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유튜버의 곤혹스러운 논리
  • 이종태 기자
  • 호수 563
  • 승인 2018.07.0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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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기괴한 취미로 욕먹을 수 있지만, 가끔 극우 유튜버들의 방송을 ‘즐긴다’. 박근혜 정권 시절엔 나름 심각하게 들었다. 극우 담론을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게 된 것 자체가 정권 교체와 한반도 정세 변화의 효과다.

ⓒ시사IN 양한모

올해 들어 극우 유튜버들은 한결같이 북·미 대화의 파탄을 갈구해왔다. 그들의 복음은 ‘미국의 북한 폭격(북폭)’이었다. 이에 따른 북한의 인명 살상을 당연하게 여기고, 북한 반격으로 예상되는 한국의 피해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다. 한국인들을 설득할 논리적 장치까지 나름 마련했는데, ‘15분론자’들이 ‘30분론자’를 사납게 공격하는 웃지 못할 논쟁으로 번지기도 했다. ‘15분론자’들은, 전쟁이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 덕분에 ‘15분 내에 끝날 것이므로’ 한국의 피해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전쟁을 무서워하지 말자! 이런 와중에 극우로 분류되는 정치인 한 명이 ‘30분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가 난데없이 ‘친중파’로 몰려 곤혹스러워했다. 그가 ‘전쟁이 30분이나 걸린다고 한국의 피해 가능성을 과장하는 방법으로 북폭을 막아 중국을 도우려 했다’는 것이 15분론자들의 논리였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북·미 대화가 본격화되면서 극우 유튜버들의 논리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한 유튜버는, 미국이 북·미 회담 이후 북한을 사실상 점령한 뒤 중국으로 진군해서 대륙을 쪼개놓을 것이라는 웅대한 비전을 설파했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트럼프를 따라 북쪽으로 진격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지금은 ‘6·25와 비슷한 전시 상황이므로 태극기 집회에서 유엔 만국기를 흔들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6·12 북·미 정상회담 전후에는, 수많은 극우 유튜버들이 상황을 나름 이성적으로 파악하려는 노력까지 포기하고 주술에 기대게 된다. 원로급 논객이 1994년 남북 정상회담이 김일성 주석의 죽음으로 무산된 사례를 언급하고, 다른 장년의 유튜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 체류하는 동안 북한에 군부 쿠데타가 터지라고 저주했다.

인공지능이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는, 새롭거나 돌발적인 상황에 맞춰 행동 패턴을 바꿀 줄 알기 때문이다. 생각을 바꾸기보다 현실을 왜곡해버리는 사람들을 보면 인공지능의 지구 정복이 SF가 아니라 현실에서 이루어질 것 같아서 잠을 이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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