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연 아주대 교수(예방의학교실)가 미세먼지에 관심을 기울인 건 30여 년 전부터였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서울시 대기질을 분석하는 연구팀에 참여했던 그는 박사학위 논문 〈대기 중 부유 분진의 돌연변이원성 및 미량 유기오염 성분에 관한 분석적 연구〉를 통해 국내 최초로 공기 중 먼지에 발암물질 48종이 포함되어 있다는 걸 확인했다. 지금처럼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을 때부터 미세먼지의 환경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줄곧 강조해오던 그가 최근엔 오히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걱정스럽다고 말한다. 환경을 개선하는 동력이 아니라 극심한 공포를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중국에 원인을 떠넘기는 환경부가 그 중심에 있다고 장 교수는 지적한다. 국내 미세먼지 오염도 역시 지금이 최악은 아니라고도 말했다. 3월27일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장재연 교수를 만났다. 그는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시사IN 윤무영장재연 교수는 “국가의 오염이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그 지역의 것은 지역에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과거에 비해 오히려 좋아졌다고 말하는데 PM 10(지름 10㎛ 이하의 먼지) 기준 아닌가. 일각에선 몸에 더 치명적인 PM 2.5 농도는 높아졌다고 한다.

PM 2.5를 재기 시작한 건 서울의 경우 2007년부터이고 전국 기준으로는 2015년부터다. 논문을 쓰기 위해 1986년 1년간 서울의 공기 속 먼지를 채집해 측정했다. 당시 PM 2.5의 연평균은 109㎍/㎥으로 지금(인터뷰 당시 환경부의 PM 2.5 연평균 환경기준은 25㎍/㎥으로, 3월27일부터 15㎍/㎥으로 강화했다)의 4배 수준이었다. PM 2.5의 옛날 데이터가 없어서 PM 10 기준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는데, 세계보건기구(WHO)의 미세먼지 기준에 따르면 PM 10의 절반 수준으로 봐야 한다. PM 10이 줄면 PM 2.5도 덩달아 줄어드는데 그것만 늘어나는 건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한국의 미세먼지가 세계 최하위가 아니라고 했는데 대기오염도 모니터링 사이트 등의 실시간 순위를 보면 최하위 수준이다.

그런 서비스는 각 나라의 측정망을 연결해놓은 건데 아프리카같이 정말 오염이 심한 개발도상국가들의 데이터는 빠져 있을 거다. 검색이 되는 수준의 나라만 있다 보니 그런 일이 벌어진다. 대기질은 순간순간 바뀌기 때문에 한순간의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곤란하다. 그래서 월평균이나 연평균으로 평가한다. 최소 단위가 24시간 기준인데 순간순간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쳐다보는 건 과하다.

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하다가 2013년 다시 올라가는데 원인이 뭐라고 보는가?

그즈음 경유차 사용이 늘기도 했고 크게는 2013년부터 동북아시아 지역의 농도가 다 같이 높아졌다. 북쪽의 찬 기운이 안 내려오고 대기 상태가 정체되는 등 기상 요인이 있었다. 2013년은 거의 모든 국내 도시가 다 올라갔다. 다만 대부분은 이후 다시 내려갔는데 서울은 올라간다. 지자체에서 오염원 줄이는 노력을 열심히 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있었다고 본다. 또 한 가지는 어느 수준까지 줄이는 건 비교적 쉽다. 옛날엔 배기가스나 공장의 배출기준을 강화하거나 연료를 깨끗하게 바꾸는 등 큰 정책으로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그래서 4분의 1 수준으로 줄였는데 이제부터 진짜 어려워지는 거다. 그 정도 수준엔 선진국들만 진입했다. 오염원이 분산되어 있고 큰 덩어리가 아니라 작은 것들을 해결해야 한다. 그런 단계에 와 있는데, 프레임이 이상해져서 중국에 책임을 다 넘기고 있다. 국가의 오염이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건 맞지만 그 지역의 것은 지역에 더 책임이 있는 거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생각은?

