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5일 한국 특사단이 방북했을 때만 해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국 협상 카드로 활용할 생각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를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이 특사단에게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중국에 폭탄선언이었다. 그동안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쌍중단)을 주장해왔다. 중국으로서는 북한과 공유해왔다고 믿어온 ‘쌍중단’ 원칙을 김 위원장이 무너뜨렸다.

김 위원장은 이날 특사단에게 핵·미사일 발사 시험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의 쌍중단 원칙에 따르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도 동시에 요구해야 한다. 그런데 핵·미사일 실험은 중단한다고 해놓고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예년 수준이라면 이해하겠다고 한 것이다. 중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을 내세워 내심 불편했던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시키려 했던 계획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 인정은 나아가 주한 미군 주둔 허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EPA6월19일 중국 베이징에서 북·중 정상회담이 열렸다. 시진핑 주석(왼쪽)과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 걷고 있는 모습.
3월25~28일 이뤄진 김정은 위원장의 1차 방중은 공식적으로는 북한이 요청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중국이 오히려 김 위원장의 방중을 강력히 요구했다는 것이 외교가의 정설이다. 이대로 북·미 정상회담을 강행하면 석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중국이 압박했다는 말도 돌았다. 1차 방중 기간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중국 측의 직접적 요구가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김 위원장 집권 뒤 6년간 양국의 공백이 커서 중국이 노골적으로 요구하거나 압력을 넣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을 포함한 관계 각국과 함께 중국이 제시한 ‘쌍궤 병행(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병행. 쌍중단 다음 과정)’ 제안과 각국의 유익한 건의를 합하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 지역 및 세계의 장기 평화를 위해 노력하기를 원한다”라고 우회적으로 밝혔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과 첫 대면 때부터 북한 요구안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4월17일자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대규모 경협을 요구했다. 경협의 내용은 “과거 북·중 양국이 하기로 했다가 중단된 국경지역의 특구 개발을 재개하자”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국경지역의 특구 개발’의 실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드러났다.

2010년 국내외를 놀라게 한 북·중 합의

지난 2010년 11월20일 북한 합영투자위원회(당시 위원장이 리수용 현 노동당 국제부장)와 중국 상무부(부장 천더밍)는 나진·선봉과 위화도·황금평(일구양도:一區兩島. 일구는 나진·선봉 특구. 양도는 위화도와 황금평) 개발계획에 합의했다. 중국이 10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자하고 북한은 지하자원 개발권을 내준다는 내용이다. 그해 12월25일 북한 합영투자위원회와 지린성 국제경제기술합작공사(지린성 상무부 조직의 대외 명칭)가 나진 경제특구 개발을 위한 5개 항목의 협약서를 체결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북·중 양국은 북한 함경북도 나진을 자유무역지대로 육성한다. 이를 위해 나진항 제4·5·6호 부두 건설에 합의하며, 중국이 50년 사용권을 취득한다. 중국 훈춘의 취안허(권하)와 나진항 간에 고속도로  및 철도를 건설한다. 북한은 유엔개발계획(UNDP) 사업에 참여하고 이를 위한 중국 사무소를 평양에 둔다.’

ⓒ시사IN 신선영6월12일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김정은 위원장이 차량을 타고 숙소에서 나와 공항으로 이동하고 있다.
북한 합영투자위원회는 당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산하기관이었다. 당시 이 계획은 발표되자마자 국내외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나진항을 중국이 대대적으로 개발해 50년 소유권을 갖는다는 것은 동북아의 지정학적 역학관계를 뒤흔드는 사건이었다. 중국이 나진항을 통해 동해로 나오기 시작하면 상선뿐 아니라 언젠가 군함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 러시아, 미국까지 용납하기 힘들다. 일본의 반응은 더 민감했다. 일본은 중국이 동해로 진출하는 ‘최악의 경우’ 한국과 손을 잡고 대한해협을 군사적으로 봉쇄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이때부터 일본은 한·일 간 군사협정 체결에 본격 나서게 되었다.

2013년 장성택 행정부장의 처형으로 ‘일구양도 개발계획’이 흐지부지되는가 싶었다. 김정은 위원장 1차 방중으로 그 계획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1차 방중 당시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중국이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거나 김 위원장이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다음과 같은 해프닝에서 드러났다. 김 위원장이 중국에서 돌아온 직후인 3월31일~4월1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했는데, 김 위원장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나 주한 미군에 대해 일절 얘기를 하지 않았다. 중국으로서는 실망이 컸던 것 같다. 그래서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 전 중국은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 전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제안했다. 시 주석이 방북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주한 미군 문제에 대해 분명하게 못을 박으려 했지만, 북한 측이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집중하겠다며 거절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2011년 6월 일구양도 개발계획에 따라 착공식이 열린 황금평에 애드벌룬 수십 개가 뜬 가운데 참석자들이 착공식이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한 발짝 더 나아가버렸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이 체결할 수 있다는 판문점 선언 제3조 3항을 수용한 것이다(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중국을 종전선언뿐 아니라 평화협정 당사국에서 뺄 수도 있다는 조항을 북한이 받아들인 셈이다. 중국으로서는 충격이었다. 북한의 경협 요구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보며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과정에 중국을 끼워줄지 말지 북한이 선택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무런 협상 카드 없이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번번이 거절당하는 모습을 본 김정은 위원장이 절치부심한 뒤 내린 결단이라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결단에 따라 북한은 중국에 대규모 경협을 압박할 유력한 카드를 여러 개 가질 수 있었다. 그 하나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고 또 하나가 종전선언, 그리고 평화협정 카드이다.

