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위협이 유럽에도 퍼져 나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유럽환경청(EEA)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유럽 41개국에서 52만여 명이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했다. 이 가운데 초미세먼지(PM 2.5)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는 약 42만8000명. 인구가 가장 많은 독일에서는 대기오염이 원인이 돼 8만1160명이 숨졌다. 이탈리아(7만9820명), 영국(5만2240명), 폴란드(4만8690명), 프랑스(4만5840명)가 뒤를 이었다. 유럽환경청은 각국에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시사IN 최예린

유럽연합은 대기오염 기준을 심각하게 어긴 불가리아와 폴란드를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제소한 바 있다. 이제 그 화살이 프랑스로 향하고 있다. 프랑스는 2005년 이후 미세먼지(PM 10) 기준치를 늘 초과했다. 파리·리옹·마르세유 등 주요 지역이 미세먼지 일일 한계치 50㎍/㎥를 지속적으로 넘어섰다. 프랑스 환경장관 니콜라 율로는 지난해 9월 “유럽의회에 공식 보고서를 전달할 2018년 3월까지 대책을 세우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국의 도지사를 불러 상황을 듣고 개선 로드맵인 대기 보호 계획(PPA)을 구상하기도 했다.

인구 220만명이 넘는 수도 파리도 대기오염이 심각하다. 파리 시는 “시민 90%가 오염된 공기 속에 살고 있으며, 이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가 매년 2500명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당근과 채찍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왔다.

그의 대표적인 채찍 정책은 배출가스 표시 등급제도인 크리테르(Crit’Air)이다(〈시사IN〉 제503호 ‘프랑스는 디젤차를 믿지 않는다’ 기사 참조). 디젤차 제조 시기와 배출가스 양에 따라 총 5등급으로 나눈 스티커를 의무적으로 부착하게 하고, 대기오염 정도가 심한 날에는 일정 등급 이상 차량의 도심 진입을 제한한다. 이달고 시장은 단순히 며칠간 진입을 제한하는 것을 넘어 2019년까지 크리테르 4등급(2001~2005년 생산), 2022년까지 크리테르 3등급(2006~2010년 생산)에 해당하는 디젤차의 도심 진입을 막아 2024년에는 “파리에 더 이상 디젤차가 다니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당근 정책도 병행했다. 디젤 자동차 소유주에게 인센티브를 주었다. 예를 들면 연간 400유로(약 52만원)에 달하는 나비고(프랑스 정기 교통권) 카드 지원금과 1년 벨리브(파리 자전거 대여 서비스) 정기 이용권을 지급하거나 또는 새로운 친환경 이동수단(전기차·자전거·전기 오토바이) 구매를 위해 지원금 400유로 및 50유로 상당의 오토리브(전기자동차 대여 서비스) 정기권용 지원금을 택할 수 있도록 했다. 전기차를 이용하는 시민에게는 무료 주차장을 제공했다. 파리 시는 오래된 디젤 트럭을 없애고 환경친화적 차량을 마련하는 업체에 지원금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파리 시는 중장비 회사일 경우 한 대당 최대 9000유로(약 1180만원)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난관에 봉착한 정책도 있다. 가장 큰 논란은 센 강 오른쪽 기슭의 보행자 전용도로 문제다. 2016년 9월 이달고 시장은 파리 시의 핵심 도로 중 한 곳인 강변고속도로 일부의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보행자 전용도로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2월21일 파리행정재판소는 무효 판결을 내렸다. 자동차 소음공해, 대기오염 가스 배출이 차량 전면 통행금지라는 행정행위를 뒷받침하기에는 불충분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자 이달고 시장은 3월8일, ‘대기오염 배출 감소와 공중보건 향상’이 아니라 “세계 문화유산 보존”을 이유로 차량 통행금지를 제안했다.

ⓒEPA

일드프랑스(파리를 둘러싼 지역)의 도지사 발레리 페크레스가 안 이달고 시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센 강 오른편의 3.3㎞, 즉 일드프랑스 지역 주행거리의 0.16%만을 차지하는 도로에 차량 통행을 금지한다고 해서 대기오염도가 현저히 낮아지겠냐는 것이다.

 

보행자 전용도로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높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Ipsos)가 3월2~6일 18세 이상 파리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센 강 오른편의 보행자 전용도로에 찬성했으며, 66%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차량 통행 축소에 우호적이었다. 파리 시 동서를 잇는 주요 통로가 막히더라도 환경 개선을 선택한 것이다.

이달고 시장이 3월19일 제시한 ‘파리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 정책도 논란거리다. 그간 파리 시는 대기오염 수치가 높은 날에는 대중교통을 공짜로 이용하도록 했는데 평상시에도 전면 무료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파리 시의원 알렉상드르 베스페리니는 “비용을 누가 전부 지불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가 파리 시민들의 세금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파리 시는 일단 오는 6월부터 월 소득이 2200유로 이하(2인 기준 월 3400유로 이하)인 65세 이상 시민들에게 우선 나비고(정기 교통권) 카드를 무료로 나누어줄 계획이다. 이달고 시장은 전면 무료화 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정책 효과에 대한 연구를 맡기겠다고 밝혔다.

‘난방 미세먼지’ 배출의 88%, 장작 때문

파리를 대표하는 자전거 대여 서비스인 벨리브도 사업자 변경 문제로 삐걱댄다. 2007년부터 10년간 운영해온 JC드코가 사업을 그만두고 벤처기업 스모벤고가 벨리브를 맡으면서 1400여 개였던 자전거 대여소가 330여 곳으로 줄었다. 스모벤고는 더 가볍고 튼튼한 자전거를 제공하고 총 자전거 중 30%를 전기 자전거로 대체하겠다며 운영권을 따냈다. 하지만 설치 지연으로 파리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파리 시는 스모벤고에 벌금 100만 유로(약 13억1000만원)를 부과하고 이용자들에게 1월 정기 요금 환급, 3시간 무료 체험 서비스, 3월까지 가입비 50% 할인을 제공하기로 했다. 스모벤고가 5월 초에야 자전거 설치를 완료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비판의 목소리는 계속 나온다.

이달고 시장은 지난 2월 한 인터뷰에서 “대기오염 개선 정책이 결실을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2016년에 비해 4.8% 줄어든 파리 시내 자동차 통행량이 근거였다. 그러나 대기오염 감시소인 에어파리프(Airparif) 조사에 따르면, 차량만이 미세먼지 원인은 아니었다. 파리에서 자동차 통행으로 인한 미세먼지 발생은 28%이고, 26%는 난방 기구에서 발생했다. 놀랍게도 전체 난방의 5%에 지나지 않는, 장작을 이용한 방식이 88%의 ‘난방 미세먼지’를 배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세골렌 루아얄 전 환경장관은 일드프랑스 지역에서 장작을 이용한 난방을 금지하는 법안을 냈으나, 2015년 파리행정재판소는 ‘지나친 규제’를 이유로 무효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기자명 파리∙이유경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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