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존스 명예교수(런던 킹스턴 대학 사회복지학과)는 지방정부와 민간단체에서 40년 동안 아동보호 서비스를 실행하고 관리해온 영국 아동보호 분야 원로 전문가이다. 영국 사회복지사협회 회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특히 피터 코널리 사건 이후 열악해진 아동보호 사회복지사들의 업무 환경과 그것이 아동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여러 연구·저술 활동 및 대중매체 기고 활동을 벌여왔다. 여러 실패에도 불구하고 존스 교수는 “영국의 아동보호 시스템은 칭찬받을 만하다(laudable)”라고 평가한다.

ⓒ시사IN 조남진레이 존스 교수는 “보호가 필요한 아이의 가족에게 해줄 수 있는 지원을 먼저 본다”라고 말했다.

영국 아동보호 시스템의 핵심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함께 일한다는 것(work together)이다. 지역의 교사, 경찰,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아이와 관련된 모든 직군의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한다. 두 번째는 부모로부터 아이를 빼앗아오는 방식이 아니라 가정 안에서 더 나아지는 방법을 모색한다는 점이다. 보호가 필요한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의 가족에게 어떤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먼저 본다. 특히 어떻게 양육을 하는지 가르쳐주고 부모들이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준다.

피터 코널리 사건 이후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

가족을 지원하는 아동 서비스 정책과 그 일을 맡은 사회복지사에 대한 비난이 높아졌다. 취약한 가족 지원에 돈을 적게 쓰는 대신 아이를 부모로부터 격리하는 데 초점을 더 맞추기 시작했다. 사회복지사는 문제를 키우지 않기 위해 더 방어적으로 일하게 됐다. 예전에는 취약한 가족을 도와서 아이의 안전을 높이는 게 사회복지사의 역할이었다면 지금은 모니터링을 하는, 방어적인 방식이다.

현재 아동보호 사회복지사들의 처우는 어떤가?

예산은 줄고 업무 부담은 늘고 비난은 더 크게 받는다. 아이들과 일하는 사회복지사를 새로 채용하기도 어렵고, 채용해도 그 자리에 머물게 하기도 어렵다. 피터 코널리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아동보호 업무는 80% 증가했는데 그 일을 하는 사회복지사 수는 5% 증가에 그쳤다(아동학대 수사 건수는 2009년 8만9300건에서 2017년 18만5450건으로 2배 이상 늘었고, 지방정부에서 수립하는 아동보호 플랜도 2008년 2만9200건에서 2017년 5만1080건으로 증가했다). 2010년부터 사회복지 일자리에 페이캡(Pay cap·임금 상한선)이 생겨 물가가 올라도 연봉은 1% 이상 올리지 못한다.

지방정부의 아동보호 서비스 예산이 얼마나 깎였나?

2010~2018년 중앙정부에서 지급된 지방정부의 아동 서비스 예산이 50% 가까이 삭감됐다. 그나마 지방정부들은 아동 서비스 부문의 예산은 최대한 지켜내려고 노력했다. 노인, 장애인 등 다른 분야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지난 8년 동안 계속 예산이 삭감돼왔고 앞으로 2020년까지 계속 의사, 경찰, 교사 등 모든 공공 영역에서 인력을 줄일 예정이다. 아동보호 서비스를 민간 시장에 개방하려는 시도도 있다. 이런 움직임은 매우 위험하다. 그동안 아동보호 시스템에서 영국이 만들어낸 가장 큰 성과는 지역에 밀착한 여러 직군이 모여 함께 일하는 것이다. 민간 기업이 이 영역에 들어온다면 아마 지역에서 일하지 않거나 지역 기반이 없는 크고 복합적인 조직일 것이다. 지역 의사, 경찰, 학교와 공조하는 체계가 취약해질 것이고 수십 년 동안의 교훈을 잃게 된다.

ⓒAP Photo지방정부의 아동보호 서비스 예산이 깎이면서 푸드뱅크를 이용해야 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아동 서비스 예산 삭감의 영향이 실제 나타나고 있나?

월요일에 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주말 동안 밥을 못 먹어 굶주려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방학이 끝나고 아이들을 만나보면 살이 빠져 있다는 ‘홀리데이 헝거(Holiday hunger)’라는 말도 있다. 취약한 가족을 지원하는 아동 서비스 예산이 줄어들면서 심해진 현상이다. 푸드뱅크를 이용해야 하는 가족 수도 늘고 있다. 가난한 부모들이 아이를 먹이거나 입히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어떤 지역에서는 선생님들이 사비를 들여 아이들을 먹이고 있다.

영국 아동보호 시스템이 이처럼 위기에 처했는데도 높이 평가할 만한가?

그래도 칭찬받을 만하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서 수십 년간 가다듬은 체계 덕분에 더 적은 아이들이 죽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는 어려움을 겪는 아이와 가족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그 방법을 알고 있다.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고 더 발전시켜야 한다.

피터 코널리를 비롯한 아이들의 죽음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나?

모든 아이들의 죽음을 예측할 수는 없다. 언제나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다만 그것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서는 아동보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이 있어야 한다. 시간이 많을수록 그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기회가 많아진다. 시간이 없을 때 우리는 뭘 해야 할지 모른다. 또 아동보호 업무는 특히 지역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의 관련 전문가들이 협력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중앙정부가 재정을 지원하고 프레임워크를 만들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서비스는 지역적이다. 실제로 일을 하는 지방정부에 자원이 가는 게 중요하다.

 

 

 

 

 

기자명 런던·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