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으로 자율주행차 산업은 두 가지 흐름이다. 첫째는 앞서 언급한 대로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LiDAR:레이더와 비슷한 원리로 작동. 보이지 않는 빛의 파장을 이용해 주변 지역에 대한 고해상 3D 지도를 만든다), 그리고 각종 센서를 결합한 방식이다. 구글의 웨이모나 우버 등이 선도한다. 서버나 각종 센서를 차 트렁크에 가득 싣고 다니며 지붕에도 복잡한 장치를 얹어 금세 알아볼 수 있다. 정교하지만 잡다한 기계와 센서가 공간을 많이 잡아먹고 값이 비싼 게 흠이다.

두 번째는 운전 보조 기술을 가장 앞서 개발해온 이스라엘 출신 기업 모빌아이가 추구하는 방식이다.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 교수인 암논 샤슈아가 공동 설립한 모빌아이가 만든 보조 운전 시스템은 본래 컴퓨터 마우스만 한 간단한 장치였다. 백미러에 장착해 차가 차선을 벗어나거나 외부 물체와 충돌하려고 하면 잽싸게 브레이크를 밟는다. 대당 55달러에 자동차 생산자에게 공급했고 대리점에서 1000달러짜리 옵션으로 팔렸다. 전 세계에서 이 장치를 달고 운행하는 차량은 2700만 대쯤이다.

샤슈아는 이 기계를 더욱 정교하게 해서 자율주행 차량 시스템을 완성할 생각이다. 센서는 차체 곳곳에 숨겨놓은 카메라 12개가 전부다. 카메라만으로 부족하다고 판명되면 저가의 레이더와 라이다를 백업용으로만 사용할 생각이다. 그는 소비자가 이 모든 장치를 구입하는 데 8000달러(약 860만원) 쯤만 지불하면 되리라고 본다.

이 두 가지 유형은 그동안 모두 교통 사망 사고를 일으킨 전과가 있다. 2016년 5월 모빌아이가 설계한 오토파일럿을 장착한 테슬라 사의 차가 시속 120㎞로 달리다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트럭과 정면충돌해 운전자가 사망했다. 모빌아이의 카메라가 햇빛에 ‘눈이 부셔’ 혼돈을 일으킨 탓이다. 운전자가 제작자의 경고를 무시하고 전방 주시에 소홀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모빌아이는 모든 책임을 자기들에게 떠넘기는 테슬라 측의 행태에 격분했다. 시기상조인데도 운전자 없는 도로주행을 고집하는 테슬라와 갈등을 빚어온 터였다. 모빌아이는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테슬라와 협력관계 파기를 선언했다. 테슬라 자동차는 지난 5월20일 연못에 뛰어들어 운전자를 사망하게 하는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3월18일 49세의 미국인 여성 일레인 허츠버그는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다 교차로에서 시속 64㎞로 달리던 우버의 자율주행차 볼보 SUV에 치여 숨졌다. 사건이 일어난 애리조나 주 템피 시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람에 운전자가 사람이었든 인공지능이었든 피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자동차 자율주행 시스템이 보행자가 있다는 걸 인식하고도 1.5초의 여유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버와 칩을 납품한 엔비디아 사 기술진은 어째서 인간(1초 남짓)보다 반응 속도가 1000배나 빠른 우버 시스템이 자동차를 멈추는 데 실패했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우버 사는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무기한으로 시험 주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한성원 그림

하지만 이런 사고가 자율주행차의 세계화를 가로막을 것 같지는 않다. 자율주행차가 여러 가지 강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모빌아이 CEO 암논 샤슈아에 따르면 시간이 지나면 자율주행 시스템이 일으키는 사고 확률은 획기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경험이 말을 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계 바둑 챔피언들을 차례로 무너뜨린 인공지능처럼 학습이 거듭될수록 시스템은 똑똑해지게 마련이다. 샤슈아는 교통사고율을 곧 1000분의 1로 줄일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감독자들의 견해도 낙관적인 편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업계 대표들과 면담한 뒤 2025년까지 표준 시스템을 갖추기만 하면 2만8000건의 충돌과 1만2000건의 부상을 막아줄 수 있으리라고 인정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년에 약 125만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15~29세의 사망 원인 1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5만786명이 사망했다. 같은 기간에 부상자만 330만명이 넘는다. 2006년 이후 미국에서는 65만명이 길에서 죽었다. 20세기 들어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쟁을 치렀지만 전쟁터에서 살해된 미국인은 그보다 적은 63만명이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10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면 그 자체가 판타지이다. 이미 지금도 자율주행차의 사고 예방 기술은 장기 기증자가 부족해지게 만들 정도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전문가들은 믿는다.

다만 사람들이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미국과 유럽의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응답자 50% 이상이 자율주행차 운행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형편이다. 사람들은 사과할 줄도, 자책감도 느낄 줄 모르는 기계에 죽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자율주행차 업계는, 났다 하면 대형 사고인데도 기꺼이 고객이 선택하도록 만든 비행기 업계로부터 노하우를 배우고자 한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2030년까지 자동차 사고는 90%까지 줄어든다. 거기다가 거리를 운행하는 차량 수가 60% 줄어들고, 배기가스 배출량도 80% 감소한다. 미국 도로를 운행하는 여객 마일(주행거리)의 4분의 1은 공유된 자율주행 전기자동차의 몫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자동차 문화가 끼친 3대 해악인 사망 사고, 오염, 체증이 모두 해결되리라는 전망이다. 이 회사가 이런 분석을 한 까닭은 분명하다. 탁월한 안전성과 효율성 덕분에 결국 자율주행차가 대세가 되리라고 본 것이다. 또한 택시를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부르는 라이드 헤일링(Ride-hailing) 시스템과 자율주행 시스템은 기막히게 궁합이 잘 맞아 굳게 결합하리라고 본다.

