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7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메르켈 독일 총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있었다. 그런데 독일 공영방송 ZDF는 이날 간판 뉴스 프로그램 〈오늘의 저널(Heute Journal)〉의 첫 화면으로 메르켈·트럼프 정상회담을 보도하지 않았다. 대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을 내보냈다. 뉴스 시작과 더불어 남북 정상회담을 첫 화면으로 내보낸 것은 이를 지켜보는 독일인들의 관심을 그대로 보여준다. ZDF는 전체 방송 시간 중 약 10분을 할애해 남북 정상회담을 상세히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한 내용도 소개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인들은 양국이 오랫동안 분단되었다가 다시 관계를 맺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있다”라며 남북 정상회담을 축하했다. 메르켈 총리는 또 “남북문제와 함께 이루어나가야 할 목표가 비핵화 지역을 만들어내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공영방송 다스 에어스테의 대표 뉴스 프로그램 〈타게스샤우〉도 ‘남북, 악몽에서 봄으로’라는 기사를 방송했다. ‘비핵화, 평화협정,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이 공동으로 합의한 판문점 선언을 자세히 소개했다. 〈슈피겔〉도 4월27일자 인터넷 판에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슈피겔〉은 “남북 정상회담은 매우 잘 계산된 장면이 많았지만 역사적인 판문점 회담은 주변국들 사이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킬 것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목표는 김 위원장을 설득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시키는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슈피겔〉뿐 아니라 독일의 많은 언론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앞으로 있을 북·미 정상회담의 사전 회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독일 언론은 판문점 선언을 두고도 호평했다. 다만, 판문점 선언 가운데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를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독일에서 한국 전문가로 통하는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의 발터 클리츠는 라디오 방송 〈도이칠란트풍크〉와 한 인터뷰에서 “구체적으로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반면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한국학을 연구하는 페테르 사비키 박사는 같은 방송국 인터뷰에서 “제3자가 아닌 김정은 위원장을 통해 비핵화가 목표로 제시된 것이 의미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이 참여할 수밖에 없다. 남북한 문제에 미국이나 중국 같은 외부 국가의 역할도 필요하지만, 독일 경험에서 볼 수 있듯 통일을 위해서는 당사자인 남북한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사비키 박사는 “한국인들에게 이번 정상회담은 (그전 정상회담에 비해)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개성에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두기로 하는 등 먼 미래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항목을 합의했다는 게 중요하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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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오고 가는 모든 길에도 있고/ 사람들이 주고받는 모든 말에도 있고/ 수상하면 다시 보고 의심나면 신고하는/ 이웃집 아저씨의 거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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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성우제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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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도 부는 평양냉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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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양광모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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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임대주택 줄어드니 독일 집값 올라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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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최근 독일에서는 ‘지불 가능한 주거’가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집값 상승 때문이다. 유럽연합 통계청 보고에 따르면 독일인의 절반가량은 월세를 내며 산다. 이는 유럽연합 평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