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김은남사이키·오뉴지마 코스에서 만나는 하늘전망대. 섬을 둘러싼 바다 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규슈올레 사이키·오뉴지마 코스에 이어 21번째로 개장한 지쿠호(筑豊)· 가와라(香春) 코스는 오래된 기찻길이 눈에 밟히는 올레길이다. 길의 시작점부터가 오래된 기차역인 ‘JR 사이도쇼 역’이다. 근대 목조 양식 건축물인 이 역은 그 자체로 볼거리다. 역사 주변 풍광은 흡사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단아하고 평화롭다.

11.8㎞에 이르는 올레길 또한 기찻길을 넘나드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코스 전반부에서는 이 지역의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사이도쇼 역 뒤쪽에 자리 잡은 산을 올라 표고 304m 지점 ‘야야마의 언덕’까지 이르는 데 50분가량이 걸린다. 대나무·삼나무·잡목이 교대로 나타나며 박력 있는 장관을 보여준다.

지쿠호·가와라 지역은 구리 산지로 유명했다. 사이도쇼라는 역 이름이 한자로 ‘채동소(採銅所)’인 이유도 그래서다. 오이타 현에 있는 우사 신궁의 동경(銅鏡)과 나라 지역 대불(大佛) 등이 이곳에서 난 구리로 주조됐다고 한다. 그러다 에도막부 말기 들어 석탄 채굴지로 변신했던 이 지역은 오늘날 시멘트 원료인 석회암 채굴지로 재변신한 상태다.

다시 기찻길을 따라 걷게 되는 코스 후반부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후반부 코스의 정점인 가와라 신사까지 아스팔트 길이 5㎞ 남짓 다소 지루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신사는 독특하게도 신라의 신을 모신다. 8세기께 신라에서 건너와 구리 제련 기술을 이 지역 사람들에게 전파했다는 ‘가라쿠니 오키나가 오히메 오메(辛國息長大姬大目)’가 그 대상이다.

아스팔트 길이 지루하다면 코스 중간에 있는 오래된 라면 가게나 양과자점에 들러 잠시 쉬어가도 된다. 기차역(JR 사이도쇼 역)에서 시작된 길은 기차역(JR 가와라 역)에서 끝난다.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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