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곁에 온 ‘월간 태연’
  •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 호수 566
  • 승인 2018.07.2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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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양한모

소녀시대 태연은 노래를 잘한다. 그것도 아주 잘한다. 그녀가 태어난 세상은 노래를 잘하지 않아도 가수가 될 수 있지만 노래만 잘한다고 가수가 될 수도 없는 곳이다. 이와 무관하게 태연은, 노래를 잘한다. 어느 정도 타고났다. 2004년 열다섯 살 태연은 현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가 연 청소년 대상 선발대회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하며 정식 연습생이 되었다. 경쟁률은 1만 대 1이었다. 절친한 동료로 유명했던 샤이니의 멤버 고(故) 종현은 “내 기억 속 태연은 늘 1등만 하던 사람이었다”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연습생들 사이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평가회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던 연구 대상을 향한 만년 2인자의 애정과 질투가 어린 추억 소환이었다.

태연은 부지런하다.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이 부지런하기까지 한 건 반칙 아닌가 싶지만 태연은 그 어려운 걸 해내는 가수다. 태연의 부지런함을 증명하는 건 어렵지 않다. 연습실에서 숙소까지,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들으며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주변 사람들의 목격담을 애써 소환할 필요도 없다. 그녀의 별명을 보자. 데뷔 초 ‘잔망 넘치는’ 종류의 것들을 제외하면 정규 앨범에서 싱글, OST까지 꼬박꼬박 쉼 없는 활동 덕에 붙은 ‘SM 공무원’, 매달 정기 간행물처럼 나오는 결과물에 팬들이 붙여준 ‘월간 태연’이 최근의 별명이다. 스타나 연예인보다는 어딘가 ‘근태 좋은 성실한 직장인’의 냄새가 난다.

태연은 대중적이다. 이제는 전 세계가 주목한다는 케이팝과 아이돌. 국내에서는 여전히 대중과 가장 거리가 먼 것으로 손꼽히는 대표적인 대중예술이다. 태연은 아이돌과 대중 사이에 드리워진 그 보이지 않는 견고한 벽에 목소리만으로 금을 낸 몇 안 되는 아이돌 보컬리스트다. ‘만약에’ ‘들리나요’ 같은 드라마 OST 히트로 조성된 태연을 향한 대중의 탄탄한 신뢰는 2015년 발표한 첫 솔로 앨범 <아이(I)-The 1st Mini Album>의 선전에까지 자연스레 이어졌다. 타이틀 곡 ‘아이(I)’는 물론 뒤이어 발표한 ‘레인(Rain)’ ‘파인(Fine)’ ‘와이(Why)’까지 태연이 가는 길을 막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대중적 인기의 잣대라 여겨지는 음원 차트 선전은 물론 열광적인 팬덤 크기를 알아볼 수 있는 가장 쉬운 지표인 초동 음반 판매량(발매 첫 주 음반 판매량)까지 놀라운 기록이 이어졌다. 새롭게 발매되는 자신의 앨범으로 상위권 순위를 거듭 바꿔가자 ‘태연과 싸우는 태연’이라는 농담이 어색하지 않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럼에도 태연은 도전한다. 최근 발매한 세 번째 미니 앨범 <Something New>는 그 대표적인 증거다. 아이돌이라면 으레 하기 마련인 음반 관련 쇼케이스도, 음악 프로그램 프로모션도 없이 불쑥 발매된 앨범에서, 태연은 그 어느 때보다 능숙하고 뻔뻔하고 자신감 있게 노래한다. 지금까지 불러왔던 팝, 록, 발라드와는 사뭇 다른 흑인음악을 베이스로 한 노래들 위로 완성된 기교가 거침없이 쏟아져 내린다. 그리고 그 소리 줄기 사이사이, 이제 막 기지개를 켠 젊은 보컬리스트 태연의 숨겨진 외침이 은은하게 퍼져나간다. ‘있는 그대로 그대로 느껴 널/ 난 이대로 이 모든 게 좋은걸/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리면 펼쳐질 New world (‘Something New’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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