일본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북한의 대중국 압박 카드는 모두 유효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일본이 끼어들면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카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4월 말부터 일본의 대미 로비가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5월4일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장은 존 볼턴 보좌관과 만나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생물화학무기, 일본인 납북자 문제까지 북·미 정상회담 의제로 포함해달라고 요청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를 받아들여 북·미 정상회담의 허들을 높여버렸다. 그러자 김정은 위원장이 예정에 없던 중국 방문을 감행했다. 바로 5월7~8일 다롄에서 열린 2차 북·중 정상회담이다. 6월17일자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2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미국 측에 요구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북한이 억류하고 있던 미국인 3명을 석방할 용의가 있다고 하자, 시 주석이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르면 먼저 움직이는 것이 유리하다”라며 찬성의 뜻을 표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시 주석은 억류 미국인 석방 대가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미국 측에 요구하라고 제안했다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

ⓒ연합뉴스5월 중·하순 북한 노동당 친선 참관단이 중국 경제 시찰에 나섰다. 위는 5월16일 북한 참관단이 숙소인 베이징 조어대에서 나오는 모습.
이 신문은 억류 미국인을 석방하는 대가로 시 주석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제안했다고 분석했지만,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김 위원장이 1차 북·중 정상회담 때 요구한 ‘대규모 경협’에 대해 재차 확인하자, 시 주석이 이를 들어주는 조건으로 북·미 정상회담 의제에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넣는 것을 관철시켰다고 보는 해석이 더 합리적이다. 억류 미국인 석방이나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는 미국에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기 위한 명분 축적용 선행 조처로 논의됐을 수 있다.

이런 추론을 뒷받침하는 후속 조처들이 이어졌다. 북·중 간 대규모 경협을 염두에 둔 현장 시찰이 진행되었다. 박태성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노동당 친선 참관단이 중국 경제 시찰에 나섰다. 이들은 5월14~16일 베이징 중관춘, 5월17일 시진핑 주석의 고향인 산시성 시안, 5월19일 상하이, 5월21일 알리바바가 있는 저장성 항저우, 5월23일 마지막 일정으로 저장성 닝보를 방문했다. 닝보는 북한의 나진항에서 출발한 중국 선박이 훈춘의 석탄 등을 싣고 도착하는 중국 남부 항구도시다. 즉 나진·선봉 특구 개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북·중 협력 지역이다. 2017년 초 훈춘의 창리(創力) 해운물류회사가 훈춘-나진-닝보를 연결하는 육상·해운 복합 컨테이너 선박 운항을 5년 만에 재개했다. 앞으로 대북 제재가 완화되면 나진항과 닝보를 연결하는 북·중 간 운송 통로가 급속히 열릴 가능성이 있다. 노동당 친선 참관단의 최종 목적지가 닝보라는 사실은 1차 방중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제기한 ‘국경지역 특구 개발’이 나진항 개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한·미 공군의 연합 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빌미로 5월16일 예정되었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다롄(2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있었던 시진핑 주석의 제안을 잊지 않고 있음을 중국 측에 확인시켜준 셈이다.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자신이 먼저 제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흐름상으로 보면 시진핑 주석의 제안을 받은 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등 비핵화 조치에 대한 대가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지 일주일 만인 6월19일 김정은 위원장은 다시 중국을 찾았다. 3차 방중이다. 3월25일 1차 방중 이후 유례가 없을 정도로 짧은 기간에 세 차례나 중국을 찾아 정상회담을 했다. 이번 3차 방중의 목적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대로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중국에 알리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에 앞서 중국과 사전 협의를 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이보다 더 중요한 목적이 있다. 바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과 중국의 대규모 경협을 둘러싼 북·중 간 협의를 마무리 짓기 위한 방문이라 할 수 있다. 5월7~8일 2차 북·중 정상회담 때 시진핑 주석이 요구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관철했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은 1차 회담 때부터 요구해온 대규모 경협과 관련해 시 주석의 약속을 받아낼 필요가 있었다. 1·2차 방중 때와 달리 이번에는 박봉주 내각총리가 동행했다는 점도 이번 중국 방문의 목적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일구양도가 중국의 일대일로와 만나면

북한이 중국에 요구하고 있는 대규모 경협이 현실화되면 과연 어느 나라에 가장 큰 이익을 안겨줄까?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2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경제 집중 노선을 선언했다. 최고 지도자로서 인민들에게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미국은 비핵화가 상당히 진행되기 전에는 대북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중국을 끌어들여 성과를 내려 한다. 중국 자본으로 김 위원장이 바라는 성과를 볼 수 있을까? 시진핑 주석이 야심적으로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일환으로 전 세계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신(新)실크로드’ 프로젝트로 통하는 일대일로는 35년간(2014~2049년) 현대판 실크로드를 다시 구축해, 중국과 주변 국가의 경제·무역 합작 확대의 길을 연다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시진핑 주석의 제안으로 시작해 현재 100여 개 국가 및 국제기구가 참여하고 있다.

