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행복한 아들은 얼마나 될까? 늘 일로 바쁜 아버지, 툭하면 어머니와 싸우며 외골수의 모습을 보이는 아버지, 나에게는 관심이 없었던 아버지. 아버지는 이런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지 않을까. 그런 아버지에게 여행사 대표인 저자는 한참 망설이다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건다. “아버지, 저랑 파리 여행 가실래요?”
이 책은 파리를 100번도 더 가본 여행사 대표인 아들이 오랜 원망의 대상이었던 아버지와 함께 떠난 단 한 번의 파리 여행을 계기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고 나아가 가족 내 상처 치유와 관계 회복은 물론, 20여 년간 일해온 여행업에서도 다시금 맥락을 잡아가는 기적과 같은 변화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이미 어른이 되었고 더 이상 아버지와 함께 살지도 않는다. 이제는 자신에게 별다른 영향력도 없는 아버지에게 왜 화해를 시도했을까. 아버지와의 파리 여행 이후 가족 내 질서가 바로잡히고 사업도 순조롭게 풀리게 되었지만 이것은 단지 외형적 변화일 뿐이다. 그 안에 숨어 있는 진짜 의미는 치유와 힐링이었다. 마치 내 이야기인 듯 뭉클하고, 다 읽고 나면 후련한 느낌이 든다. 결론은 치유였다! 불행한 기억에 대한 치유는 마음의 평화를 준다.
실체도 없어 보이는 기억 따위에 다 큰 어른의 행불행이 좌우될까 싶지만, 어려서 입은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는 온전한 자유와 행복이 자리 잡을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이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납득해야 할 규칙이기도 하다. “돌아갈 곳이 있어야 여행이다”와 “언제든지 맘 편히 돌아갈 수 있는 가족이 있어야 인생이다”라는 저자의 말이 비로소 같은 의미로 이해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없거나 부족해서는 절대로 안 될 공기 같은 존재가 바로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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