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하위 20% 계층의 소득이 감소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점검회의를 소집해 “저소득층의 소득분배 악화는 아픈 지점”이라 말하고 “우리의 경제정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허심탄회하게 대화해보고 싶다”라며 보완책을 주문했다.

이에 더해 나는 복지정책도 종합 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이번 수치를 보면 특히 하위 계층 비근로 가구의 소득 감소가 눈에 띈다. 여기에는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사람, 가구주가 노인인 경우가 다수이다. 경제정책뿐만 아니라 복지정책도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말한다. ‘2010년 무상급식 논쟁을 전환점으로 복지가 늘고 있다지만 정작 우리는 느끼기 어렵다’고. 무상보육을 보자. 예전에도 가난한 집은 보육료를 지원받았다. 2009년부터 전액 지원 대상이 하위 50%까지 확대되고 2013년에는 전체 계층으로 보편화되었다. 보육복지가 모든 아이에게 제공되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가난한 가구의 처지에서는 질문이 남는다. 우리에겐 어떤 변화가 생긴 거지?

무상급식도 그렇다. 저소득 가구 학생들은 이전에도 급식비를 전액 지원받았다. 2009년 기준 전체 학생의 약 10%가 이에 해당되었다. 무상급식은 한국에서 보편복지 바람을 일으키는 기폭제 구실까지 했으니 긍정적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가난한 아이의 눈에선 질문이 남을 수 있다. ‘나에게는 원래 무상급식이었는데.’

빈곤 노인의 경우에는 역진적 후퇴가 발생했다. 2008년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기 이전에 빈곤 노인을 대상으로 월 3만~5만원의 경로연금이 존재했다. 당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들은 생계급여와 별도로 경로연금을 받았다. 그런데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면서 경로연금이 폐지되었고, 이후 기초노령연금만큼 생계급여가 삭감되는 조치가 뒤따랐다. 이러한 방식은 기초연금으로 이름이 바뀌고 금액이 인상돼도 동일하기에 ‘줬다 빼앗는 기초연금’으로 불린다. 이제 빈곤 노인은 기초연금을 누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예전에 받던 경로연금마저 박탈당했다.

 

 

ⓒ연합뉴스2014년 6월 서울 역촌동주민센터에서 한 주민이 기초연금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에게만 제공되는 공공부조 복지는 강화되었을까? 2013~2017년 사회복지 예산의 평균 증가율은 7.7%이다. 반면 국민기초생활보장 부문 예산 증가율은 5.2%로 이보다 낮았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비슷한 기조이다. 올해 국민기초생활보장 예산은 작년 추경예산 대비 1.7% 증가에 그친다. 같은 기준으로 보건복지부 전체 지출은 7.9% 증가했다. 앞으로는 어떨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생계급여 수준이 ‘중위소득의 30% 이상’으로 명시돼 있는데, 정부는 현행 30%를 인상할 계획을 지니고 있지 않다. 가난한 사람을 홀대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450만명이 최저생계비 아래에서 살고 있다

대신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보장 밖에 있는 ‘비수급 빈곤층’에 주목하겠다고 말한다. 물론 공공부조 사각지대가 심각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가처분소득 기준 빈곤율이 9.3%, 즉 전체 국민 중 약 450만명이 최저생계비 아래에서 살고 있다. 올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163만명이니 거의 300만명이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사각지대를 얼마나 개선하려는 걸까? 3개년 계획을 보면, 복지부는 2020년까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252만명으로 약 90만명 늘릴 예정이다. 언뜻 수치는 커 보이지만 알맹이는 부실하다. 공공부조의 핵심인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신규 적용자는 7만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83만명은 주거급여만 받는 사람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이 주거급여에서만 폐지되고 핵심 급여인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는 계속 유지된 결과이다.

결국 지난 몇 년 복지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복지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심지어 포용적 복지국가를 주창하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그다지 개선될 것 같지 않다. 최근 소득분배 악화 지표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계기에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복지도 종합 점검하자.

 

 

기자명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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