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5일 열릴 전당대회가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7월10일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 준비위원회는 예비경선 일정을 확정했다. 7월20일과 21일 후보자 신청을 받은 뒤 7월26일 예비경선을 치른다. 전국 중앙위원 470여 명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예비경선에서 당 대표 후보 3명, 최고위원 후보 8명을 추려낸다. 8월25일 대의원 현장투표(45%), 권리당원 여론조사(40%), 국민과 일반당원 여론조사(각각 10%, 5%)를 합산해 당 대표 1명과 최고위원 5명을 선출한다.

관심은 단연 당 대표 선거에 쏠린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은 당 대표를 최고위원과 따로 뽑는 방식을 유지한다. 권역·부문별 최고위원제는 폐지하기로 했다. 이른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당 대표의 리더십에 힘을 더 싣는 구조이다. 새 리더십의 화룡점정은 2020년 총선 공천권 행사가 될 전망이다. 유력 후보자들의 물밑 계산이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며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있다. 특히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친문재인)’으로 분류되는 후보군에게 관심이 모인다.

ⓒ시사IN 윤무영2016년 8월27일 더불어민주당 제2차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등 신임 지도부가 당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7월12일 기준으로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거나 후보군으로 꼽히는 이들이 적게는 10명, 많게는 20명에 이른다. 박범계 의원이 7월4일 공식 출마 선언을 했고, 김두관·김진표·박영선·송영길·이종걸·전해철·최재성 의원도 직간접으로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해찬 의원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출마를 고심 중이라고 전해진다. 이 밖에 설훈·윤호중·이인영 등 여러 의원들이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몇몇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했던 김부겸 장관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언론 인터뷰에서 했던 말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 6월26일 그는 당 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개각을 고민하신다니 그동안의 업무 성과를 평가한 뒤, 정치인 출신 장관들에게 (정치권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사인을 주시지 않을까”라고 말한 것이다. ‘당 대표 출마를 위한 사임이 대통령 지지를 뜻하는 것처럼 포장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청래 전 의원은 “전당대회에 나가고 싶으면 사표를 쓰면 된다.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라고 비판했다. 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송구스럽다. 본마음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개각 때까지 장관 직분에만 전념하겠다”라는 글을 썼다.

초미의 관심사인 이해찬 의원도 출마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 의원은 ‘친문 좌장’으로 꼽힌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고 당내 최다선인 7선 의원이다. 총득표의 40%에 달하는 70만 권리당원은 대부분 친문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이해찬 의원이 다른 친문 성향 후보들과 단일화를 한다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7월12일 이해찬 의원실은 “(전당대회 관련해) 정리된 입장이 없다. 언제 입장을 낼지도 모르겠다. 두루두루 이야기는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 본인은 출마 생각이 없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당 안팎 다수의 관측이다. 문제는 추대나 다름없는 ‘친문 단일화’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친문’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해찬 의원, 박범계 의원, 최재성 의원(왼쪽부터).
민주당 관계자는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의원을 쉽게 ‘추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해찬 리더십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당내 ‘교통정리’가 수월해지며 청와대와 긴밀히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반면 강경하고 낡은 이미지는 단점으로 꼽힌다. 민주당 친문 성향 의원 가운데에는 2018년 현 시점에도 이해찬 체제가 최적의 옵션인지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있다. 후배들과 경쟁하는 모양새부터가 부담스러운 이 의원으로서는 망설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내비친 친문 주자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이해찬 의원이 나오더라도 단일화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들은 세대교체론을 꺼냈다. 박범계 의원은 7월10일 방송에서 “이해찬 의원의 무게감, 경륜, 지혜는 당의 역동성에는 확실히 제한적으로 작용하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최재성 의원은 7월11일 뉴시스와 인터뷰하며 더 노골적으로 말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 체제를 극복해야 한다. 세대 경쟁, 세대 이월이 필요하다. (중략) 이해찬 의원과는 공유가 안 되는 게 있으니까 경쟁할 수 있다.”

‘밀실 계파 정치’ 비판에 ‘부엉이 모임’ 해산

다른 친문 후보들 간 단일화도 녹록지 않다. ‘부엉이 모임’ 공개가 발단이었다. 7월1일 채널A는 부엉이 모임에 대해 “친문 핵심 의원들이 친목 차원에서 만든 회원 수 40여 명의 모임으로, 명칭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킨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모임 소속 의원들은 “같이 밥 먹는 모임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야당은 일제히 ‘밀실 계파 정치’라고 비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계파 때문에) 수평적 당청 관계가 이뤄지지 못하면 당내 갈등으로 연결되고, 우리처럼 망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소속 의원들은 7월4일 부엉이 모임을 해산한다고 밝혔다.

실제 부엉이 모임이 어떤 성격의 조직이든 한번 ‘계파 정치’ 딱지가 붙은 이상 물밑 논의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전당대회 출마를 고려하는 한 의원실은 “많은 (친문 후보)분들과 여러 차례 만나서 얘기는 나누고 있다. 그러나 특정인과의 인위적 교통정리는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출마 선언 자리에서 “절대 완주” 의사를 밝힌 박범계 의원은 7월5일 라디오에서 이렇게 말했다. “예비경선 자체가 단일화 과정이다. 인위적으로 주자를 결정하자는 것은 정치공학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친문 범주에 안 끼워주는구나’라는 소외 문제도 발생한다.”

반면 최재성 의원은 단일화에 긍정적이다. 7월11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전당대회를 폭넓고 심도 있게 얘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단일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다만 ‘친문’이라는 소속 세력이 아니라 ‘세대, 정당 혁신, 당청 관계’에 대한 시각을 명분으로 꼽았다. 이 기준에 따라 그는 가치관이 비슷한 전해철 의원은 단일화 상대로, 이해찬 의원은 경쟁 상대로 규정했다.

‘비문’으로 분류되는 후보들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종걸 의원은 6월21일 일찌감치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다. 2016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거에 낙선한 데 이은 재도전이다.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이인영·설훈 두 의원은 단일화를 논의 중이다. 7월10일에는 민평련 전·현직 의원들도 함께 조찬 회동을 했다. 이 밖에 박영선 의원, 김두관 의원이 출마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순항하는 한 신임 민주당 대표의 역할은 한정적이다. 8월 전당대회에서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당장 정국이 뒤흔들릴 가능성은 적다. 다만 압도적 지지를 등에 업은 민주당이 향후 나아갈 방향을 가늠할 수는 있다. 급속도로 몸이 불어난 당내 최대 계파에게 어떤 전기가 될지도 주목할 만하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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