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부활시킨 미국의 비영리 언론
  • 김은지 기자
  • 호수 564
  • 승인 2018.07.1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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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자들의 대규모 실직이 많은 비영리 언론사 탄생으로 이어졌다. 현재 미국 비영리언론협회에 등록된 매체는 155개. 이들은 전 세계 저널리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7분48초짜리 음성 파일 하나가 미국 전역을 뒤흔들었다. 엄마 아빠를 찾으며 울부짖는 아이들의 말소리.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결정한 이민자 부모-자녀 분리 수용이 얼마나 비인도적인지 드러낸,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의 단독 보도였다. 6월18일(현지 시각) 공개된 이 파일을 며칠 동안 <워싱턴포스트>, CNN 등도 인용 보도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을 뒤집어야 했다.

6월20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443GB(기가바이트) 분량인 ‘파나마 페이퍼’ 120만 건을 추가 공개했다. ICIJ는 2016년 이미 조세회피처 관련 ‘파나마 페이퍼스’를 공개한 바 있다. 이번 추가 보도로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 등이 연루된 사실이 밝혀졌다. <프로퍼블리카>나 ICIJ 등은 비영리 언론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상업광고를 싣지 않고, 후원과 기부로만 재정을 운영한다.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현재 탐사보도 부흥기를 맞았다는 미국 저널리즘의 중심에 이런 비영리 언론이 있다. 6월 현재 미국 비영리언론협회에 등록된 매체는 155개이다.

ⓒ시사IN 김은지6월12일 한국 기자들을 만난 비영리 언론 <마셜 프로젝트>의 빌 켈러 편집장(가운데).

ICIJ를 설립한 찰스 루이스 아메리칸 대학 교수는 미국 내 비영리 언론의 강세를 이렇게 설명했다. “뉴스룸이 디지털로 바뀌면서, 주로 프린트 지면에서 광고 수익을 얻던 언론사들이 타격을 받았다. 언론의 감시 영역은 줄었다. 이런 상황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비영리 언론의 출현이 더 중요해졌다.” 역설적이게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자들의 대규모 실직이 신생 비영리 언론사를 만들어냈다.  

미국의 세금 제도도 비영리 언론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기부금 공제 비율이 높은 데다 비영리 언론 기관에 기부해도 문화 기관에 기부하는 것과 같은 세금 혜택을 받는다. ‘큰손’들의 기부가 적지 않다.  

후원자 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


그렇다면 후원자가 편집권을 침해하는 일은 없을까? <프로퍼블리카>는 편집국과 재단을 나눠 기부자·후원자가 편집권을 침해할 수 없는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미국 형사사법 제도 전문 매체인 비영리 언론 <마셜 프로젝트>는 기사에 따라 주요 후원자 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관련 기사에는 조지 소로스가 자신들의 주요 후원자라는 사실을 마지막에 써놓는다. 조지 소로스가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도 후원금을 많이 내놓아서다. 빌 켈러 편집장은 “해당 기사는 독립적으로 쓰였고, 후원자에게도 기사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할 수 없다고 고지했지만, 그럼에도 이해 상충 가능성을 기사에 명시했다.”

미국 비영리 언론은 탄탄한 재정을 바탕으로 신뢰받는 언론이 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탐사보도가 있다. 퓰리처상 등 각종 언론상을 휩쓸고 있는 비영리 언론은 더 이상 전통 신문 방송 매체의 ‘보완재’나 저널리즘의 ‘미래’가 아니다. 저널리즘의 ‘현재’로 자리를 잡은 이들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저널리즘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KPF 디플로마-탐사보도 교육과정’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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