매일 82개국 600개 도시에서 1000만명이 우버 택시를 탄다. 새로운 세대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도 운전하는 것도 점점 부담스러워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1마일(약 1.6㎞)당 라이드 헤일링 비용은 2.50달러이다. 마일당 1.20달러인 자가용에 비하면 아직은 비싼 편이다. 하지만 운전기사의 임금이 라이드 헤일링 비용의 60%를 차지한다. 스위스 투자은행인 UBS의 계산에 의하면 자율주행차와 전기자동차의 보급, 그리고 치열한 경쟁은 라이드 헤일링 비용을 0.70달러로까지 떨어뜨릴 전망이다. 1년에 1만 마일을 운행하는 운전자는 5000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덤으로 1년에 운전하고 주차하느라 300억 시간을 보낸다는 미국 운전자들은 그 시간에 무엇을 할까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UBS는 자율주행 시대가 정착되면 차 소유 욕망이 급속하게 사그라져 2035년이 되면 80%가 로봇 택시를 이용하리라고 예측했다. 앞으로는 자동차가 아니라 마일을 판다는 얘기이다.

BCG의 분석에 따르면 자율주행차와 라이드 헤일링의 결합은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연간 7조 달러 가치의 여객 시장을 활짝 열어젖힐 것이다. 연간 자동차 판매 시장 규모는
2조 달러 정도이다. 자동차 제조사, 테크 기업, 스타트업,
그리고 라이드 헤일링 기업이 모두 눈에 불을 켜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모든 것을 다 갖춘 기업은 없다. 수십 년간 철판만을 두들겨온 자동차 기업은 소프트웨어를 모른다. 테크 기업은 컴퓨터에 대해서는 자신 있지만 자동차에는 무지하다.
수백만의 유저 풀을 자랑하는 라이드 헤일링 기업은 만만한 동업자가 필요하다. 그 결과는 협상의 광풍, 현기증 나는 합종연횡이다.

인텔은 자율주행 기술 기업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모빌아이를 2017년 3월 153억 달러에 사들이는 데 성공했다. GM은 2016년 3월 스타트업 크루즈오토메이션을 10억 달러에 사들인 데 이어 카셰어링 기업인 메이븐을 설립했고, 우버의 경쟁자인 리프트에 5억 달러를 투자했다. 포드는 지난해 자율주행차 경쟁에서 뒤졌다는 이유로 CEO를 해고하고 스타트업 아르고 AI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리프트와 협력 관계를 맺었다. 이 밖에 부품 제조사의 거인 델피, 우버, 독일 자동차 회사 다임러 등이 거의 매일같이 새로운 뉴스를 쏟아내는 중이다. 한국의 현대자동차, 삼성, LG, 네이버, 만도 등도 국내 유망 스타트업, 대학 연구소 등과 외신의 표현을 빌리면 ‘조용하지만 무시 못할’ 제휴를 진행 중이다. 글로벌 기업 서열을 바꿔버릴 수도 있는 이 경쟁에서 승리는 일단 로봇 택시 시장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달린 듯 보인다.

차 아닌 인간 위한 도시 재설계

20세기 자동차는 세상을 바꿨다. 캘리포니아 대학 도널드 슈프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도시는 인간이 아니라 자동차가 살기에 적당한 공간이 되고 말았다. 길은 사방으로 뚫려야 했고 목적지에는 반드시 주차장이 있어야 했다. 도심은 빈틈이 없을 정도로 포장됐고 도시 고속도로는 교외 주거지를 향해 끝도 없이 뻗어나갔다. 결국 차를 우선으로 하는 생각은 도시계획자들이 뜻하지 않았던 교통 정체, 대중교통 기피, 난개발을 낳았다. 이제 100년 만에 우리는 새로운 선택지를 갖게 되었다.

말똥을 매연과 정체로 바꿨던 실수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 돈벌이에 눈이 먼 경쟁자들이 싸구려 로봇 택시를 밀어넣어 홍수를 일으킬지 모른다. 택배 차량이 쏟아져 나와 도로에서 소리 없는 아비규환이 벌어질 수 있다. 대중교통 체계가 무너져 ‘교통사막’이 늘어나는 바람에 나이 든 사람과 가난한 이들이 더 고통받을지도 모른다.

차가 아니라 인간을 위해 도시를 재설계할 수도 있다. 도심 주차 공간을 주거 공간으로 바꿀 여지가 생긴다. 자동차에게서 아름다운 풍광과 생태계 보존을 위한 공간을 찾아올 수 있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포장을 50% 정도 걷어낼 수 있다면 세상은 풍경 자체가 바뀔 것이다. 탐욕이 세상을 다시 쓰레기통으로 만들지 못하도록 우리가 이번에는 스스로를 엄격하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을까.

참고한 활자: 〈디지털 프라이버시〉(커뮤니케이션북스), 〈이코노미스트〉,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기자명 문정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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