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주요 언론도 4월28일(현지 시각) 1면에 남북 정상회담을 담았다. ‘두 한국의 역사적인 악수(〈르몽드〉)’ ‘새로운 시대의 시작, 함께하는 두 한국(〈리베라시옹〉)’ ‘역사적 만남(〈르피가로〉)’ 등을 제목으로 뽑았다. 프랑스 언론은 김정은 위원장이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처음 남한 땅을 밟은 북한 지도자라며, 한국 현대사를 잘 알지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 이번 회담의 역사적 배경을 자세히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손을 맞잡은 모습, 정상회담이 열린 평화의 집에 걸린 금강산 그림, 평양냉면, 만찬장에 울려 퍼진 음악 등도 놓치지 않고 자세히 보도했다.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 특파원 얀 루소는 남북 지도자가 높이 5㎝ 군사분계선을 넘나든 장면을 두고 “역사적 순간”이라며 “실향민의 아들인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동적인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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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전만 해도 한반도 전쟁 위기를 보도하던 프랑스 언론은 남북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손을 맞잡은 모습을 실었다.


겨우 6개월 전만 해도 한반도 전쟁 위기 보도가 프랑스 언론에서도 나왔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이 열리기까지 ‘속도’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 국제문제 연구소 연구원이자 남북한 정세 전문가인 앙투안 봉다즈는 프랑스 대표 라디오 채널 〈프랑스 엥포〉와 한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수개월, 수년간 협상을 거쳐 정상회담이 열리는데 이번에는 정반대다. 오히려 이 만남이 이후 남북한 협상을 제도화하게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회성 정상회담에 그치지 않고 남북 군사회담 등으로 연쇄 회담이 이루어지리라 보았다.

한편 소르본 대학 교수인 마르크 뒤발은 BFM TV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같은 언어로 진행됐다는 점도 눈여겨보았다. 그는 “남북한이 두 개의 다른 언어가 아니라 스위스·벨기에의 프랑스어처럼 같은 언어의 다른 형태”라며 한국어 특성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완전한 평화가 찾아올지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역사가 장루이 마르골랑은 일간지 〈라크루아〉와 인터뷰하면서 “2007년 김정일의 핵 동결 선언이 실현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 〈북한과의 결말을 위하여(Pour en finir avec la Corée du Nord)〉라는 책을 출간한 작가이자 역사가 피에르 리굴로는 4월30일 〈르피가로〉와 한 인터뷰에서 “(판문점 선언) 약속이 지켜지기만 한다면 분명히 역사적인 일이지만 이산가족 상봉과 한반도에서 전쟁이 없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어떤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판문점 선언에 담긴 ‘완전한 비핵화’가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전문가들의 이 같은 우려에도 프랑스 언론은 이번 정상회담만의 다른 ‘환경’을 강조하기도 했다. 〈르몽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적극적 개입을 들었다. 이전 정상회담에 비해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곧바로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져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프랑스 사람들은 “잘했다” 또는 “좋다”는 말보다는 “나쁘지 않다”는 말을 자주 쓴다. 거의 모든 면에서 약간 회의적 사고가 강한데 4·27 남북 정상회담을 두고 ‘역사적인 날’이었다는 평가에 이견이 없었다. 〈르몽드〉를 비롯해 남북 정상회담을 다룬 기사에 달린 시민들의 댓글에는 일단 남북 합의(판문점 선언)를 믿고 지켜보자는 평가가 많았다.

기자명 파리∙이유경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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