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용병 장착하고 더욱 강해진 무적함대
  • 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 호수 561
  • 승인 2018.06.25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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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대표팀은 선수층이 두껍다. 본선 엔트리에 들지 못한 선수로 11명의 명단을 만들어도 16강 이상 성적이 나올 것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예를 들어 공격수 알바로 모라타는 첼시 이적 이후 허리 부상으로 고전하면서 최종 명단에 들지 못했다). 스페인 축구의 성공은 1990년대부터 장기 계획을 갖고 운영한 유소년 육성 시스템에 기반을 둔다. 흥미로운 것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엔트리 공격진에 든 선수들이 스페인 ‘순혈’이 아니라는 점이다.

ⓒReuter디에고 코스타(아틀레티코 마드리드)
4명을 선발한 공격수 포지션에서 ‘9번 역할’을 할 수 있는 ‘정통’ 스트라이커로 뽑힌 디에고 코스타와 호드리고 모레노는 브라질 출신이다. 디에고 코스타는 아예 친선 경기에서 브라질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던 바 있다. 호드리고는 유년기에 스페인으로 건너와 성장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난 ‘브라질 레전드’ 마지뉴의 조카다. 스페인 대표팀에 선발된 미드필더 티아고 알칸타라와 사촌지간이다.

스페인은 유로 2008,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 대회를 차례로 우승했다. 이 과정에서 ‘토종’ 공격수 다비드 비야와 페르난도 토레스가 마침표를 찍었다. 이들이 하향세를 맞으면서 최전방에 고민이 생겼다. 유로 2012 대회에는 비야가 부상으로 빠지고 토레스도 부진하면서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다비드 실바를 ‘제로톱’으로 기용해 재미를 봤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 맞춰 당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소속 공격수 디에고 코스타가 스페인 시민권을 취득했다.

유럽 내에서 신체 조건이 좋지 않은 스페인은 작지만 기술적인 선수들로 경기를 지배해 ‘티키타카’ 전성시대를 열었는데, 이에 대한 수비법이 보급되며 고전하기 시작했다. 힘이 좋고 빠르며 터프한 코스타는 스페인이 직접 키우지 못한 이상적인 ‘9번 공격수’로 낙점되어 스페인에 ‘영입’되었다. 다만 시민권 취득에 시간이 걸려 충분히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본선에 나서 조직력에 문제를 보였다. 4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첼시를 거쳐 아틀레티코로 돌아온 코스타는 한층 성숙해졌고, 스페인 대표팀과 전술적 융화를 마쳤다.

2017-2018시즌 발렌시아의 돌풍(4위)을 주도한 브라질계 스페인인 호드리고 모레노(라리가 37경기 16득점, 코파델레이 7경기 3득점)의 발탁도 맥락을 같이한다. 스페인 연령별 대표를 거쳤고, 2012 런던 올림픽에 참가하기도 한 호드리고 역시 스페인 국적 공격수들이 갖지 못한 힘과 간결함을 갖춘 ‘마무리 전문가’다. 스페인 대표팀의 강점은 아기자기하고 현란한 미드필드 플레이지만, 삼바 리듬과 킬러 본능을 갖춘 코스타와 호드리고의 가세로 약점을 보완해 한층 완벽해졌다. 스페인 유니폼을 입었으나 여전히 포르투갈어가 익숙한 두 골잡이가 브라질과 본선에서 마주친다면 흥미로울 것이다.
ⓒEPA호드리고 모레노(발렌시아)

바르사 출신 미드필더로 중원 장악

브라질계 두 선수를 주목하라고 했지만, 여전히 스페인 대표팀의 최대 강점은 (파브레가스도 본선 명단에 들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중원이다. 스페인 대표팀이 3회 연속 메이저 대회에서 성공할 때, ‘마법의 삼각형’으로 불리는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 등 세 명의 미드필더가 활약했다. 이 시기 스페인 대표팀의 성공은 일정 부분 FC 바르셀로나(바르사)의 성공에 빚을 지고 있었다. 사비 에르난데스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했다. 그 후 그라운드의 마에스트로가 된 선수가 이니에스타. 후방 빌드업 조율사는 부스케츠다.

2017-2018시즌을 끝으로, 유소년 시절부터 22년간 몸담은 FC 바르셀로나를 떠난 이니에스타는 이번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스페인 대표팀 유니폼을 벗을 예정이다. 2010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에서 네덜란드를 무너뜨린 결승골을 넣었던 이니에스타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를 만회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한다.

