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방북에 목소리 키우는 볼턴
  •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 호수 565
  • 승인 2018.07.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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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비핵화 행보에 대한 미국 정보당국의 회의적 평가가 잇달아 언론에 보도되는 등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도 북·미 비핵화 협상의 변수로 급부상 중이다.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후속 협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7월5일(현지 시각) 1박2일 일정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차 방북을 했다.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기도 전에 워싱턴의 비핵화 전선에 이상기류가 감지되었다.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직전 미국 정보당국이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회의적인 분석을 잇달아 내놓았다. 북·미 정상회담 직후 한동안 잠잠하던 대북 강경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1년 내 북핵 해체론’에 군불을 지피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강력한 무역전쟁에 나서면서 불똥이 비핵화 전선으로 튈 태세다.

가장 먼저 눈여겨볼 대목은 볼턴 보좌관의 재등장이다. 지난 4월 말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한 그는 ‘선 핵포기’를 골자로 한 ‘리비아 모델’을 언급했다가 북한의 반발을 불러온 장본인이다. 그의 발언이 파문을 불러일으키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리비아 모델’을 반박했다. 이후 그의 입지는 급격히 축소됐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지난 5월 방북한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그랬던 볼턴 보좌관이 7월1일 CBS 방송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에 나와서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우리는 과거 수십 년 동안 북한의 협상 행동 패턴에 익숙하다. 북한이 핵무기, 생물화학무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할 시간을 벌기 위해 협상을 이용하는 데 따른 위험을 우린 정확히 알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고는 “북한이 비핵화에 관한 전략적 결정을 내렸고 협조적이라면 우리는 빠르게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라면서 시한을 못 박았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북측과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1년 내에 해체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라고도 밝혔다. 핵 외에도 생물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포함하는 WMD 폐기, 1년이라는 비핵화 시한 등을 담은 그의 발언은 북한의 반발을 불러올 게 분명해 보인다.

볼턴 보좌관의 발언은 북한의 비핵화 행보에 대한 미국 정보당국의 회의적 평가가 잇달아 언론에 보도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NBC 방송은 6월29일 복수의 행정부 관리들 말을 인용해 “북한이 비밀 핵 시설 기지를 은폐하려고 할 뿐만 아니라 최근 몇 달 동안 여러 은밀한 핵 시설에서 핵무기용 연료 생산을 늘렸다”라고 보도했다. NBC 보도 직후 다른 주요 매체들도 경쟁적으로 보도에 나섰다. 6월30일 <워싱턴포스트>는 여러 정보관리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핵무기 저장고를 완전히 포기할 의도가 없으며 이미 확보한 핵무기와 비밀 핵 시설 숫자를 은폐하려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국방정보국(DIA)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의 핵무기가 대략 65개인 것으로 파악했지만 북한 관리들은 훨씬 적은 숫자를 신고하려 한다”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7월1일 “중앙정보국(CIA) 관리들은 북한이 농축우라늄 비밀 시설을 신고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CNN도 7월2일 DIA 분석보고서를 인용해 “김정은 위원장이 최소한 현재로서는 완전한 비핵화 프로그램을 실행할 의도가 없다”라고 전했다.

강경한 대북관을 드러내온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왼쪽)과
앤서니 루지에로 NSC 북한 국장(오른쪽).
정보당국을 취재원 삼아 ‘이례적’ 집중 보도


폼페이오 장관 방북 전 정보당국을 취재원으로 삼은 주요 언론의 집중 보도는 이례적이다.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동북아 분석실장을 지낸 존 메릴 박사는 <시사IN>에 “정보의 주된 출처가 CIA가 아닌 DIA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폼페이오가 어떤 식으로든 북한에게서 비핵화 이행과 관련한 첫 지불금(downpayment)을 받아와야 한다는 신호다”라고 풀이했다. 핵 관련 민간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워싱턴포스트>에 “정보당국의 평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유연한 태도로 비핵화 협상에 임해서 다른 핵 시설은 무시한 채 영변 핵 시설에만 초점을 맞추는 협상안을 받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 시점에서 나온 것이다”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의 재등장과 함께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또 있다. 비영리 정책 연구기관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 연구원 출신 앤서니 루지에로가 7월2일 NSC에 ‘북한 국장’이라는 직함으로 합류했다. 루지에로는 국무부에서 13년 동안 재직하며 2005년 6자회담 미국 측 협상에 관여했다. 그는 이란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구입과 관련된 자금방지책 마련 업무도 맡았다. 루지에로는 재무부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4년 동안 테러금융 및 금융범죄실 실장을 맡으면서 대북 업무를 챙겼다. 공직을 그만둔 뒤 그는 FDD 선임연구원 자격으로 <폭스뉴스> <위클리 스탠더드> <내셔널 인터레스트> 등 대표적 보수 매체를 통해 강경한 대북관을 드러내왔다. 루지에로는 최근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쓴 기고문에서 “김정은은 부친과 조부가 기막히게 써먹은 낡은 수법을 재탕하고 있다. 그건 미국과 동맹국한테 양보를 먼저 하라면서도 자신들의 의무는 뒷전으로 미루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런 그가 폼페이오 3차 방북을 앞두고 NSC에 전격 합류했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영입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루지에로가 볼턴과 호흡을 맞추며 향후 미국의 비핵화 협상에 깊숙이 관여할 게 확실하다. 메릴 박사는 “루지에로는 한때 국무부 정보조사국에서 북핵의 기술적 측면에 관해 분석을 맡았고, 볼턴처럼 이념적이지는 않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도 북·미 비핵화 협상의 변수로 급부상 중이다. 미국은 지난 3월 중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4월에는 500억 달러에 이르는 각종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25% 부과하기로 한 데 이어 추가로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10%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국가안보 관리들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몇 주간 집중 토론을 벌이고, 대중 무역 제재와 북핵 문제는 별도로 다뤄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북한 비핵화가 자국의 이익에 부합되므로 미국에 협조하리라 판단한 것이다.

실제 중국도 미국에 상응하는 무역보복 조치를 취했지만 아직까지 북핵 문제와 연계해 몽니를 부리지는 않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무역 압박이 가중되더라도 중국이 대북 문제에 협조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전문가들 대부분은 부정적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백악관 아시아국장을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 대학 교수는 PBS와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를 제1의 국가안보 문제로 간주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에 진전을 보고 싶은 만큼 중국은 미국의 대중 무역 압박을 자국의 대북 협조와 연계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중국 인민대학 청샤오 교수도 AFP 통신에 “미국의 무역 압박은 대북 제재에 대한 중국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 그럴 경우 미·중 양국의 대북 공조가 무척 복잡하고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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