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은 서울시와 공동기획으로 ‘빅데이터, 도시를 읽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서울의 인구 지형을 살펴본 서울의 맥박(〈시사IN〉 제547호 ‘빅데이터가 잡아낸 천만 서울시민 움직임’ 기사 참조)과 서울의 속살(〈시사IN〉 제551호 ‘서울시 민원 38.8%는 바로 이 문제’ 기사 참조)에 이어 마지막으로 서울의 또 다른 시민인 고양이가 도시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펴봤다.

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퍼시픽루서런 대학에는 기말시험 기간이 되면 훈련받은 고양이가 파견된다. 시험에 지친 학생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고양이 파견이 인간에게 효과적인가를 굳이 따져본다면, 긍정적으로 답하기는 어렵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출판된 논문 〈고양이 가축화와 역사〉(Domestication and History of the Cat, 2000)에 따르면 거의 20%에 가까운 사람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으며, 병적인 수준의 고양이 공포증도 놀라울 만큼 흔하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개를 싫어한다’고 답한 사람은 3% 이하였다(〈거실의 사자〉, 마티, 2018).

ⓒ시사IN 신선영
〈시사IN〉과 서울시가 ‘응답소’ 빅데이터를 분석해 살펴본 고양이 관련 민원 역시 그러한 통계를 뒷받침하는 듯하다. 2015년 1월1일부터 2017년 12월31일까지 접수 및 해결한 민원 데이터 총 369만2398건 중 고양이 관련 민원 3만9227건을 따로 분류해 분석한 결과다. 응답소는 ‘120 다산콜센터’를 비롯해 서울시가 여러 경로로 접수한 민원이 한데 모여 데이터로 관리되는 곳으로, 민원 접수자의 개인정보는 이 분석에서 접근 불가능하다.

고양이 관련 민원 3만9227건은 3년간 접수된 전체 민원의 약 1%에 불과하다. 고양이가 환대와 혐오의 극단이 아니면 대부분은 무관심 속에 살고 있다는 의미다. 이 적대적인 생태계에서 ‘말하지 못하는 존재’를 대신하여 접수된 민원을 뜯어보면 도시와 고양이가 맺고 있는 관계는 물론 이들이 놓인 환경과 조건을 간략하게나마 파악해볼 수 있다.

17쪽 〈그림 1〉은 고양이 관련 민원 전체 데이터를 LDA(데이터에서 일정한 패턴을 파악해 주제를 찾는 데 사용하는 기법)를 이용해 주제별로 분류한 후 해당 주제에 포함된 단어를 기반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크게 로드킬·사체·구조·중성화로 구분되는데, 이를 이해하기 쉽게 긍정(‘도와주세요’)과 부정(‘치워주세요’) 키워드로 분류했다. 긍정 성격의 민원은 구조·중성화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부정 성격의 민원은 로드킬·사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류된다. 긍정 성격의 민원에서 도드라지는 키워드 중 쓰레기와 음식물은 ‘길고양이가 쓰레기를 뜯어 음식물을 먹지 않도록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해주세요’라는 내용의 민원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시사IN 장일호길고양이를 둘러싼 민원이 드러내고 있듯 길고양이는 도시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는 ‘비인간 시민’이다.
길고양이는 여름에 많이 죽는다?

그러나 긍정·부정 키워드 빈도수를 시계열로 펼쳐본 〈그림 2〉를 보면 부정적인 내용의 민원이 긍정적인 내용의 민원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다. 고양이가 만든 쓰레기나 고양이 사체를 치우는 일은 ‘인간’의 보건과 위생 측면에서 행정기관에 요구할 수 있는 문제가 된다. 그러나 고양이 구조를 인간의 삶과 연결 짓기 위해서는 하나의 고리가 더 필요하다. 고양이 구조에 대한 민원은 공적 절차보다 고양이에 ‘우호적인’ 캣맘·캣대디라는 개인이나 동물보호단체를 거치는 경향이 있음을 상대적으로 적은 긍정 민원 수로 추측해볼 수 있다.

〈그림 2〉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긍정·부정 키워드를 막론하고 모두 7월에 그래프가 치솟는다는 점이다. 직관적으로는 길고양이가 여름에 더 많이 죽는 것처럼 보인다. 몇 군데 동물병원에 문의해봤다. “추위에 비해 더위가 고양이 사체를 더 빨리 부패하게 만들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쉽게 발견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라는 답변이 공통적으로 돌아왔다.

비둘기나 개에 대한 민원은 분석의 대상이 되기에는 수 자체가 매우 적다. 개의 경우 고양이에 비해 반려동물로서의 입지가 탄탄한 데다 등록제가 시행되는 등 ‘관리’가 더 잘 되고 있다. 비둘기는 인간과의 접점이 없어 대표해줄 ‘조직’이 없다는 점을 그 이유로 생각해볼 수 있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고양이에 대한 민원이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은 고양이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정책 개입을 요청하는 존재라는 점을 보여준다.

부정적 민원이 인간과 고양이 사이의 갈등을 다룬다면, 긍정적 민원은 고양이라는 동물을 매개로 한 인간과 인간의 갈등까지 포괄한다. 고양이 학대 사건이나 캣맘·캣대디와 일부 주민 간의 충돌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공적 기관의 개입은 고양이를 ‘비인간 시민’으로, 의도했든 아니든 정책 대상으로 다룰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고양이가 유발하는 각종 문제가 민원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고양이 개체 수가 전국적으로 조사된 적은 없다. 하지만 서울시가 2013년과 2015년 외부 연구용역을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시에만 길고양이 약 20만 마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웬만한 국회의원 지역구 하나의 규모다(예를 들면 서울 송파구 인구는 67만명으로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구 3개가 있다). 그만큼 고양이는 일상적으로 존재한다.

