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래동요 ‘꼬리따기’ 노래는 이렇게 이어진다. ‘나는 것은 까마귀/ 까마귀는 검다/ 검은 것은 바위/ 바위는 높다.’ 한국 그림책 작가 1세대로 꼽히는 권윤덕 작가(58)는 까마귀를, 해녀마을을 자세히 그리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제주를 오가며 제주와 처음 연을 맺었다. 그렇게 ‘우리 시 그림책’ 〈시리동동 거미동동〉(창비, 2003)을 내놓고 몇 년 후 일본의 한 연구자로부터 의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제주 북촌리 너븐숭이 애기무덤에 놓여 있는 〈시리동동 거미동동〉을 봤다고 말했다. “마침 비가 내리는 날이어서 책이 젖어 있는데, 그걸 보면서 ‘그림책이 아기들에게 스며들어가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꼼짝없다, 이건 나한테 4·3을 그리라는 이야기구나 싶었어요.”
한·중·일 평화 그림책 프로젝트로 ‘위안부’ 피해자 고 심달연 할머니의 사연을 그림책으로 옮긴 〈꽃할머니〉(사계절, 2010) 작업 후 심신이 지쳐 있던 때였다. 그러나 마치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이야기를 외면할 수 없었다. 〈꽃할머니〉 때와 마찬가지로 지난하고 꼼꼼한 취재가 이어졌다. 3년 넘게 제주를 오가며 사람들을 만나고 4·3 관련 자료와 증언집을 읽어나갔다.
그러면서 제주 어음리 ‘빌레못굴 학살’을 알게 됐다. 1948년 1월16일 주민 스물여덟 명이 숨어 있던 빌레못굴이 토벌대에 발각됐다. 나오면 살려준다는 말을 믿고 굴 밖으로 나온 사람 중에는 7개월 된 아기도 있었다. 토벌대는 그 아기를 엄마 품에서 떼어내 엄마가 보는 앞에서 바위에 내리쳐 죽인다. 나머지 역시 모두 총살당했다. “이름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그 아기를 책에서나마 살려주고 싶었어요.” 〈나무 도장〉(평화를품은책, 2016)은 그 아기에게 ‘시리’라는 이름을 주고 4·3을 생존자로서 증언할 수 있도록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렇게 〈나무도장〉은 〈시리동동 거미동동〉처럼 너븐숭이 애기무덤의 아이들도 볼 수 있는 그림책이 되었다.
4·3 70주년을 맞아 〈나무도장〉 원화가 제주와 서울에서 동시에 선보인다. 제주 너븐숭이 4·3기념관에서는 4월30일까지, 서울 낙원상가 전시공간 d/p(417호)에서는 4월29일까지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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