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는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
  • 변진경 기자
  • 호수 548
  • 승인 2018.03.2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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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헬조선’ 한국인의 삶 반대편에서 단골로 언급되는 나라다. 책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는 우리가 궁금해하는 ‘원하는 삶’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성평등지수 세계 4위, 국민행복지수 8위, 이민자통합정책지수 1위…. 세계 최초로 아동 인권이 법제화된 나라, 아빠 육아휴직 3개월이 의무화된 나라, 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 출산율을 유지하는 나라….

스웨덴은 ‘헬조선’으로 표현되는 고된 한국인의 삶 반대편에서 단골로 언급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괴로워하고 대안을 찾고 있는 문제에 관해 스웨덴은 완전히 자유롭거나 거의 극복한 것처럼 보인다.

라르스 다니엘손 전 주한 스웨덴 대사(현 유럽연합 스웨덴 대표부 대사)와 박현정 주한 스웨덴 대사관 공공외교실장은 성공한 스웨덴의 ‘현주소’를 넘어, 그에 이르기까지 스웨덴이 밟아온 ‘길’을 보여주고 싶었다. 함께 책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한빛비즈)를 쓴 이유다. 책 제목에 포함된 ‘어떻게’가 두 사람이 한국인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핵심이다. ‘잘 사는 삶’이 아닌 ‘원하는 삶’이라는 문구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웨덴 사람들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살게 됐을까, 한국인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3월5일 라르스 다니엘손 대사와 박현정 실장을 만나 그 답을 함께 찾아보았다.


ⓒ시사IN 신선영라르스 다니엘손 전 주한 스웨덴 대사(왼쪽)와 박현정 주한 스웨덴 대사관 공공외교실장.
책에서 스웨덴의 성평등 정책과 문화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현재 한국의 성평등 정책과 문화를 어떻게 보나?

다니엘손:지난 30여 년간 스웨덴 사람들은 사회가 더 나아지려면 남성과 여성 모두 지식과 지혜를 나누고 합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여성이 더 쉽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려고 했다. 여성의 경제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세금제도를 가구 소득이 아닌 개인 소득을 기준으로 새로 짰고, 18개월부터 7세 아이를 둔 부모는 소득에 상관없이 풀타임 보육을 지원받았으며, 여성의 정치 참여를 늘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 현재 스웨덴은 국회의원의 45%가 여성이고 여성 장관 수도 남성보다 한 명 더 많다. 이 모든 변화는 권리의 개선 같은 정당성 차원보다도, 경제적으로 효율적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박현정:제도는 오히려 바꾸기가 쉽다. 중요한 건 사고, 통념이다. 많이 변하긴 했다. 예전에는 ‘애나 잘 키워’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한국도 많은 젊은 남성들이 배우자가 일을 하기 원한다. 스웨덴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원하는 수준의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혼자 벌어서는 힘들고 같이 벌기를 원하면서 자연스럽게 남성이 가사나 양육에 시간을 쓰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다니엘손:맞다. 남자들의 사고가 바뀌는 게 중요하고 또 어렵다. 스웨덴에서도 그게 가장 오래 걸렸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가 점진적으로 올라갔고 결국은 바뀌었다.

최근 ‘미투 운동’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다니엘손:남자 입장에서 봐도 그런 행동을 하는 남자가 있다는 게 슬프다. 수면 위에 올라와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성평등 국가로 알려진 스웨덴도 얼마 전 미투 캠페인이 일어났다. 주로 연예계에서 많이 나왔다. 성평등이 이상적으로 이뤄진 듯 보였지만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는 기회였다.

박현정:미투 운동도 스웨덴이 한국보다 빨랐다. 스웨덴 사람들이 ‘너희 나라는 미투 없니?’라고 했을 때 할 말이 없었다. 스웨덴도 성평등이 잘 이뤄졌다고 하지만 스웨덴 여자들에게 물어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한다.

다니엘손:맞다. 여전히 임금 격차가 크다. 스웨덴 법에서 남녀 간 임금에 차등을 두는 걸 금지하는데도 말이다.

박현정:전체 육아휴직 480일 중에서 아직도 여성이 75%를 쓴다. 시간유연제 근무도 여성이 더 많이 이용한다. 그 기간은 나중에 연금에 영향을 미친다.