대다수의 고양이는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죽는다. 길고양이의 평균수명은 3년으로 암컷 고양이는 보통 새끼를 22~32마리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들 대다수는 인간에 의해 ‘소유’되지 않는다. 그러나 신고나 민원을 통해 유기동물 ‘보호’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 일정 기간 공고 후 입양되지 않는 이상 안락사된다. 동물보호법이 길고양이를 죽이는 ‘합법적’ 수단으로 이용되는 셈이다.

그나마 공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목숨은 사적으로 해결됐다. 지하실 철문에 용접을 해 길고양이를 가둔 2006년 서울 용산구 한강맨션 사건이나 2013년 서울 강남구 구현대아파트 74동 지하실에 갇혀 죽어나간 고양이 10여 마리가 대표적이다. 한강맨션 사건 이후인 2008년, 서울시는 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서울시 전 자치구로 확대했다. 중성화를 고양이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채택한 것이다. 비용은 서울시와 자치구가 절반씩 부담한다.

중성화된 고양이는 수술 후 한쪽 귀 끝을 잘라내는 것으로 표시한다. 회복 기간을 거친 후 원래 있던 영역에 다시 방사한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다. 죽인다고 해서 그 지역에서 아예 사라지지 않는다. 다른 고양이가 빈 영역을 ‘접수’하기 때문이다. 이를 진공효과라고 하는데, 중성화된 고양이가 자리를 지키면 오히려 다른 고양이가 유입되지 않도록 막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 주요 홍보 포인트였다(〈행위자-연결망 이론을 통해 본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과 공존의 정치〉, 이종찬, 2016).

그렇다면 중성화 정책은 실제 효과가 있을까. 익명을 요구한 고양이 전문병원의 한 수의사는 “중성화 정책이 개체 수를 줄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 영역에서 70% 이상이 중성화되어야만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예산은 그 정도를 커버할 수준이 안 된다. 그렇지만 정책이 10년 넘게 꾸준히 시행돼왔고,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나 민원의 질과 내용도 그 과정에서 변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길고양이에 대한 정책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여러 주체가 협력해야 한다. 2006년 한강맨션 사건이 공론화되고 행정이 개입하게 된 것도 한강맨션에서 고양이를 돌보던 사람들이 대응을 위해 모임을 꾸리면서부터다. 고양이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만남이 이뤄지고, 모이고, 무언가를 하게 된다. 이들은 고양이에 대한 나쁜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공동체에 기여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서울에는 고양이가 얼마나 살고 있을까

이는 서울시가 펴고 있는 마을 만들기 사업과도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다. "길고양이에 대한 돌봄은 길고양이와 인간이 거주하는 동네, 골목, 길 등의 도시 공간과 그 공간의 위생, 정돈됨, 안전 등에 대한 돌봄으로 확장된다."( 〈길냥이를 부탁해:포스트휴먼 공동체의 생정치〉, 전의령, 2017) 그렇게 중성화된 길고양이는 귀 끝을 내준 대신에 ‘시민권’을 얻게 된다.
한국에서 1960~1970년대만 해도 고양이는 인간에게 절실한 동물이었다.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수입해야 한다’는 호소가 신문에 실릴 정도였다. 급격한 도시화 속에서 쥐약보다 효과가 약했던 고양이는 무가치한 존재로 잊혔다. 그 결과 1990년대 중반 사회는 야생에서 급격하게 불어난 고양이가 보낸 청구서를 받아들고 씨름해야 했다. 발정 기간에는 소음을 일으켰고,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쓰레기를 뒤졌다. 혐오의 대상이 되어 ‘죽여 마땅한’ 존재로 또 한 세월을 살았다. 그러나 〈그림 2〉를 보면 고양이에 대한 긍정 민원은 미미하게나마 늘어나고 있다. 변화는 더디지만 진행되고 있다.

2014년 길고양이의 위치가 노출되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일부 시민의 반발 속에 무산된 ‘길냥이를 부탁해’ 사업(길고양이 돌봄 위치 맵) 설명회에서 서울시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현재 서울 시민이 1000만명인데 사람만 사는 것이 아니라 강아지가 68만 마리, 그리고 고양이가 얼마나 살고 있는지 아세요? 32만 마리라고 합니다. 세부적으로는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7만 마리라고 하고, 길고양이가 25만 마리라고 합니다.”

고양이 역시 서울이라는 공간에 함께 존재하는 구성원임을 선언한 발언이었다. ‘비인간 시민’으로 달라진 고양이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오른쪽 〈그림 3〉은 군집 분석 알고리즘인 ‘케이-민스 클러스터링(K-means clustering)’을 통해 고양이 민원 성격에 따라 서울시를 3개 그룹으로 나눈 결과다. 케이-민스 클러스터링은 데이터에서 각 변수를 고려해 유사도가 가장 높은 그룹끼리 묶는 방식이다. 사체와 쓰레기를 키워드로 6개 자치구가, 로드킬을 키워드로 8개 자치구가 묶였다. 나머지 11개 자치구는 민원 키워드가 복합적으로 드러난 곳이다. 죽임당하고, 죽고, 쓰레기를 뒤지는 고양이를 대신해 전화를 거는 사람들은 ‘오늘의 민원’을 통해 앞으로의 서울시를 어떤 색으로 바꿔놓을까.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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