스페인은 다재다능한 미드필더가 많지만, 사비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했다. 다행히 4년 전보다 노련해진 이니에스타가 이 역할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게 되었고, 개인적인 동기부여도 강하다.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진 스페인은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을 이루기 위한 최적의 시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P Photo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왼쪽)
이니에스타와 부스케츠 등 바르사 출신 미드필더의 영향력이 여전히 높지만, 2010년 우승 당시처럼 절대적이지는 않다. 훌렌 로페테기 감독이 지휘하는 스페인 대표팀의 중원 구성은 다양해졌다. 맨체스터 시티의 다비드 실바, 레알 마드리드의 이스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코케 등이 드리블과 배급, 킥 능력 등을 보이며 스페인 대표 중원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마르코 아센시오, 루카스 바스케스 등 레알 마드리드에 측면의 깊이를 안겨준 총알 같은 선수들이 가세한 것도 스페인이 다양한 방식으로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 리그 탈락, 유로 2016 16강 탈락 등은 스페인 대표팀이 자기도 모르게 쌓인 자만을 떨쳐낼 수 있는 기회였다. 로페테기 감독 부임으로 델보스케 감독의 장기 집권이 막을 내렸다. 델보스케 체제는 세계적으로 국가대표 운영의 모범 사례로 꼽혔으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다. 그즈음 스페인 축구협회는 로페테기 감독을 선임했다. 로페테기 감독은 스페인 연령별 대표팀을 지휘했고, 현재 대표팀의 주축 선수가 된 이스코, 티아고 알칸타라 등과 유럽 21세 이하 챔피언십 우승 등을 이뤄 연속성을 갖고 있다. 과거의 유산을 유지하고, 새로운 동력을 얻은 팀이다.

스페인 축구협회는 본선을 앞두고 로페테기 감독에게 힘을 실어줬다. 조급한 마음, 심리적 압박감으로 판단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2020년까지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성적에 쫓기지 말라는 뜻이다.

ⓒEPA훌렌 로페테기 스페인 대표팀 감독
‘모래알 스타군단’, 뭉칠 수 있을까?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스페인은 네덜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1-5 참패를 당하며 무너져내렸다. 스페인도 우수한 수비수가 없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공을 소유하고 라인을 높여 상대 지역을 지배하는 축구를 추구한다. 본질적으로 역습 상황에 수비의 허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스페인 수비는 전성시대만 못하다. 후방 조율사로 활약하는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피지컬 컨디션이 떨어지면서 중원 압박의 밀도가 떨어졌다.

세르히오 라모스와 헤라르드 피케는 대인 방어, 공중전 방어, 속도, 빌드업, 득점력을 고루 갖춘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다. 문제는 이들의 백업 자원이다.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 나초 페르난데스는 포백 라인의 전 영역을 소화하지만 레알에서 늘 보결 선수였다. 첼시 수비수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 아스널 수비수 나초 몬레알 등은 스리백 상황에서는 센터백 역할을 수행할 때 대인 방어와 높이에 약점이 있다. 라모스와 피케 중 한 명이 뛸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스페인 수비는 대안을 찾기 어렵다. 좌우 풀백 조르디 알바와 다니엘 카르바할의 오버래핑과 중원 플레이 참여는 스페인이 가진 또 다른 강점이다. 그러나 이들의 역할을 대신할 몬레알과 알바로 오드리오솔라는 경험 측면에서 월드컵 우승을 노리기엔 부족함이 있다. 공격진과 중원에 비해 수비에서 플랜B에 대한 고민이 있다.

ⓒAP Photo3월23일 스페인 대표팀이 경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페인 대표팀의 전성시대는 21세기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오랫동안 유럽 축구의 강자로 군림해왔으나 외부 영입 선수의 활약이 컸다. 두 팀 선수들의 사이가 좋지 않아 대표팀에서 하나로 뭉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모래알 스타군단’이라 불린 이유다. 1990년대 청소년 대표 장기 지원이 이뤄지면서 레알과 바르사의 유망주들은 친밀해졌다. 동반 성공으로 하나가 됐다.

1982년 자국 대회에서도 1차 조별 리그 통과 이후 8개 팀이 참가한 2차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던 스페인은 16강 토너먼트가 생긴 이래 8강의 벽을 넘지 못했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구 유고슬라비아와 16강에서 만나 연장전 1-2 패배로 탈락했고, 1994 미국 월드컵 8강에서 이탈리아를 만나 1-2 패배로 탈락했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선 나이지리아와 첫 경기에서 2-3 패배로 조별 리그 탈락의 충격을 겪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개최국 한국과 8강에서 만나 승부차기로 탈락했다. 2006 독일 월드컵 당시 조별 리그 3경기에서 막강 화력을 뽐내며 3전 전승을 했지만 16강에서 프랑스에 패했다. 선제골을 넣었으나 후반전에 주도권을 내줘 1-3 역전패를 당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마침내 사상 첫 우승을 이뤘다. 유로 2008 우승 이후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혔으나 스위스와 조별 리그 첫 경기 충격패. 하지만 이후 결승전까지 6연승을 기록했다. 16강 토너먼트 진입 후 무실점 1-0 승리 행진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참가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1-5), 칠레(0-2)에 연패하는 충격 속에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다. 오스트레일리아전 3-0 승리는 위안이 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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