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비극 ‘금호타이어 잔혹사’
  • 김동인 기자
  • 호수 548
  • 승인 2018.03.19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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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정상화를 둘러싼 내홍이 격해지고 있다. 채권단은 중국 타이어 회사 ‘더블스타’에 매각하겠다고 했지만 노동조합이 반대한다. 법정관리 이야기도 나온다.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둘러싼 내홍이 격해지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3월2일 중국 타이어 회사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6463억원, 신주 발행을 통해 지분 45%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해외 자본 매각 소식에 노동조합(노조)은 즉각 반발했다. 3월2일 새벽, 금호타이어 노조 조삼수 대표지회장과 정송강 곡성지회장은 광주시 광산구 영광통사거리 송신탑에 올라 고공 농성을 시작했다. 노조는 “자구안을 합의하기 위해 노력 중이던 노조를 채권단이 기만했다. 해외 자본에 매각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금호타이어의 주채권은행 대표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3월8일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해외 매각은 불가능하다. 노사가 자구계획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 있다”라며 압박했다. ‘강 대 강’ 대치다.

금호타이어 사태는 꽤 복잡하다. ‘플레이어’가 여럿이다. 채권단, 회사, 노조, 그리고 인수를 희망하는 해외 자본인 더블스타가 있다. 채권단은 채권 회수가 목표다.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채권 만기는 3월31일이다. 지난해부터 만기를 유예해온 채권단은 더는 늦출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셋이다. 매각, 워크아웃, 법정관리다. 채권단은 이 가운데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워크아웃에 부정적이다. 워크아웃을 통한 회생 가능성이 낮다고 채권단은 판단한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10월 삼일회계법인에 맡긴 실사에 따르면, 현 사업 구조를 유지하면 기업 청산 가치(1조원)가 존속 가치(4600억원)보다 크다. 그래서 채권단은 제대로 매각하거나, 아니면 아예 법대로 정리하자(법정관리)고 주장한다. 금호타이어 부실 중 상당 부분이 중국 사업에서 생겨났다는 것도 더블스타에 매각하려는 이유 중 하나라고 채권단은 밝혔다.

ⓒ시사IN 조남진금호타이어 노조 조삼수 대표지회장(왼쪽)과 정송강 곡성지회장이 송신탑에 올라 고공 농성을 하고 있다.
노조는 해외 자본 매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먹튀’ 가능성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더블스타가 3년간 고용을 보장하고, 향후 5년 또는 채권단이 지분을 전부 매각하기 전까지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 측은 “5년 후 청산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나”라고 반문했다.

최근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노조와 지역사회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해외 자본은 본사 경영 전략에 따라 언제든 문을 닫을 수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 ‘먹튀’ 논란을 일으킨 중국 상하이자동차 사례, 특허권은 흡수하고 생산시설은 정리한 하이디스(과거 현대전자 LCD사업부) 전례도 노조가 반발하는 근거다. 채권단 요청대로 지난 2월28일 노사 간 자구안을 합의했으나, 채권단이 끝내 이 자구안을 거부한 것도 노조로서는 불만이다. 채권단이 노사가 합의한 자구안 가운데 “해외 자본에 매각 시 노조와 ‘합의’ 후 추진한다”는 항목을 문제 삼았다.

채권단과 노조가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 다른 두 주체는 상대적으로 여론의 주목에서 비껴나 있다. 지난해부터 금호타이어 인수 가능성을 타진해온 더블스타는 급할 게 없다. 지난해 3월,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채권단 보유 지분(약 42%)을 약 9550억원에 사들이는 주식매매 계약(SPA)을 체결했다. 당시 상표권 문제 등으로 결국 매각이 불발됐지만, 1년 사이에 오히려 더 좋은 조건을 확보한 채 노사 합의를 기다린다. 채권단은 ‘노조의 반대가 길어질 경우 더블스타가 인수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며 전전긍긍한다. 더블스타가 노조를 설득하고 우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나설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이런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시사IN 조남진금호타이어 노조가 ‘해외 매각 철회’ ‘구조조정 저지’를 주장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가장 목소리를 낮추고 있는 쪽은 금호타이어 사측이다. 채권단은 현 사태를 수습할 구원투수로 지난해 10월 김종호 회장을 투입했다. 2009년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때도 구원투수(사장)로 나섰던 김 회장은 이번에는 매각에 적극적이다. 지난 3월6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김 회장은 “해외 자본 투자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3월 말까지 자구안 마련에 실패해 채무 변제가 안 되면 회사는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김 회장이 말을 바꾸었다며 반발한다. 이날 노조는 “지난해 10월 노조 대표지회장과 곡성지회장을 면담할 때 해외 매각에 대해 분명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해외 매각을 찬성한다면 회장에서 물러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채권단-노조-사측의 갈등 국면에서 정작 현 사태 원인을 제공한 인물은 빠져 있다. 전 경영자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다. 호남의 대표 향토기업인 금호타이어는 ‘박삼구 플랜’의 핵심 자원이었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6조4255억원에 인수할 때, 금호타이어는 이 중 5200억원을 부채로 조달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외부 자금을 무리하게 확보해 결국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금호타이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2009년 워크아웃에 접어든 금호타이어는 2014년 12월에야 워크아웃에서 졸업할 수 있었지만, 3년 만에 다시 위기에 빠져들고 말았다.

원인 제공자는 박삼구 회장인데

두 번째 위기 역시 박삼구 회장의 책임이 컸다. 2009년 워크아웃 당시 채권단은 박 회장에게 금호타이어를 계속 경영할 수 있도록 했다. 지분은 가져오되 박 회장을 비롯한 기존 금호타이어 경영진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중국 현지 사업이 난항을 겪었고, 계속된 ‘중국 설비 고정비 지출’로 경영 성과는 악화되었다. 지난해 4월18일,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금호타이어가 만약 법정관리에 접어들 경우,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권도 흔들리게 된다. 박 회장의 금호홀딩스 지분 40%가 산업은행에 담보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홀딩스,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순서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편하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금호산업이다. 금호타이어와 마찬가지로 2009년 워크아웃에 빠졌던 금호산업의 지분을 되찾기 위해 박 회장과 아들 박세창 사장은 금호타이어 지분 8.14%를 팔아야 했다. 이 지분은 원래 산업은행으로부터 금호타이어의 채무에 대한 담보로 설정돼 있었다. 박 회장은 이 금호타이어 지분 8.14% 대신 금호홀딩스 지분 40%를 담보로 설정했고, 결국 금호산업을 다시 손에 쥘 수 있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산업은행에 이 담보(금호홀딩스 지분)를 해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제 금호타이어를 말끔히 포기했으니 담보를 풀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애초에 이 지분이 금호타이어 채무에 대한 담보인 만큼, 채권이 상환되기 전에는 담보를 풀 수 없다는 방침이다.

경영 실패로 더 고통을 받는 쪽은 박삼구 회장보다 임직원과 지역민이다. 금호타이어는 광주·전남 지역의 대표 향토기업으로 임직원이 약 5000명이다.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광주·전남 지역 2만여 명이 금호타이어만 바라보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금호타이어 잔혹사’가 어떻게 끝날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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