다니엘손:노후에 받는 연금은 소득뿐 아니라 일한 기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여성은 보육 때문에 연금 수입이 줄어드는데, 이 차별을 어떻게 바로잡을지를 두고 지금 스웨덴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출산율이 사상 최악으로 집계됐다. 이유가 뭘까?

다니엘손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건 그러지 않는 것보다 세상을 조금 더 미래지향적으로 본다는 의미일 수 있다.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생각을 시사하기 때문에 출산율은 중요한 지표다. 결국 일과 삶의 조화(Work and Life balance) 문제와 직결돼 있다. 아마 한국 여성은 이 두 가지 중에서 하나만 골라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 같다. 보육정책 같은 인센티브도 중요하지만 남성이 맡아야 할 부분도 크다. 상급자들은 남성 직원도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스웨덴에서는 아이가 생긴 남성이 육아휴직 3개월을 쓰지 않는다고 하면 직장 동료들이 ‘좋은 아빠가 아니구나’라고 평가한다.

박현정:스웨덴에서는 육아휴직 18개월 중 3개월은 무조건 아빠(배우자)가 쓰도록 되어 있다. 쓰지 않으면 없어진다. 이런 ‘아빠 육아휴직’을 젊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육아휴직을 전혀 쓰지 않는 아빠는 스웨덴에서 거의 보기 힘들다(<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에서는 육아휴직 중인 남성 국회의원 이야기도 소개된다).

스웨덴은 아동 인권 국가로도 유명하다. 세계 최초로 아동 체벌 금지법을 만들 당시 논쟁은 없었나?

다니엘손
:필요성에 대한 논쟁은 없었다. 찬반보다는 아동 학대를 모니터하는 방법을 어떻게 잘 마련할 것인가가 주로 논의되었다. 스웨덴에서 아동 학대 예방 시스템은 매우 엄격하다. 보육기관 교사는 증거가 없이 의심과 우려만으로도 아동 학대 혐의를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아주 사소한 것도 보고한다. 스웨덴에서 아동 학대는 정말로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다. 1948년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영화에서 선생님이 아이 손바닥을 막대기로 때리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때 대중이 격렬한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1945년 교사의 체벌이 법으로 금지된 후였다. 스웨덴에서도 영화 등에 대한 검열이 있는데, 성적인 장면보다 폭력적인 장면을 잘라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스웨덴인은 폭력을 아주 싫어하고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하다.

최근 한국에서는 아동 학대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다니엘손
:아동 학대 사례 가해자를 보면 사회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놓였거나 교육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동 학대를 아무리 엄격하게 규제한다고 해도 없앨 수 없는 이유이다. 교육을 동등하게 시키고 사회적 약자를 없애지 않는 이상 쉽지 않다.

박현정:스웨덴 중·고등학생들이 배우는 성교육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깜짝 놀랐다. 모든 종류의 체위를 알려주고 동성애,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관계에 대한 정보가 나오더라. 학교에서 콘돔도 나눠준다. 이런 성교육을 받기 때문에 실수로 아이를 낳은 다음 버리는 일이 잘 일어나지 않겠구나 싶었다.

책에 소개되는 스웨덴인들이 자국의 장점으로 ‘남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문화’와 함께 ‘결속력’을 꼽는 게 흥미로웠다. 이 두 가지는 상충되는 가치 아닌가?

다니엘손
:스웨덴에서는 두 가치가 공존한다. 스웨덴 사람들은 어떤 한계, 어디까지 내가 해도 되고 안 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아주 큰 범주에 동의한 상태 안에서 자유재량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일하러 다니면서 한쪽은 녹색 양말, 한쪽은 빨간색 양말을 신는 게 가능하고 실제로 사람들이 관심도 없다. 누가 동성애자라 해도 ‘그래? 그럴 수 있어’라고 한다.

박현정:스웨덴에서는 개인 삶에 대해서는 잘 간섭하지 않지만 사회가 합의해 만든 규범을 어기면 굉장히 엄격하다. 예를 들면 버스를 기다리며 줄을 설 때 띄엄띄엄 선다. 개인 공간을 확보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줄을 서지 않거나 끼어들거나 하면 난리가 난다.

다니엘손:스웨덴만큼 한국도 장점이 많은 나라다. 좋은 날씨와 맛있는 음식이 대표적이다. 또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일하는 한국인들에 대해 스웨덴 친구들에게 늘 이야기한다. 북한과의 전쟁 긴장감이 있는 나라에서 이런 성과를 이뤄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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