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번역 초고가 들어왔을 때다. 한달음에 읽고는 마음이 들떴다. 편집에 참고할 만한 자료를 얻고자 저자들의 근황을 검색하는데, 이런… 공저자 중
한 명인 아마미야 마미의 부고가 보였다. 깜짝 놀라 역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먹먹한 침묵만을 한참 주고받았다. 아마미야 마미를 많이 좋아하게 되었는데. 역자도 같은 마음이었기에 우리는 함께 애석해했다.
또 다른 저자인 기시 마사히코.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이라는 책을 읽고 진작부터 그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다. 그를 생각하면 이런 이미지가 그려진다. 어느 사회학자라는 사람이 새삼스레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돌멩이에는 어떤 사회학적 의미가 있는가?” 뜬금없는 질문 아닌가? 하지만 사회학자는 정색한다. “돌멩이라고 해서 의미가 없는가? 그럼 돌덩이 정도면 의미가 있는가? 당신은 우리 인생의 숱한 부스러기들에는 주목할 의미가 없다고 믿는가?” 이렇게 물고 늘어지면서 한편으로 지극히 유려한 글을 쓰는 ‘어느 사회학자’.
고백하자면, 기시 마사히코에 대한 팬심에서 처음 이 책을 기획했는데 원고를 편집하면서는 아마미야 마미에게 더욱 빠져들었다. 살아남기도 힘든 시대에 연애는 정말 감정의 사치일까? 아직 뜨겁게 욕망하고 싶다면 촌스러운 바람일까?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자기답게 살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할까? 아마미야는 진솔하게 질문을 던진다. 기시 마사히코는 사회학자로서 이에 응답하려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든다. 응답을 떠나서 질문을 던지는 자체가, 질문을 잃지 않는 자체가 아름답다고.
책 내용은 핑퐁 같은 대화로 가득하다. 사려 깊은 이와 마주앉아 마음을 나누는 대화. 이 소중한 경험 자체가 책이 전하는 메시지이자 선물이 아닐까 싶다. 마음이 통하는 이와의 좋은 대화는 작지만 큰, ‘보통의 행복’ 자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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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은 지금 북한 ‘열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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