(중국발 미세먼지의 근거가 되는) 환경부의 대기질 분석 모델의 경우 공신력이 있는 데서 동의받은 바가 없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석탄발전소를 셧다운했을 때 미세먼지가 15% 감축되었다. 농도가 떨어져 성과가 좋았는데 정작 환경부는 분석 모델을 돌려보더니 1%밖에 개선이 안 됐다고 말했다. 애초 중국의 영향이 실제보다 과장된 채 반영된 결과다. 영향이 있겠지만 얼마나 되는지 학술적으로 인정받을 근거가 없다.

ⓒ시사IN 신선영3월27일 미세먼지(PM 10)가 ‘나쁨’인 서울 광화문 도심 일대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걷고 있다.

환경부도 국내 오염 요인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기는 한다.

그거라도 줄여야 한다고 최근에 말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평상시 오염원을 줄이는 것보다 단기간의 고농도 대책이 대부분이다. 중요한 건 장기적으로 연료 사용량을 줄이는 일이다. 연료를 친환경적으로 바꿔나가는 건 당장이 아니더라도 누적되면 효과가 있다. 노후 석탄발전소의 봄철 가동을 중단하거나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줄이겠다는 목표도 지지한다. 단기 대책은 효과가 없다. 차량 2부제를 할 여력이 있으면 평상시 교통량을 줄여야 한다.

연평균 오염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가?

평상시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여 연평균 농도를 낮춰야 한다. 물론 ‘런던 스모그’같이 농도가 심각할 때는 차량이나 산업체 가동을 올스톱해야 한다. 그 정도는 안 올라가잖나. 내가 처음 연구할 때 PM 2.5의 1년 평균이 109㎍/㎥이었다. 지금 최고 농도라고 하는 게 옛날엔 1년 내내 수치였다. 물론 보통 시민들이 봐서는 나쁜 농도이지만 하루 만에 큰일이 벌어질 정도는 아니다. 대기오염은 관리를 잘해도 극단적인 날이 있다. 연평균 오염 수준을 낮추는 게 건강에 훨씬 큰 도움이 된다.

화석연료나 자동차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을 줄이는 게 핵심인가?

석탄·석유 사용을 줄이고 가스도 가능한 한 줄여나가면 좋은 거다. 경유차뿐 아니라 휘발유차도 줄여야 한다. 또 의외로 타이어가 고열에 마모되면서 미세 입자가 많이 생긴다. 지금까지 배기가스 배출량 규제 등은 해왔지만, 유일하게 안 한 것이 차량 운행을 줄이려는 노력이었다.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차가 없이도 편하게 생활할 수 있을지를 궁리한 적이 없다.

시민들의 마스크 사용을 우려하기도 했는데.

마스크 미세먼지 제거율이 높을수록 숨쉬기가 불편해진다. 산소 부족이 오는 거다. 산소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나. 웬만한 농도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게 건강상으론 손해다. 농도가 어느 정도일 때 써야 할지 과학적으로 입증하기가 어렵지만, 그나마 싱가포르에서는 PM 2.5가 24시간 기준 250㎍/㎥이면 쓰는 게 낫다고 말한다. 넉넉잡아 150㎍/㎥ 넘으면 쓰라고 권유할 수 있다. 또는 개인이 40㎍/㎥이라도 쓰고 싶다면 쓰면 된다. 그런데 지금은 국가가 나서서 전 국민한테 안 쓰면 큰일 날 것처럼 권하고 있다. 어린이용 산업용 마스크를 한국이 처음 만들었다. 문 닫고 밖에 못 나가게 하는데, 실내 공기가 오염되기 더 쉽다.

그간 미세먼지에 대한 위험성을 말해왔다.

내가 30년 전 서울시 공기에 발암 먼지가 있다며 미세먼지의 환경기준을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어찌 보면 평생 과업을 달성한 셈인데, 그게 미세먼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라 마스크 착용과 공기청정기 구입으로 가고 있어서 안타깝다. 그로 인해 산업 전기를 쓰면서, 그게 또 미세먼지의 원인이 된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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