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한국의 전력 차이는 FIFA 랭킹 1위와 57위라는 수치 이상이다. 선수단 이름값부터 차원이 다르다. ‘2014 월드컵 올스타’로 선정된 토니 크로스, 마츠 훔멜스, 마누엘 노이어가 대한민국전에 선발 출전했다. 요아힘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은 팀의 에이스인 토마스 뮐러를 벤치에 두는 여유까지 보였다. 비록 첫 경기인 멕시코전에서 0-1 패배를 당했으나, 한국전에서만은 축구 팬 모두가 독일의 일방적 승리를 점쳤다. 도박사들이 매긴 한국 승리 확률은 5%가량이었다.
한국 팀이 지난 두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 역시 이변을 상상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스웨덴과 멕시코에 각각 0-1, 1-2로 패했다. 경기 내용도 문제가 많았다. 공을 점유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수비 조직력도 수준 이하였다. 두 경기 모두 페널티킥을 내줘 실점했다. 스웨덴전에서는 유효 슈팅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멕시코전에서는 후반 막판 손흥민이 중거리 슛으로 골을 넣었으나 전세는 이미 기운 뒤였다. 경기를 관람한 문재인 대통령이 라커룸으로 찾아갔을 때 눈물을 흘리던 손흥민의 모습이 화제가 되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마주한 독일 팀에 한국 대표팀은 수비 일변도로 나섰다. 독일의 월드클래스 미드필더를 상대로 맞불 놓을 마음은 전혀 없는 듯했다. 최소 8명, 많으면 10명이 하프라인 아래에서 수비하며 역습 한 방만 노렸다. 독일은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다. 스트라이커들이 몇 차례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 골대 안으로 들어가던 공은 골키퍼 조현우가 선방했다. 그사이 전·후반 90분이 어영부영 지났다.
득점은 추가 시간에 나왔다. 추가 시간 1분, 손흥민이 찬 코너킥이 김영권의 발 앞에 떨어졌고, 슛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부심은 오프사이드라고 선언했으나 이번 대회에 처음 도입된 비디오 판독 결과 득점이 인정됐다. 급해진 독일은 노이어 골키퍼까지 하프라인을 넘어 총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노이어가 공을 빼앗기며 최전방 손흥민이 공을 받았고, 텅 빈 골대로 추가 골을 넣었다. 추가 시간 6분이었다.
기적적인 승리였지만 한국은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동시에 진행된 경기에서 멕시코를 3-0으로 잡은 스웨덴이 조 1위로 올라갔다. 이 경기 결과가 반대였다면 한국은 월드컵 사상 최초로 2패한 뒤 16강에 진출한 팀이 될 수도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손흥민·김영권 등 선수들은 분루를 쏟았다.
한국 팀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거둔 결과가 성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002년 이후 눈이 높아진 팬들에게 1승2패는 성에 차지 않는 성적이다. 신태용 감독의 전술도 비판을 피해가기 힘들다. 손흥민·기성용 등 유명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도 2014년보다 퇴보한 경기 내용을 보였다. 그러나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사력을 다한 대표팀은 다시 한번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번 대회는 ‘독일을 이긴 월드컵’으로 기억될 듯하다.
-
공은 알고 있을까 누가 웃을지
공은 알고 있을까 누가 웃을지
서형욱 (MBC 축구 해설위원, 〈풋볼리스트〉 대표)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은 남미 축구의 자존심이 걸린 무대다. 유럽과 남미가 양분하는 세계 축구 역사를 반영하듯, 두 대륙은 월드컵에서도 대등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왔다. ...
-
세 남자가 꼽은 월드컵 관전 포인트
세 남자가 꼽은 월드컵 관전 포인트
정리·양정민 (축구 애호가)
4년마다 열리는 축구 축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다. F조에 속한 한국 대표팀이 조별 예선을 통과해 어느 정도 성적을 올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사IN〉에서 ‘무규칙 ...
-
눈물의 월드컵 파란만장 도전기
눈물의 월드컵 파란만장 도전기
배진경 (〈포포투〉 한국판 취재팀장)
벌써 4년 전 일이다.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후 지인들과 사석에서 ‘축구 화병’에 관해 이야기 나눈 적 있다. 월드컵을 보면서 화를 내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 현상이 흥미로워서였다...
-
삶이 힘겨울 땐 F조 순위표를 꺼내 봐요
삶이 힘겨울 땐 F조 순위표를 꺼내 봐요
정희상 기자
드라마였다. 각본이 없었기에 감동과 여운은 더욱 진했다. 국내외 누리꾼들은 FIFA 랭킹 1위 독일을 이긴 한국 축구에 열광했다. 16강 진출보다 더 값진 승리라거나 독일을 이긴 ...
-
재일 조선인이 참가한 ‘또 하나의 월드컵’
재일 조선인이 참가한 ‘또 하나의 월드컵’
도쿄∙이령경 편집위원
지난 5월31일부터 6월9일까지 10일간 영국 런던에서 ‘또 하나의 월드컵’이 열렸다. ‘코니파 월드 풋볼 컵(CONIFA World Football Cup).’ 코니파는 ‘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