싱크탱크 글로벌개발센터(CGD)에 따르면 중국이 일대일로를 위해 68개국에 지원한 자금은 8조 달러(약 8552조원)에 이른다. 일대일로 참여국 가운데 빚더미에 오른 국가들이 적지 않다. 23개국이 빚더미에 앉았고, 특히 파키스탄·라오스·지부티·몽골·몰디브·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 8개국은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칫하면 중국으로부터 차관이나 대출을 받아 인프라를 건설한 뒤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 중국에 천연자원이나 인프라 운영권을 넘겨줄 가능성도 있다.

일대일로 사업 때문에 금융 취약국으로 전락한 국가들은 중국이 인도양이나 유럽, 아프리카로 진출하는 데 전략적 요충지나 관문이 되는 곳에 위치해 있다. 중국이 이들 국가에 투자한 철도·도로·항만은 사실 해당 국가보다는 중국의 진출을 위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중국이 투자한 항만 등의 인프라가 중국 군함이 주둔하거나 경유지로 이용되는 등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점도 심각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에게 요구한 일구양도 개발계획도 일대일로 사업과 연결될 수 있다. 그래서 더 심각하다. 앞서 지적한 대로 중국은 일구양도 개발계획으로 나진항을 통한 동해 출해권을 확보하려 한다. 이렇게 되면 궁극적으로는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에서 시작해 진주목걸이형의 해상 방어선을 동해까지 확장 연결할 수 있다. 중국 군함이 나진항에 드나들기 위해 나진·선봉에 투자하는 것이다.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 항을 보면 나진항의 운명을 점칠 수 있다. 스리랑카는 자기들에게 별로 필요하지도 않고 이용률도 저조한 함반토타 항을 중국 자금으로 건설했다. 결국 지난해 99년간 함반토타 항 운영권을 중국 국영 항만기업 자오상쥐(招商局)에 넘겼다. 항구 운영을 위한 합작법인을 만들어 자오상쥐가 70% 지분을 갖기로 했다. 중국으로서는 인도양의 요충지에 거의 공짜로 군사 거점을 확보한 셈이다.

우리가 참고할 만한 중국의 ‘동포자본우대법’

경제적으로도 중국이 더 큰 이익을 챙기고 반대로 북한은 다른 일대일로 참여국처럼 빚더미에 앉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재주는 북한이 부리고 돈은 중국이 챙기는 방식 말고 다른 개발계획은 없을까?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남북관계가 해빙기에 접어든 현재 북한이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과거 남북관계가 경색됐을 때도 북한의 대남 경협 담당자들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북한의 인프라와 자원은 동족인 남쪽에 우선권을 주라는 게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이다.” 지금 북한이 해야 할 일은 이 유훈을 따르는 것이다. 지난 1978년 개혁·개방 초기 중국공산당이 했던 것처럼 ‘동포자본우대법’을 만들어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 초기 삼포자본(三胞資本:타이완·홍콩·마카오 동포의 자본)이 큰 역할을 했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원하는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제조업 진출이 필요하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중국 기업보다는 동포 기업이 진출해야 ‘윈윈’할 수 있다.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 초기에 동포 자본을 우대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경제 집중 노선의 성공과 북한의 산업 발전을 원한다면, 먼저 남쪽을 비롯한 해외 동포 자본을 어떻게 끌어들일지 궁리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비핵화를 위한 중재와 병행해 북한의 산업화와 개발을 염두에 둔 남북 경협 방안을 하루속히 만들어야 한다. 북한 개발을 위한 국제포럼을 조직하고 한국 기업의 대북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 북한 개발을 위한 국제포럼은 그 전 단계인 북한의 비핵화 지원을 위한 국제포럼이 자연스럽게 맡으면 될 것이다. 기존 6자회담 국가에 유럽연합(EU)이나 아세안,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등 국제 금융기구를 망라한 북한 비핵화 및 개발을 위한 국제포럼을 한국 정부가 주도해 조직할 필요가 있다.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 뒤 북한 경수로 건설 지원을 위해 설치됐던 국제 컨소시엄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예에서도 보듯 이번에도 한국이 비핵화 비용을 제일 많이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비핵화의 과정과 이후 개발 과정 역시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북한을 설득해 동포자본우대법을 만들게 하고 한국 기업의 대북 진출을 위한 환경을 하루속히 조성해나가야 한다.

4·27 판문점 선언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올가을 평양을 방문한다. 평양에서 열릴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 개발과 남북 경협을 위한 민족 공조를 화두로 삼아야 한다.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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