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고양이를 봐 기분이 좋아질 거야
  • 박성표 (<월간 그래픽노블> 전 편집장)
  • 호수 562
  • 승인 2018.06.2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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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가 곽재식씨가 최근 출간한 작법서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에는 재미있는 조언이 하나 있다. 쓰다가 막히면 ‘고양이’ 얘기를 하라는 것이다. 많은 독자들이 고양이를 기르거나, 고양이를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오랫동안 요물이라 불리던 고양이가 이렇게 단시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반려동물이 된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그런데 고양이에 대한 편견은 동서양이 따로 없나 보다. 그림책 <그 남자의 고양이>에 따르면 고대 이집트처럼 고양이를 미라로 만들 정도로 숭배하는 문명도 있었는데, 현대인들은 사람들 눈치를 보느라 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숨기고 사는 사람이 많단다.

그러면서 역사상 얼마나 많은 위대한 남자들이 고양이를 사랑했는지, <그 남자의 고양이>는 증명한다. 작가인 샘 칼다는 이들을 ‘캣맨’이라 부른다. 얼마나 대단한 캣맨들이 있는지 한번 리스트를 살펴보자.

근대 물리학 체계를 수립한 천재 과학자 아이작 뉴턴은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고양이가 연구실을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고양이 문을 최초로 만든 사람이라고 한다. 또 다른 천재 물리학자, 전기공학자, 발명가였던 테슬라는 어린 시절 전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계기가 겨울 저녁 고양이를 쓰다듬으면 일어나는 정전기 때문이었다고 고백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위대한 남자들

<그 남자의 고양이> 샘 칼다 지음, 이원열 옮김, 북폴리오 펴냄

이뿐인가. 고양이를 사랑한 예술가들도 많다. 시인 에드워드 리어는 우울증을 앓고 있으면서도 예민한 고양이가 새집에 쉽게 적응하도록 옛집과 똑같이 설계해달라고 부탁했단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열아홉 마리나 되는 고양이를 키우면서 고양이에 여러 신과 악마의 이름을 붙였다. 고양이 밤비노를 잃어버렸을 때는 신문에 광고를 내기도 했다. 또한 작곡가 라벨은 샴 고양이 두 마리를 자신의 뮤즈로 삼았다.

감성 터지는 예술가뿐 아니라 터프가이 중에도 캣맨은 있다. 윈스턴 처칠이 그랬다. ‘영국 불도그’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아내의 눈을 피해 식탁 아래로 고양이에게 훈제 연어를 먹이기도 했다.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마초적인 면모 뒤에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감성이 있었고, 배우 말런 브랜도는 <대부>의 첫 장면에서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등장했다.

이 외에도 프레디 머큐리와 무라카미 하루키, 카를 라거펠트까지 우리가 몰랐던 캣맨들의 숨겨진 고양이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샘 칼다는 캣맨 서른 명과 그의 반려묘 각각의 초상화를 인상 깊은 일러스트로 표현해놓았다. 물론 샘 칼다 자신도 캣맨이다.

캣맨 중 한 명인 찰스 부코스키는 이렇게 인터뷰했다. “기분이 나쁘면 그냥 고양이를 보라.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 짤’을 보면서 하루를 위로하고 있는가. 샘 칼다의 멋진 고양이 일러스트도 분명 같은 효과를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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