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학회 행사 때문에 예테보리를 방문한 가브리엘 욘손 교수를 만났는데, 이날은 운 좋게도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날이었다. 그는 스톡홀름 대학의 한국학과 교수로 스웨덴에서 대표적인 한국 전문가로 통한다. 한국 언론에도 자주 나온다. 남북 정상회담 전날인 4월26일(현지 시각) 욘손 교수는 스웨덴 TT뉴스통신과 인터뷰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는 자리에 초대되는 사람, 만찬 음식, 심지어 가구 배치와 선택, 미술 작품까지 모두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빈틈없이 일하고 있으며 최고 예우에 맞는 역사적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온 필자보다 남북 정상회담 정보에 더 밝아 보였다.
4월27일(현지 시각) 오후, 예테보리 대학에서 욘손 교수를 만나는 동안 그의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스웨덴 방송사를 비롯해 신문사에서 연락이 빗발쳤다. 논평 요청뿐 아니라 한국어를 번역해달라는 전화도 많았다. 그는 길을 가다가 전화를 받고 벤치에 앉아서 일을 처리해야만 했다. 필자는 그에게 “역사적인 날이지요? 기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해서 북한을 거쳐 서울로 갈 날이 올까요? 교수님이 보시기엔 남북통일이 될 것 같나요?”라고 물었다. 욘손 교수는 “판문점 선언이 선언으로만 끝나면 안 되지요. 행동도 있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있어야 하고요”라고 답했다.
스웨덴 언론도 남북 정상회담을 크게 다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에서 만나는 사진을 1면이나 국제면에 일제히 실었다. 일간지 〈예테보리 포스텐〉의 브릿 마리 마트손 국제정치 전문 기자는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나눈 두 정상의 대화를 ‘햇빛 대화’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번 회담으로 김정은 위원장은 ‘광신적인 전쟁광’에서 탈피해, 대화가 가능한 정치 지도자 반열에 자신을 올려놓았다”라고 평가했다. 마트손 기자는 또 “평창 동계올림픽을 이용한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력이 돋보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회담 전에 나온 남북한 화해 노력(판문점 선언)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물론 이번 정상회담의 한계와 한반도 평화 정착의 어려움을 지적하기도 했다. 일간지 〈다겐스뉘헤터〉 군나 욘손 주간은 ‘지속 불가능한 화해의 문턱에’라는 논설을 통해 “역사적인 화해의 만남이 연출되긴 했지만 남북 사이에는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와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의 간극이 있다. 또 북·미 정상회담에 임하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도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석간 〈아프톤블라뎃〉은 평양에서 2년째 살고 있는 스웨덴인 스벤 텔린 씨를 인터뷰해 눈길을 끌었다. 텔린 씨는 평양의 스웨덴 대사관에 식품 공급을 하고 있다. 인터뷰 기사에서 그는 “평양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하고 북한 주민들과 만나지만 주민들과 가깝게 지내기는 어렵다”라고 전했다. 텔린 씨는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예상보다 북한에서 일하기가 어렵지는 않다. 그러나 홍수 등 자연재해로 농작물 피해가 커서 영양실조를 겪는 사람들이 많은데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도 “북한과 남한 간의 회담에 긍정적인 발전이 보이며, 대화가 계속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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