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에 주꾸미 좀 드셨습니까? 못 드셨다고요? 그렇습니다. 주꾸미 값이 만만치 않다는 소식이 계속 들리지요. 4월19일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살아 있는 주꾸미가 1㎏에 3만원이었습니다. 대형마트는 대개 좀 더 비싸지요. 새조개·주꾸미 축제가 열리는 충남 홍성군 남당항에서도 1㎏에 3만5000원 하더군요. 식당에서는 5만원입니다. 소고기로 치자면 한우보다 비싸다는 말은 과장이지만, 과거처럼 싼 맛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닌 건 확실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봄철 주꾸미 정보를 접할 때마다 의아합니다. 한쪽에서는 주꾸미 값 폭등 뉴스가 나오는데, 다른 쪽에서는 제철 주꾸미를 맛보라며 부추기는 정보가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텔레비전, 신문, 라디오, 팟캐스트 등 단언컨대 올봄에도 모든 미디어에서 ‘봄의 진미’ 주꾸미를 맛보라는 정보가 쏟아졌습니다. 제철이어서 비싼 건지, 비싸서 제철인 건지 헷갈립니다.

주꾸미 값 폭등은 사실 미디어가 만든 결과입니다. 언젠가부터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이 정설처럼 굳어졌습니다. 정보를 접한 사람들이 너도나도 알밴 봄 주꾸미를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씨가 마르는 원인 중 하나가 됐습니다. 어민도 봄철 말고는 주꾸미 잡이에 나서지 않습니다.

ⓒ시사IN 이오성봄철 주꾸미 값 폭등은 미디어가 만든 결과다. 위는 주꾸미 볶음.
봄철 주꾸미가 맛있다는 말은 사실일까요? 물론 알밴 주꾸미 특유의 맛이 있지요. 하지만 맛으로 치자면 가을 주꾸미가 더 낫다는 말도 있습니다. 식품 MD로 전국 주꾸미 산지를 돌아다닌 김진영씨는 “가을 주꾸미가 봄 주꾸미보다 훨씬 부드럽고 감칠맛이 있다”라고 말합니다. 봄철 산란기 주꾸미는 오히려 알에 영양분이 집중되어서 살 맛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물론 반론을 제기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주꾸미는 역시 알배기지!” 하는 분들의 입맛도 존중합니다. 하지만 우리들 입맛이 지나치게 봄 주꾸미로 획일화된 건 아닐까요. 사람들이 찾지 않으니 가을 주꾸미는 시장에서 잘 팔지도 않습니다. 낚시꾼들 빼면 가을 주꾸미 맛을 본 도시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어민들의 봄철 산란기 주꾸미 남획을 탓하기에 앞서 우리 입맛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부디 내년 봄에는 온갖 미디어의 ‘봄 주꾸미 타령’을 좀 안 들었으면 합니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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