한다. 이삼성 교수는 이 책에서 북한은 이미 핵무장 국가이며 이라크·리비아와 같은 좀비 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한·미 보수 세력들이 주장하는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이나 참수작전, 또는 남한의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는 현실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북·미 정상회담 성공 조건에 대해 저자가 가장 주목하는 근본 변수는 미국 정치권 내부의 합의와 그 지속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치권 내에서 합의 확보와 유지에 실패하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한·미 양국과 협상하면서 상호 교환과 검증 내용을 두고 더 경직된 태도를 보일 수 있다. 이것이 빌미가 되어 한·미 내부에서 대북 협상론에 대한 회의론이 고조되고 위기가 다시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다행히 북한과 미국, 그리고 그것을 섬세하게 조율해내야 할 한국, 이 세 나라 지도자들이 ‘절묘한 궁합’을 이룬 만큼 실기해서는 안 될 귀중한 역사적 조건이라고 본다. 900쪽에 이르는 묵직한 책이지만 일독하면 한반도 평화의 길이 뚜렷이 보인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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